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지냈던 김 내정자는 더불어민주당 대신 국민의당 합류 쪽으로 기울었다. 그간 ‘계파 패권주의’에 매몰된 한국 정치를 비판해온 만큼, 제3 지대에서 새로운 정치를 통한 한국 정치의 구체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총리 내정 소감을 밝히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김 내정자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되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김 내정자가 다섯 차례나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 전 대표 등 안철수계 내부에서도 김 내정자의 입당을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다.
국민의당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김 내정자는 첫 번째 원내 진입 기회를 거부했다. 4·13 총선 전 신당 창당 당시 국민의당은 안철수계 중심의 2012년 진심캠프 멤버와 민주당 탈당파로 양분됐다.
외곽지대에는 당시 김 내정자를 비롯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김성식 의원 등이 포진했다. 이 중 윤 전 장관은 한상진 서울대 교수와 함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김 의원은 총선 출마를 통해 안 전 대표와 함께 유일한 수도권 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 내정자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은 끝내 합류가 불발됐다.
김 내정자가 거부한 이유로는 ‘기성 정치인 중심’의 창당이 꼽힌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이 ‘안철수계 vs 민주당 탈당파’ 구도로 흐르자, 새 정치 깃발을 들고 입당할 명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당시 김 내정자를 물밑 지원했던 한 인사는 “전문가그룹에선 신당 창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된 데 대한 우려가 컸다”며 “전문가그룹 내부에선 이 구도 안에 섣불리 들어가는 것은 죽는 길이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와 함께 외곽에서 ‘그루핑’을 형성했던 이상돈 의원 등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합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의원은 신당 창당 과정에서 연일 박 의원을 향해 “신당에 가서 큰 정치를 하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김 내정자 입당도 무산됐다. 급기야 양 날개의 조화로 평가받았던 한상진·윤여준 공동창당위원장 간의 불화설까지 일면서 새 정치의 깃발은 퇴색됐다.
일각에선 김 내정자가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진 4·13 총선에서 야권의 패배를 예상, 합류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4·13 총선 전망 미스로 합류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다. 야권 한 관계자는 “20대 총선에서 누구도 야권이 과반 의석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더군다나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녹색 돌풍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겠냐”라고 말했다.
4·13 총선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강연정치를 펼쳐온 그는 국민의당 후보로 내년 재보선에 출마할 채비를 하다가, 박근혜 정부의 신임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