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선임되면서 JY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이 갤럭시노트7(갤노트7) 발화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뤄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재용폰’이라 불린 갤노트7이 발화하고 단종되면서 ‘관리의 삼성’ 이미지가 추락했다. 아직까지 발화 원인조차 밝히지 못해 국내외에서 비난을 산 만큼 이 부회장이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탓에 올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기간에 진행했던 지난 두 차례의 인사와 다른, JY식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풀이가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이 뉴삼성 시대를 열면서 가장 쉽게 조직의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인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사의 강도와 폭은 갤노트7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갤노트7 사태의 원인이 밝혀지면 책임은 경영진이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3인방, 즉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사장은 갤럭시 사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SDS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핵심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진 인사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이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은 데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사장단을 포함해 큰 폭의 인사개편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이 가장 많고 후계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인식되는 삼성SDS는 연말 큰 폭의 인사 단행이 전망된다. 실적이 썩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부회장이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만큼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SDS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사장을 교체한다면 신상필벌과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성 삼성SDS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의 가신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의 서울고 후배다. 그러나 정 사장이 지난해 12월 삼성SDS 사장에 선임된 만큼 1년 만에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러모로 정 사장의 연말 거취가 관심을 모은다.
삼성그룹 인사를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미래전략실(미전실)이다. 이건희 회장의 가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여겨지는 미전실은 재계에 ‘계열사 위의 계열사’,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JY시대에 들어서면서 미전실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전실이 서서히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재계 관계자들이 있을 정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전실 축소와 인사에 관해서는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실적 부진 탓에 연말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스타일로 볼 때 문책성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월 말께 정기인사를 시행하는 현대차는 지난 10월에만 문책성 인사를 두 차례나 단행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7일 중국법인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10월 14일에는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했다. 두 번의 인사 모두 판매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문책성 인사를 한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는 원인으로는 신차 라인업의 매력도 하락, 수입차 선호 현상 강세 등이 꼽힌다. 다시 말해 고객들이 더는 애국심만으로 현대차를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르노삼성·GM대우·쌍용 등 국내 경쟁 업체들의 내수 판매 약진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안다”며 “현대차에 대한 국민 신뢰가 계속 추락하는데도 현대차는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선이 나올 정도다. 현대차 내부 한 직원은 “연구개발보다 부동산 투자에 더 신경 쓰는 지금의 경영진에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또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 등 내부 문제로 연구개발과 품질경영의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해 경영 화두로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SK그룹 역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이 이미 성장 정체를 지적·질타한 데다 2017년 핵심 키워드로 ‘혁신’에 방점을 찍은 터다.
올해 SK그룹 대표 계열사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7조 59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가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3분기 매출액 9조 703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22% 급감했다. 내수시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SK텔레콤도 돌파구가 필요하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이동통신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는 탓에 신성장동력 찾기와 혁신이 절실하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12일에 열린 ‘2016 SK CEO세미나’에서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한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러한 최 회장의 주문이 연말 대대적인 인사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SK그룹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인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말 인사를 단행할 예정으로 알려진 LG그룹 사정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LG전자 MC사업부(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올해 최악의 성적을 낸 탓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 3분기 436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적자 폭마저 확대되자 조준호 MC사업본부장(대표이사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조 본부장의 임기는 오는 2019년까지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가 종결된 만큼 새로운 각오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라도 조직 개편이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 10월 25일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 축소와 그룹의 비전 변경을 공언했다. 롯데는 현재 맥킨지에 조직 개편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롯데그룹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기 인사가 12월 말로 예정돼 있으며 현재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