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험멜은 충주 시내 곳곳에 작별을 암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요신문] 무리한 양적 팽창이 부작용을 낳은 걸까. 프로축구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가 하위권 팀에서 연이은 악재가 터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리그 순위표에서 나란히 최하위에 위치한 충주와 고양으로부터 각각 연고이전과 프로 탈퇴설이 흘러나오며 이를 접한 팬들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 재정 문제로 ‘새 집’ 찾는 충주 험멜
그 동안 K리그는 연고이전이라는 홍역을 수차례 앓아왔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중요시하는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기존의 연고지를 버리고 안방을 옮긴다는 것은 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현재 K리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FC 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성남 FC 등은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연고이전 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연고이전은 예민한 사안이지만 충주가 최근 연고를 옮길 의향을 내비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충주가 이사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굴지의 대기업이나 지자체가 운영을 하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충주는 중소 스포츠 용품사인 험멜이 팀을 꾸리고 있다. 이들의 재정적 한계로 충주는 2부 리그에서도 다른 팀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운영되고 있다.
팀은 충주시 측에 보조금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시의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절반인 5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팀은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주는 지자체로 연고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 구단 관계자는 “다른 연고를 알아보고 있지만 충주시와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남을 수 도 있다. 충주시와 갈등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팬들은 충주의 전적을 거론하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지적했다. 충주는 과거부터 의정부시, 이천시, 서울 노원구 등을 떠돈 전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작은 마찰에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충주시를 떠난다는 것이다. 반면 충주시가 구단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탓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 ‘문제아’ 고양 자이크로FC, 이제는 프로 탈퇴?
충주의 연고이전 설과 더불어 고양 자이크로FC는 프로 탈퇴 가능성을 내비쳐 축구계의 시름을 깊게 만들었다. 지난 10월 28일 이영무 구단 이사장이 프로축구연맹에 프로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고위층의 결정이 아직 사무국 직원들까지 전달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다.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이 나면 내용을 발표 하겠다”고 말했다. 구단이 프로의 지위를 포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부족한 예산이 꼽혔다.
연습경기에서 고양 자이크로 FC 선수들이 워십댄스를 추는 장면. 유투브 영상 캡처.
그나마 중하위권을 유지하던 성적도 올해부터는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다. 5월부터 9월까지는 25경기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해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즌 최종 결과는 2승 10무 28패로 최하위였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종교색 논란과 저조한 성적에 고양시민들의 관심은 멀어져 갔고 그간 ‘대표 비인기 구단’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의 연고지가 인구 100만의 경기 북부 최대 도시인 고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올 시즌 고양 홈구장에서 치러진 20경기에서 평균관중은 400명을 넘지 못했다.
고양 구단과 관련해 김현회 축구 전문 칼럼리스트는 “고양 자이크로는 프로 팀으로서 팬에게 경기나 마케팅으로 즐거움을 제공해야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을 중점적으로 뒀다”며 “실질적으로 이영무 이사장이 팀을 혼자 이끄는데 견제 세력도 없었다. 구단 운영자체가 프로의 상식에서 벗어난 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양은 재정 문제도 전혀 투명하지 않다. 들리는 얘기로는 교회 헌금으로 운영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민구단의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구단은 재무제표 열람으로 재정 상황 확인이 가능하다.
고양은 구단 재정 관리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고양은 스포츠토토 보조금 일부를 구단 운영비로 사용하고 약 1억 원은 재무이사가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조금 유용에 연루된 구단 직원과 대행사 직원 등 9명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스포츠토토 보조금은 유소년 지원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 “프로연맹의 무리한 리그 확장 탓”
2013년 이전까지 하부리그 창설과 승강제 실시는 대한민국 축구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분주히 움직인 끝에 2013년부터 2부 리그 운영으로 승강제를 실시할 수 있었다.
당시 연맹은 2부 리그를 창설하며 새 팀 창단·실업팀 프로화 등의 방식으로 6팀을 리그에 합류시켰다. 그간 승강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이번 사태로 연맹은 ‘2부 리그 운영을 위한 무리한 팀 수 늘리기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김현회 칼럼리스트도 “고양이 프로화를 처음 선언했을 때부터 우려가 많았다”며 “연맹도 이 구단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K리그 챌린지의 구색을 갖추
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팀을 프로리그에 참가 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끈 떨어진 연’이 됐다” 충주 팬의 슬픔 중계 화면에 잡힌 충주팬 김순자 씨. 그는 지난 7월 강원 FC와 충주의 경기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씨는 이날 친한 동생과 단 둘이 경기장을 찾아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특히 이날 경기는 월요일 저녁에 치러졌고 멀리 강릉에서 열린 충주의 원정경기였기에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나는 구단과 시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어찌됐든 서로 잘 협의해서 다른 곳으로 팀이 옮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 |
“프로 탈퇴, 고양시에도 책임 있다” 고양 자이크로 FC의 프로 탈퇴 선언이 알려지며 같은 지역 내 고양시민축구단 지지자들은 성명서를 내며 “고양 자이크로 FC 사태는 프로축구단을 쉽게 보유하고자 했던 고양시의 오만함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양시는 최성 시장 취임 이후 박리다매 전략으로 프로스포츠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프로 스포츠구단들을 고양시로 최대한 많이 데려오는 것이 고양시 프로스포츠 정책”이라며 “쉽게 이사 온 구단들은 고양시에서 떠나기도 쉽다. 이는 프로스포츠의 제일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지속성’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양시는 ‘시민 삶의 질 향상’ 이라는 명목 아래 스포츠 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 2011년에는 대구에 있던 프로농구 오리온스 팀을 데려왔고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빈자리에는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NC 다이노스 야구단의 2군 팀이 2015년부터 고양시에 자리 잡게 됐다. 고양시민축구단 지지자 그룹은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면 4만 명 넘게 고양종합운동장에 운집하는 고양시는 축구 인기가 적은 도시라 쉽게 폄하될 수 없다”며 “고양시 당국은 지금이라도 고양 자이크로 FC와 협력 관계를 청산하고 지역에 오래 뿌리 내릴 수 있는 팀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