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영화 <타짜> 기자간담회. 이때부터 김혜수와 유해진의 로맨스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두 사람의 열애가 어쩌면 그들이 마흔을 전후해 만나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이런 엉뚱한 가정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난 과정을 되짚어 봤다.
# 10대 후반에 만났다면
1986년, 김혜수는 열일곱 살의 나이로 이미 연예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스타였다. 중학생 시절 CF 모델로 데뷔한 그는 해태제과 전속 모델이었고 85년에 촬영한 배우 데뷔작 영화 <깜보>가 그해 개봉했다.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은 그의 상대역은 박중훈. 태권도 공인2단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김혜수는 특유의 건강미에 10대 후반의 청순함을 더해 데뷔와 동시에 스타로 등극했다.
유해진 역시 85년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무대는 김혜수와 전혀 달랐다. 중학교 2학년 때 연극인 고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영웅>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유해진은 고2 때인 85년 고향 청주의 기성극단 청년극장에 입단해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작은 도종환의 <울타리꽃>이었는데 역할은 포졸이었다. 화려한 영화계에서 주연으로 데뷔한 김혜수와 지방 극단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유해진은 이렇게 시작부터 달랐다. 게다가 김혜수는 당시 연예계에서 3대 ‘엄마 매니저’로 불릴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어머니와 함께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데 반해 유해진은 부모의 극심한 반대와 싸워가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처럼 86년 두 사람은 서로 만날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었고 행여 만났을 지라도 두 사람이 연인이 됐을 가능성이 전무했다. 다만 시작은 전혀 달랐지만 두 사람은 모두 10대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안고 살았다는 부분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 20대 초반에 만났다면
데뷔 이후 김혜수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87년 KBS 드라마 <사모곡>을 통해 방송 진출에 성공한 그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오세암> 드라마 <세노야>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고교 졸업 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스물두 살이 되던 91년엔 영화 <잃어버린 너>를 통해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하이틴 스타에서 성인 스타로의 발돋움에 성공했다.
유해진은 20대 초반 다소 방황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 고교 시절 기성극단에 들어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대학에선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 시기에 유해진은 현대무용까지 배웠다. 한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해진은 “의상, 현대무용 등 내겐 안 어울리는 것들이 좀 많다. 근데 사실 난 안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싫다. 청개구리처럼 안 어울리는 것들을 더 해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리고 군 문제도 있었다. 김혜수가 평탄하게 스타로서의 성장을 거듭하며 20대 초반을 보내고 있을 무렵 유해진을 이처럼 부모의 반대와 자신의 진로에 대한 갈등으로 뜨거운 청춘을 보내고 있었던 것. 만일 이 시기에 두 사람이 만났다면 군대에 위문 온 여성 톱스타와 위문 받는 군 장병 가운데 한 명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시작이 달랐던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 20대 후반에 만났다면
김혜수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20대를 보냈다.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에 출연해 연기의 폭을 넓혔고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닥터 봉>을 통해 흥행 메이커로서의 능력도 과시했다. 또한 <파일럿> <짝> <사과꽃향기> <복수혈전> 등의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90년대 최고의 브라운관 스타로 등극했다. 특히 이 시기 김혜수의 대표작은 영화 <닥터 봉>과 드라마 <짝>. 이런 작품들을 통해 최고의 흥행 메이커로 등극하며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데뷔 이래 10년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인 김혜수는 단연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고 별다른 사건사고는 물론 열애설에도 거의 휘말리지 않으며 건강한 이미지를 계속 이어갔다.
20대 초반 방황을 거듭하던 유해진 역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군에서 제대할 무렵 드디어 부모님도 더 이상은 배우의 길을 가고자 하는 그를 막지 않았다. 대학졸업자 대상 특별전형을 통해 뒤늦게 서울예대에 들어간 유해진은 배고프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뜨거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돈이 없어 학교식당에서 일하고 점심을 얻어먹으며 지냈다지만 졸업할 땐 올 A를 받고 ‘예술의 빛’이라는 상도 탔다.
그리고 스물아홉이던 97년 비로소 영화 <블랙잭>을 통해 단역이지만 영화계에 데뷔도 했다. 그렇지만 그해 유해진에게 생긴 더 커다란 사건은 연극연출가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유해진 역시 비로소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돌입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지방 연극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유해진이 10년의 방황 끝에 비로소 대학로 무대에서 연기 열정을 활활 불태울 수 있게 된 것.
