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 ||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수사진은 기소 당시만 해도 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김 총장도 유죄를 확신할 만한 내용의 보고서를 수사진으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김 총장도 이런 수사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공판이 진행되면서 상황은 검찰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뇌물 공여자이자 핵심 증인인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검찰 조사와는 다른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뇌물 사건의 특성상 공여자나 관련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바뀌면서 상황은 불리해진 것이다. 게다가 검찰 측 증인이었던 당시 경호원들도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하면서 검찰은 그야말로 코너까지 내몰렸다. 특히 총리 공관에 대한 현장 검증이 이뤄진 지난 3월 22일 전까지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진에 대한 ‘파면’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는 가동할 수 있는 정보 라인을 모두 동원해 수사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또한 위증혐의가 있는 전직 경호원 윤 아무개 씨를 불러 재조사를 실시했다. 핵심 증인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것에 대한 변호인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이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수사진이 다급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3월 19일 뜻밖의 ‘대어’를 건졌다. 한 전 총리가 지난 2008년 제주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는데 이 비용을 곽 전 사장이 대납했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공소 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고 골프를 친 시점도 뇌물사건에서 2년이 지난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검찰은 증거채택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은 이번 일로 수세에 몰리던 상황이 일거에 역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여세를 몰아 공소장 내용 변경도 결정했다. 공소사실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 내용 중 “5만 달러를 건네줬다”는 부분을 “5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오찬장 의자 위에 놓고 나오는 방법으로 돈을 건넸다”는 식으로 변경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판 과정에서 수시로 바뀌었던 검찰 수사진의 분위기가 오는 4월 9일 1심 선고에서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