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국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왼쪽)과 이미경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한나라당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지난 3월 16일 전국 16개 시·도당에 대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공심위 구성을 둘러싼 친박과 친이의 힘겨루기가 일단 봉합되긴 했지만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돌입하면 계파 간 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집권당 사무총장이자 공심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를 이끌어 갈 정병국 의원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명한 공천을 통해 구태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정병국 의원을 지난 3월 19일 의원실에서 만나 지방선거와 관련된 얘기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공심위 구성이 끝났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당내 계파의 고정관념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 계파를 뛰어넘는 공정한 공심위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반신반의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공심위 구성을 하는 과정을 살펴본 친박과 친이가 이렇게 객관적이고 투명할 줄 몰랐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도당 공심위원장 분포를 보면 친이가 8명으로 5명인 친박에 비해 수는 많지만 실속은 없어 보인다는 평도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 대구 경북에 친박계가 임명되고 서울시당 역시 친이가 반대한 중립성향 이종구 의원이 맡았는데.
▲어느 지역을 구체적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실속이 무엇이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친박이든 친이든 선거에서 지면 공멸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최상의 공심위가 이루어졌고, 곧 그게 실속이라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후보자를 선정하는 일이 남았다. 공천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지.
▲이번에 한나라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몇 자리 얻어서 우리가 승리하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다.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으면 성공했다고 자평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기준을 만들었다. 성범죄 경선위법행위 금품수수 정치자금법위반에 해당될 경우 예외 없이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결과를 놓고 말한다지만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중에 몰매를 맞더라도 개혁을 해나갈 것이다.
―‘클린공천감찰단’을 상시로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 공천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비리를 발견하기 위해 공심위와는 별개로 운영할 것이다. 외부와 당내 인사가 반반으로 이뤄질 것이다. 후보로 선정되더라도 차후에 문제가 생기면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성희롱 전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민주당보다 앞서 영입하려 했다는 소문이 있다. 상충되는 것 아니냐(우 전 지사는 민주당에 복당했다가 공심위로부터 경선 참여 자격을 박탈당하자 지난 19일 탈당,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우 전 지사와 친분이 있어서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안다. 공을 들이고 있는데 민주당 쪽에서 대표가 내려오고 최고위원이 상주하며 우 전 지사를 영입하려 하자 나에게 ‘SOS’를 쳤다. 그래서 우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가려고 했다. 비행기 표까지 예약했다. 그런데 성희롱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듣고는 취소했다. 물론 우 전 지사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한 석을 더 따내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지난 선거를 돌이켜보면 공심위가 거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략공천이 많아지면 또 다시 그런 말들이 나올 것 같은데.
▲과거 기준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심위를 통한 경선이 원칙이다. 다만 경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시·도당 요구에 따라 전략공천을 실시할 것이다. 특히 오늘(19일) 공심위 회의에서 여성들은 서울 3곳, 경기 2곳, 부산 2곳, 나머지는 1곳 이상을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이상득 의원 등 여권 실세들과 청와대로부터 공심위의 독립이 보장될 수 있다고 보는지.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공심위엔 친박과 친이를 비롯해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투명하게 회의가 진행된다. 어디에도 그들의 의사가 들어갈 수 없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이재오 위원장이든 이상득 의원이든 호불호에 따라 특정 의원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보는데, 과연 그들이 그렇게 하겠느냐. 당으로서도 그들이 공심위에 개입하는 게 득이 될 게 없다.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제3후보론이 나오고 있다.
▲마타도어에 불과하다. 누가 그런 소문을 내는지 찾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어디에 내놔도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이런 라인업을 본 적이 없다. 무조건 경선이다. 서울시장 경선을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와의 합당 혹은 연대 가능성은 있나.
▲연대는 절대로 없다. 선거 때만 되면 정당이 지향하는 노선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연대하기 때문에 정치 불신이 쌓이는 것이다. 야당에게도 충고한다. 5+4 회의와 같은 식의 이합집산을 하지 말라. 다만 합당의 길은 열려 있다. 언제든 함께 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관여할지가 관심사인데.
