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점이 인정된다. 양측 모두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 피고(나훈아)는 원고(정수경)에게 12억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지연 손해금 역시 전달하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나훈아의 저작권은 재산 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가사 1단독 심리로 나훈아 정수경 부부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 따르면 우선 위자료는 없다.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자료 없이 재산분할로 나훈아가 정 씨에게 12억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이혼이 마무리된 것.
5년여의 소송 끝에 법원이 정수경 씨가 제기한 이혼을 판결했지만 실질적인 승자는 나훈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재산 분할액이 12억 1000만 원이라는 부분이다. 분명 12억여 원은 꽤 많은 재산 분할액이지만 나훈아가 오랜 기간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가수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재판부가 정 씨의 재산 형성에 기여도를 낮게 봐서 재산분할액을 이 정도로 책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 측 법률대리인인 이인철 변호사는 “통상적인 이혼 소송 수준으로 재산 분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나훈아 명의의 재산이 일반인들의 상상처럼 그리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 이번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은 그리 중요한 쟁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씨 측이 이미 나훈아의 재산 규모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통상적인 수준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선 양측 모두의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는 별도로 없다.
만약 나훈아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을지라도 위자료는 수천만 원 정도 수준으로 12억여 원의 재산분할액을 감안할 때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 결국 이번 이혼 소송의 핵심 쟁점은 저작권료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 씨 측인 이번 이혼 소송에서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음악으로부터 저작권료로 매월 지급받는 돈 중 50%를 원고에게 양도하고, 위 각 법인에게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는 청구 취지를 밝혔다. 최근 이혼 소송에선 연금을 분할하라는 판결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이 아니라 장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재산분할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훈아의 저작권료 역시 재산분할대상이 될 지가 이번 재판의 중요 쟁점이었다.
워낙 히트곡이 많은 가수인 터라 나훈아는 저작권료로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강진의 ‘땡벌’ 처럼 나훈아가 작사 작곡해서 후배들에게 줘 히트한 노래들도 많다. 따라서 저작권료가 재산분할에 포함될 경우 그 가치는 이번 판결에서 결정된 재산 분할액 12억 1000만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훈아-정수경 부부의 다정한 한때. 일요신문 DB
이 때문에 나훈아가 실질적으로 이긴 재판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관건은 항소 여부다. 나훈아 정수경 부부의 첫 번째 이혼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두 번째 이혼 소송은 아직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이번 판결이 1심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항소가 이뤄지면 다시 한 번 법정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혼에 반대 입장을 펼쳐온 나훈아 측이 패소했기 때문에 항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도 있지만 저작권료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 재판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나훈아의 가요계 컴백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는 부분도 항소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이혼 소송이 모두 마무리되면 가요계 컴백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 씨 측은 다르다. 이혼이란 결과만 보면 승소했지만 저작권료가 재산분할에서 빠진 건 불만이다. 그러나 정 씨 측이 항소할 경우 부담감은 적지 않다. 이 경우는 재산다툼에 돌입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씨 측 이인철 변호사는 “항소 여부를 고민 중”이라며 “정 씨와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