그렇게 10년 동안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김혜수와 유해진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97년이다. 또한 극단 목화 출신 연예인이 많아 누군가 두 사람을 소개해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그렇지만 스물아홉의 늦은 나이에 연극 극단에 들어온 신인 배우와 당대 최고의 톱스타의 사랑은 영화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사랑만큼이나 영화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 김혜수 | ||
화려한 20대를 보낸 김혜수는 30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한 차례 침체기를 걷는다. 야심차게 시도한 해외 진출작인 영화 <투 타이어드 투 다이>가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고 영화 <찜> <닥터 K> 등의 흥행 성적도 기대 이하였다. 배용준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마니아 드라마로 각광받았지만 시청률은 저조했다. 흥행 메이커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연기력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다행히 서른이 된 99년 드라마 <국희>를 통해 흔들리던 입지를 바로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즈음 스타 김혜수에서 배우 김혜수로의 성장통이 시작된다.
3년 동안 극단 목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유해진은 99년 서른한 살의 나이로 비로소 영화계에 정식 데뷔한다. 그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린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바로 그것. 이 영화를 통해 코미디 영화의 귀재 김상진 감독과의 만남이 이뤄졌는데 이는 차후 김혜수와 만남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30대 초반이 돼서야 비로소 두 사람이 연예계라는 틀 안에 함께 지내며 동료 관계가 됐다. 다만 아직 배우보다는 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톱스타와 막 데뷔한 개성 넘치는 조연 배우 사이로. 아마 이 시기에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면 좋은 친구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연인이 됐듯 취향과 성향이 비슷한 두 사람이 금세 친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렇지만 연인이 될 만큼 서로 가까워지기엔 둘은 너무 먼 연예계의 양극단에 있었다.
# 30대 중반에 만났다면
2000년대 들어 유해진은 한국 영화 중흥기와 함께했다. 개성파 조연으로 주로 활동하며 주옥 같은 영화에 출연해온 것.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라이터를 켜라> <공공의 적> <달마야 서울 가자> <빙우> <왕의 남자> <혈의 누> 등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고 드라마 <토지>에선 지독한 악역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김혜수는 30대 들어 본격적인 변신에 들어간다. 영화 <신라의 달밤>을 통해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기록한 그는
이들의 조우는 2001년 김상진 감독의 영화 <신라의 달밤>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았던 데다 유해진의 역할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인사를 나눌 정도의 친분이 생긴 계기가 됐을 뿐이다. 만약 두 사람이 30대 초반이던 2001년 즈음 사랑에 빠졌다면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혜수는 스타에서 배우로 성장해가던 시기이고 유해진은 비로소 자신의 연기 열정을 싹틔울 수 있는 기회를 잡고 한창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두 사람이 30대 중반이 된 2005년 무렵엔 비로소 두 사람의 거리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너무나 다른 과정을 밟아온 두 배우가 드디어 접점 가까이에 다다른 것.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만남의 계기뿐이었다.
# 30대 후반 드디어 연결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06년 영화 <타짜>를 통해서였다. 함께 영화를 촬영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2007년부터 열애를 시작한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강아지를 키우는 여성 김혜수와 혼자 살며 고양이를 키우는 남성 유해진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비주얼에서 풍기는 이미지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까닭은 이처럼 두 배우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전혀 다른 곡선을 그리며 진행된 두 사람의 인생이 한 접점에서 만났고 이젠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곡선을 함께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신년 1호 커플 결혼기상도
양가 화기애애…결심만 남았다?
▲ 유해진 | ||
반면 유해진 김혜수 커플의 경우 열애 사실이 공개된 뒤 공식 인정까지 3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됐을 정도로 당황한 분위기였고 이들은 이미 한 차례 열애설을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또한 양쪽 부모의 반응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김혜수의 모친은 한때 연예계를 대표하는 ‘엄마 매니저’로 알려질 만큼 외부 노출이 잦았고 김혜수의 친동생 김동현은 연예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열애설 공개에 대해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간에서 양가 부모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우선 제기된 부분은 김혜수 부모의 반대. 특히 김혜수의 모친이 유해진을 사위감으로 탐탁지 않아 한다는 소문이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피어난 것. 그렇지만 아직까진 추측에 의한 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반면 유해진의 부모 역시 그가 배우의 길을 걷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을 정도로 다소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해진의 부친이 김혜수와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추측도 난무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각자의 집안 행사에 동행하는 등 집안에서는 이미 연인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스포츠서울닷컴> 관계자는 “유해진이 김혜수의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30분 넘게 얘기를 나누고 나오곤 했다”며 “영화 <전우치> VIP 시사회에도 김혜수가 동생 김동현과 함께 왔었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 모두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나이다보니 양가 부모의 반대라는 소문과 달리 곧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더 높게 관측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