▲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평소에도 잘 웃지 않아 ‘터미네이터’ 같다는 평가를 받는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 그에 대한 ‘사적인 감정’은 보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이구동성으로 입을 맞추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일머리 하나만은 타고났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바로 안 대표의 그런 ‘일머리’를 두고 그를 원내사령탑으로 ‘낙점’했다는 후문도 있다. 일단 정치인으로서 그의 능력은 검증이 되었다. 안 대표는 경남 마산 출생임에도 과천 의왕에서만 내리 4선을 기록한 중진 정치인이다. 수도권에서 4선을 기록한 의원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여기에 그는 당내의 대표적인 ‘청문회’ ‘위원회’ 전문가였다. 그는 ‘옷로비 인사청문회’, ‘조폐공사 청문회’, ‘한빛은행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논리적 언변과 흔들림 없는 자세로 청문회 스타라는 애칭도 얻었다. 또한 제2의 김대업 사건을 막아내기 위한 한나라당 ‘공작정치 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위원장’ ‘권력형 도박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장’ ‘행담도 의혹사건 진상조사단장’ 등도 맡아 ‘위원회 전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여기에 그가 결정적으로 중진 정치인의 반열에 확실히 오른 계기가 되었던 것이 지난 2007년 8월 맡게 된 원내대표직이었다. ‘안상수’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자신에게로 몰려드는 ‘계파’는 없었던 것이 그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까칠한’ 성격에 독불장군식의 행보가 가져다준 ‘고통’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원내대표직을 그는 잘 수행해냈다. 이때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겸임하면서 2007년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등에서 민주당의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내는 등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당 내외에서는 “검사 출신으로서 법률 공방에 밝아 민주당의 BBK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일관되게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를 관철시켜 냄으로써 ‘말’로만 떠들었던 청문회와 달리 ‘결과’도 만들어낼 줄 안다”라는 호평이 잇따랐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나름대로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가치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여야 협상에서도 ‘묻지마 질주’는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서울법대 3학년 재학 때 학생회 부회장으로서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성토대회 사회를 보다가 주모자로 유기정학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6·8 부정선거 규탄시위에 참여해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시국사건의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이때의 ‘전력’ 때문에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검사발령을 받지 못할 뻔하다가 전주지검에서 검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뒤 1985년 3월부터 서울지검에서 근무하다가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과 운명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그는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해내 일약 스타검사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이후 그는 검사 옷을 벗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과천 의왕 지역에 출마해 오늘에 이르게 된다.
▲ 지난 21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수 의원과 박희태 대표, 김성조 신임 정책위의장(오른쪽부터). | ||
인간미가 조금 모자라고 좀처럼 웃지도 않아 ‘터미네이터’로 불리는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 터미네이터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으로 ‘인간적 희생’을 선택했듯이, 안 대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인간적인 훈훈함’을 대야 협상에서 보여준다면 이번 국회에 지난해 말 로텐더 홀의 아수라장은 리플레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