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 6차 핵실험을 기획하고 있으며 그 내부에서는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필자는 최근 북한 내부 고위급 소식통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국제정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북한 핵실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9일 5차 핵실험 이전부터 동시에 6차 핵실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북한은 이미 핵실험 실행에 있어 종합적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앞서의 내부 소식통은 그 시기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북한 내부에서는 차기 핵실험 시기에 있어서 미세한 조정과 고민이 반복해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고민은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그 고민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서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은 국내 대선을 겨냥해 올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핵실험을 감행하자는 쪽이었고, 또 다른 일각은 미국 대선을 겨냥해 그 시점을 소폭 앞당기자는 의견이었다.
전자는 무엇보다 국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국내 정계, 더 나아가 각 진영에 유의미한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었다. 후자는 미국 대선에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러한 시기 조정은 양쪽의 대립 속에서 최근까지 줄다리기가 진행됐으며 최근 들어서 미국 대선을 겨냥해 6차 핵실험 감행을 좀 더 앞당기자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앞서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보자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시기에 맞춰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북 분야에 있어서 양쪽 모두 이른바 ‘대화론자’들이 참모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일방적인 군사적 압박을 원 트랙으로 구사하는 방식보다는 군사적 압박을 겸하더라도 최소한 대화 창구를 보장하는 투 트랙 전략을 선호하는 참모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10월 21~22일 사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비공개 북미 접촉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미국에선 갈루치 전 북핵 특사,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이 나섰으며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대화에 임했다.
당시 갈루치 전 특사는 회담 직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회동 결과를 미국 차기 행정부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인수팀에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앞서의 비공식 접촉 목적이 미국의 차기 정권 입성을 앞둔 북미 간 사전 접촉의 성격이 짙다는 말이다.
북핵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다. 북한 스스로 차기 정부를 의식한다면 가장 강력한 카드를 통한 압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이것이 곧 다음 접촉에 있어서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앞서 내부 관계자가 말한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는 이러한 북미관계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전히 북한은 대남 집적 접촉보다는 대미 우회 접촉을 선호한다.
지난 10월 22일 미국과 북한의 비공개접촉 진행 중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북핵은 기존의 국방과학원이 이승기 당시 원장의 노력으로 제2자연과학원으로 거듭난 1968년을 주요 기점으로 한다. 이 기점을 시작으로 북핵의 기초적인 연구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알려졌다시피 이승기 당시 원장은 북한 내 최고 권위의 고폭 전문가였다. 이 시기 김일성 주석이 한 말이 있다. “역사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전쟁은 없었다. 핵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북핵과 미국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며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
다만 앞서의 6차 핵실험 시기는 미국 대선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게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의견 조율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까지도 여기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점점 축소되는 북한 핵실험 준비 및 휴지기도 살펴볼 부분이다. 북한이 예정대로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북한은 올 한 해에만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2006년 최초 핵실험 이후 지난 3차 핵실험까지 약 3년의 기간을 두고 핵실험을 진행했다. 반면 지난 4차 핵실험 이후엔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기간의 폭이 대폭 축소된 셈이다.
이는 곧 북한 핵실험이 점점 상시화되어 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필자가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지만 북핵은 퇴로가 없는 마지막 보루다. 더군다나 김정은 세습 이후 지도력 약화와 그로 인한 내환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상시적 가동은 한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최초공개] ‘북핵 지휘통제 체계도’…‘김정은 누이’ 김설송 핵심 역할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필자는 지난 1275호부터 1277호까지 연속 기고를 통해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 있었던 북한의 핵실험 및 핵 전략미사일의 관계 주요 조직을 공개한 바 있다. 필자는 앞서 공개한 주요 조직을 중심으로 그동안 크로스체크를 통해 수집한 지휘정보를 토대로 ‘북핵 지휘통제체계도(지휘도)’를 작성했다. 물론 필자가 이번에 공개하는 지휘도는 북한 내부 공식 문서가 아닌 내부 정보 수집에 따른 필자의 추정 지휘도로서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언론은 물론 학계에서조차 북핵 프로세스에 총체적인 접근이 부족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북핵 지휘통제체계의 정점에는 군 최고사령관이자 체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있다. 김 씨 가계를 놓고 보자면 북핵 지휘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김설송이 확실시된다. 나머지 김 씨 가계 주요 행위자인 김여정과 김정철의 영향력은 아직 파악된 바 없다. 북핵 주요 의제 상정 및 의사 결정은 김정은이 좌장으로 있는 핵안전관리소조에서 이뤄진다. 핵심 인사가 소조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정점에 위치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 밑에 북핵 분야는 크게 ‘핵 전략미사일’로 이분화된다. 앞서 밝혔듯 김정은의 누이 김설송은 핵실험 분야, 특히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국방위원회 내 서기실을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핵개발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진 ‘216연구소’는 국방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작동된다. 지난 기고를 통해 밝혔듯 본부 역시 국방위 건물에 있다. 핵 전략미사일의 지휘체계는 다시 ‘실행(발사)’과 ‘개발’로 양분되어 있다. 실행 분야에 있어서 실제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 조직이 바로 전략로켓사령부다. 앞선 기고에서 밝혔듯 전략로켓사령부는 산하에 전국 4개 기지 9개 분소를 두고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핵 전략미사일 개발 분야는 노광철 당 중앙위원을 필두로 하는 ‘온누리연구소’가 자리한다. ‘온누리연구소’는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지침을 받으며 총참모부가 관여하고 있다. 이밖에 북핵 지휘체계를 받고 있는 부서로 북핵실험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131지도국을 비롯해 영변에 위치한 핵원자력연구소, 제2자연과학원, 제2경제위원회, 내각의 원자력공업부와 기계공업부, 정찰총국,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있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