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출석한 최순실 씨.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주요 역점사업으로 내걸고 추진했다. 그만큼 예산 증가율은 평균 증가율보다 높았다. 정부예산안과 함께 제출된 중기재정계획(2016~2020)에서도 12개 분야 연평균 증가율이 3.5%인 반면 문화·체육·관광은 6.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기에 최 씨와 차은택 감독 등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씨 측은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사업’ ‘문화창조센터 건립’ 등 모두 12건의 사업과 관련해 1796억 원의 예산안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박 대통령 지원 아래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으로 확대돼 전국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278억여 원에 달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은 전체 예산이 삭감 대상에 올랐다.
이외에도 야권은 구 관광공사 사옥에 한류 체험형 문화 관광시설을 구축하는 K-Style Hub 사업,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등을 리모델링해 공연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케이팝 아리나 사업, 대통령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등에 과다 편성된 예산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해외원조사업도 삭감 대상에 올랐다. 미르재단을 통해 최 씨 측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코리아에이드 예산(143억여 원)도 그중 하나다. 이 사업은 2016년 예산이 50억 원이었는데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또 행정안전부의 새마을운동 자원사업 예산(72억 원), 태권도진흥사업(168억 원), K-Meal 사업(25억 원) 등도 삭감 대상에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 예산(120억 원) 또한 ‘범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위풍당당 코리아벤처펀드 예산(440억 원)에 대해서는 전액 삭감을 벼르고 있다.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최 씨와 관련자들은 관계 요직을 차지하고 예산도 자신들의 의도대로 편성, 반영하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가 예산을 마치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취급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예산을 감안해 심도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업 등은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전액 삭감돼야 한다”고 밝혔다.
눈에 불을 켜고 ‘최순실 예산’을 찾아 삭감하자는 야권과 달리 여당에선 고심하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 상황에서 삭감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무작정 비토를 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여당 소속 한 관계자는 “기준을 정해야 된다. 야당은 모든 것을 삭감하자고 하는데 사실 어렵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도 전액 삭감 주장은 나오고 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28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 예산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을 낼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3일까지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로 나눠 부별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경우 2017년 예산안 심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예산 정국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헌법상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