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가들을 비롯한 미 언론들의 예측도 엇갈리고 있긴 마찬가지다. 막판에 악재가 터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클린턴의 낙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행운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밖에 다소 기묘하면서도 색다른 방법으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후보들의 목소리, 신장에 따라 혹은 올림픽 개최지, LA 레이커스 경기 성적 등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미 대선 결과를 둘러싼 갖가지 흥미로운 예측들을 소개해본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결과에 관한 갖가지 흥미로운 예측들도 난무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사실 <ABC>와 <워싱턴포스트>는 1%포인트는 근소한 차이이기 때문에 사실 트럼프의 승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여기에 한 가지 단서를 더 붙였다. 요컨대 선거인단 수를 보면 클린턴이 승리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분석 결과를 별도로 내놓았던 것. 11월 1일을 기준으로 봤을 때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279명, 그리고 트럼프는 180명으로, 매직넘버(270명)를 넘긴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던 것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확보 숫자 역시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요동치고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이메일 스캔들 후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226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승리할 확률을 88%로 점치고 있는가 하면,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의 승률로 클린턴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이는 비록 이메일 스캔들이 막판 변수가 되긴 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클린턴 지지자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저명한 대선 분석전문가들, 이른바 대선 족집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2007년부터 대선 결과를 예측해온 통계학자 겸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의 경우에는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그는 2008년 대선, 상원의원 선거, 2012년 대선을 모두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특히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가 맞붙었던 2012년 대선 때는 50개 주의 결과를 모두 맞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직접 개발한 예측 모델을 통해 실버는 클린턴의 승률을 79.1%로, 그리고 트럼프의 승률을 20.8%로 예측했다. 선거 및 정치분석 웹사이트인 ‘파이프써티에잇’을 통해 이와 같은 예측 결과를 발표한 실버는 하지만 이메일 스캔들이 재점화되자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긴 하겠지만,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반면 아메리카대학의 앨런 리히트먼 교수와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헬무트 노포스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1984년부터 30년 동안 치러진 여덟 번의 대선 결과를 모두 맞춘 리히트먼 교수는 여론조사나 언론 보도, 개인적 견해보다는 자신이 개발한 ‘진실 혹은 거짓’ 질문들을 바탕으로 한 선거 결과를 내놓으면서 “매우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1996년 대선 예측 모델을 개발한 후부터 단 한 차례(2000년 대선)를 제외하고 모든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온 노포스 교수는 지난 2월 공화당 경선이 한창일 무렵부터 일찌감치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었다. 당시 노포스 교수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낙점될 경우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클린턴과 맞붙었을 때는 97%의 확률로, 그리고 버니 샌더스와 맞붙었을 때는 99%의 확률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선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로, 각당의 경선에서 더 강력했던 후보가 결과적으로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이와 관련, 노포스 교수는 “(양당을 통틀어) 경선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후보는 트럼프였다. 따라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예측 모델을 1912년부터 지난 100년 동안 치러진 대선 결과에 소급 적용해 보면 놀랍게도 1960년 대선(존 F 케네디 대 리처드 닉슨)을 제외하고 모두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 모델은 수시로 변하는 정치적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가령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록 파문이나 이메일 스캔들처럼 돌발 변수들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전문웹사이트인 <폴리티코>는 다소 기묘하면서도 색다른 예측들을 소개했다. 먼저 후보들의 목소리 톤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주장하는 ‘클로프스태드 모델’이 있다. 마이애미대학의 케이시 클로프스태드 교수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유권자 모두 중저음 목소리를 가진 후보에게 더 호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이번 11월 선거에서 저에게 투표해주십시오”라는 목소리를 저음과 고음으로 각각 변형해 남성과 여성에게 들려준 후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남녀 모두 목소리가 저음인 후보가 더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단, 만일 상대 후보가 여성일 경우에는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후보가 더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델을 2016년 대선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트럼프의 목소리 진동수는 남자치고는 비교적 높은 215hz다. 그럼에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자신보다 목소리가 더 저음인 다른 후보들을 모두 물리치고 후보로 지명됐다. 가장 목소리가 저음이었던 존 케이식(147hz)조차도 트럼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트럼프보다 목소리가 높았던 후보는 두 번째로 지지율이 높았던 테드 크루즈(234hz)였다.
단, <폴리티코>는 ‘클로프스태드 모델’에 따르면 트럼프의 비교적 높은 목소리는 여성 후보를 상대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하면서 그 결과 이번 선거는 클린턴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들의 신장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도 있다. 다시 말해 키가 클수록 선거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역사학자인 말콤 글래드웰 역시 자신의 저서 <블링크>에서 <포춘>이 선정한 500대 CEO 가운데 58%가 최소 182cm 이상의 장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여러 학문적 연구에 따르면, 대선 후보의 신장이 클수록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은 높아진다. 실제 유권자들은 TV 시대가 도래한 1948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키가 더 큰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1988년 당선됐던 조지 H. 부시의 키는 189cm였던 반면, 경쟁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의 키는 177cm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의 신장을 살펴보면 동시대 남성들의 평균 신장보다 더 컸던 것을 알 수 있다(로널드 레이건 185cm, 빌 클린턴 188cm, 버락 오바마 185cm) .