▲언제든 기회만 되면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주요 인사고 대중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원해준다면 백만 대군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카운터 파트 격인 이미경 민주당 공심위원장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초선 때부터 상임위 활동을 같이해 개인적으로 친하다. 생각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 전 지사의 공천 자격을 박탈한 것을 보고 고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개혁은 혼자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와 치열하게 싸워 선거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함께 해주길 바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민주당 이미경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지역은 후보가 아주 많고 어떤 지역은 후보가 없어서 고민이다(웃음). 수도권의 경우 우리가 꼭 이겨야 되는 지역이라 반드시 야권연대를 해서 1 대 1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많은 호남의 경우 경선 방식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그것을 잘 조정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종걸 의원 등은 ‘100%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참여경선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해봤고 취지는 좋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면이 있다. 선거인단의 확인 과정에서 공정은 많이 드는 데 비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았다. 그래서 국민참여경선을 이번 지방선거에 도입하는 데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8일 1차로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지역 8곳을 발표했다. 애초 정세균 대표가 60곳 정도에 도입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도 한데.
▲2차 발표를 조만간 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여러 곳이 있는 지역들 위주로 고려했는데 지역위원장들이 자기 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참 좋은 제도”라고 하다가 막상 자기 지역으로 적용하려고 하니 서로 간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 지역 안에서 조직적 세가 강한 이들은 시민배심원제에 대해 꺼려했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받아달라고 짧은 시간 안에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1차 발표지역 중 대전시의 경우 민주당이 다소 열세지역이어서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대전시도 꼭 민주당이 열세라고 볼 수는 없다. 한 분은 4선의 국회의원이고 한 분은 국회의원을 지낸 시당위원장이기 때문에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 두 분 다 정책에 강한 분들이기 때문에 처음 도입되는 시민배심원제를 통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전이 정해졌던 것이다.
―진통 끝에 광주시장 후보 선출에도 시민배심원제 적용이 결정됐는데.
▲굉장한 노력과 설득 끝에 결정된 것이다. 쟁쟁한 여섯 분의 후보가 나왔고 그중에는 조직적으로 매우 앞서는 후보도 있었다. 그래서 이곳이야말로 시민배심원제를 통해서 또 다른 검증을 받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어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보니까 전남, 전북 쪽에서도 시민배심원제가 더 좋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제 조금씩 인식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했다.
―배심원단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배심원 풀을 2000명 정도 만들 예정인데 앞으로 어느 단체에 배심원단 요청을 했는지를 포함해 배심원단 구성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다. 그 안에서 무작위로 추출하기 때문에 누가 뽑힐지 알 수가 없다. 그 2000명이 누군지는 나도 모르고 공심위 내에서 이 일을 맡아 하는 두 사람 정도만 알게 된다.
―당내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많은데.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창당 이유를 잘 납득하지 못하겠다. 언젠가는 합쳐야 하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 창당했으니 야권연대에서 만나야 하는 현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참여당에서 영향력 있는 후보 단 한 사람이 유시민 전 장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웃음). 유 전 장관이 당장은 인기도가 높게 나올 수 있으나 후보의 적합도를 따지자면 김진표 후보나 이종걸 후보와 같은 ‘민주당 후보’가 높다고 본다. 민주당은 전체 500명 이상의 후보와 이들의 지지자들이 함께 팀워크로 뛰게 되지만 유시민 후보가 나온다면 이러한 팀워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데.
▲여론조사에서도 재판이 진행되면서 한명숙 전 총리의 후보지지도가 대폭 상승됐다. 이 재판이 애초부터 유력한 후보 흠집내기를 위한 표적수사라는 것이 첫 공판에서부터 드러나지 않았나. 재판 결과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우근민 전 지사가 공천심사위의 경선 참여 박탈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이미경 사무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우 전 지사는 결국 지난 19일 복당 16일 만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출마를 선언했다).
▲본인이 민주당에 복당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서 일종의 영입 형식으로 복당했다. 하지만 ‘모셔왔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복당심사위원들의 입장이었고 성희롱 전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우 전 지사가 이에 대한 소명을 준비했다고 해서 소명서를 받아보고 여러 가지 논의 끝에 복당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본인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반성의 기색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각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제주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당 차원에서는 아직 얘기된 바 없다. 본인이 수락할지 자신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웃음).
끝으로 당은 다르지만 같은 ‘공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물어봤다. 이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다.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은 엄연한 후보 탄압이다. 정세균 대표가 현역이 비리로 물러나게 되면 그 당은 후보를 내지 말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제안부터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며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