그렇다면 클린턴과 트럼프는 어떨까. 현재 공식 발표된 바에 따르면 클린턴의 키는 173cm, 트럼프의 키는 192cm로 둘 모두 남녀 평균 신장보다 크다. 하지만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는 처음인 까닭에 무작정 신장만으로 이번 결과를 예측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두 후보 모두 신장을 속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 가령 클린턴은 2008년 처음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을 때는 신장을 167cm라고 공개한 바 있었으며, 트럼프 역시 경선 당시 젭 부시와 나란히 섰을 때 192cm인 부시보다 작아 보이면서 실제로는 192cm가 안 될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2000년과 2004년 대선이 그랬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182cm)는 자신보다 키가 큰 앨 고어 후보(185cm)를 물리치고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004년에는 무려 11cm나 더 큰 존 케리 후보(193cm)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2012년 오바마 역시 자신보다 키가 큰 미트 롬니 후보(188cm)를 제치고 승리한 바 있다.
때문에 신장이 꼭 클린턴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 <폴리티코>는 만일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이 승리할 경우, 그리고 실제 클린턴의 키가 167cm라고 가정할 경우, 클린턴은 제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163cm) 이후 최단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년 이상 선출직으로 근무했는지 여부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라우치의 법칙’도 있다. 2003년 <내셔널저널>의 조너선 라우치가 주장한 이 예측 모델은 처음 주요 관직(하원의원, 상원의원, 주지사, 시장 등)에 선출된 후 행정부(대통령 또는 부통령)로 진입하는 데 14년 이상이 걸렸다면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래 린든 존슨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에게 적용됐다.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경험 많은 지도자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경험 많은 지도자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클린턴의 경우를 보면 클린턴은 2000년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이는 다시 말해 14년 넘게 공직에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2008년 국무장관에 임명됐기 때문에 행정부 요직을 맡는 데는 8년이 걸린 셈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클린턴이 상원의원에 당선되기 전부터 국가적 관심을 받은 인물, 즉 영부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복잡해진다. 영부인으로서의 기간도 14년에 포함시켜야 하는 걸까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클린턴이 정치 신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라우치의 법칙’에 따르면 정치 신인인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유리하다.
이밖에 올림픽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1968년 이래 모든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최근의 올림픽 개최국이 과거에도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있는 나라일 경우에는 집권당이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한다. 반면 개최국이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라면 집권당은 정권을 빼앗기게 된다(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제외).
이를 가정으로 한다면 이번 대선은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다. 지난 8월 열렸던 리우 올림픽 개최국이었던 브라질은 이번이 첫 번째 올림픽이었며, 심지어 남미에서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이었다.
미 프로농구팀인 LA 레이커스의 지난 시즌 NBA 결승 진출 여부와 대선 결과를 연관짓는 법칙도 있다. 1960년 이래 모든 대선에서 LA 레이커스가 NBA 결승에 진출한 해에는 공화당이 승리했다는 것이다(단, 2008년은 제외). 우승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결승에만 올라가도 그랬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2015-16년 시즌 LA 레이커스는 결승은커녕 NBA 팀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부진했다. 디비전 꼴찌였던 LA 레이커스의 승률은 약 21%였다. 이를 토대로 대선을 예측해보면 클린턴이 ‘슬램덩크’ 수준으로 시원하게 이길 것이다.
‘오스카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의 결말이 해피 엔딩이었냐, 새드 엔딩이었냐를 보면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교사이자 역사 전문작가인 야코포 델라 퀘르치아가 주장한 이 법칙은 만일 해피 엔딩일 경우에는 집권당이 승리하고, 새드 엔딩일 경우에는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령 1976년 수상작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결말은 비극이었다. 그 해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는 재임을 노리던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를 누르고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를 이뤘다. 불행한 결말로 끝나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작품상을 수상한 1980년에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최우수 작품상은 <스포트라이트>였다. 아동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보스턴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파헤치는 충격적인 스캔들을 다룬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해피 엔딩이라고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침울한 결말이라면서 새드 엔딩으로 받아들이는 등 보는 사람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이다. 때문에 끝까지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이번 대선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이번 대선에서도 위의 법칙들은 얼마나 적중할까. 결과는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핼러윈 마스크 판매량 보면 대선이 보인다? 일부에선 핼러윈 마스크 판매량으로 대선 결과를 점치기도 한다. 이번 핼러윈에선 55% 대 45% 비율로 트럼프 마스크가 클린턴 마스크보다 많이 팔렸다고 한다. 미 대선 직전인 10월 31일에 열리는 핼러윈 축제를 보면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미 유명 코스튬 체인점인 ‘스피릿 핼러윈’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핼러윈 마스크 판매량과 대선 결과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스크가 더 많이 팔린 후보가 결국은 당선된다는 것. 그렇다면 이번 핼러윈은 어땠을까. 결론적으로는 트럼프 마스크가 클린턴 마스크보다 더 많이 팔렸다. ‘스피릿 핼러윈’ 측은 클린턴 45% 대 트럼프 55% 비율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왜 트럼프 마스크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구매자들은 ‘재미있어 보이려고’라고 응답했던 반면, 클린턴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들은 ‘클린턴이 좋아서’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NBC>는 1996년 이후의 대선 결과를 조사한 결과, 실제 핼러윈 때 더 많이 팔린 마스크의 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