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와 이반카
첫 이혼의 이유는 트럼프가 17세 연하인 말라 메이플스라는 여인과 사귀었기 때문. 트럼프와 말라 메이플스는 1989년에 만나 1993년에 결혼, 그해 딸 티파니 트럼프를 낳았다. 두 사람은 1999년에 이혼했다. 이후 트럼프는 24세 연하의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인 멜라니 크나우스와 결혼, 2006년 아들 바론 트럼프를 낳았다.
최근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두 딸 이반카와 티파니다. 특히 이반카는 단순히 ‘대선 후보의 딸’이 아니라, 도널드의 가장 믿을 만한 참모이기도 하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에 모델 출신인 이반카는 와튼 비즈니스 스쿨을 3등으로 졸업한 재원이며, 아버지의 회사에서 개발 및 인수 파트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패션 감각을 살려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으며, 부동산과 호텔 경영 쪽의 경험도 풍부한 비즈니스 우먼이다.
10대 시절 <세븐틴> 표지를 장식한 이후 베르사체 패션쇼 런웨이에 서기도 했으며,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를 비롯 스포츠 잡지인 <골프매거진>과 패션 매거진인 <하퍼스바자> 등 다양한 분야의 매체에 표지를 장식했던, 흔치 않은 인물이다. 지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조지 해리슨의 노래 ‘Here Comes the Sun’과 함께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햇볕보다 따스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도 바로 이반카였다.
티파니 트럼프 역시 모델 출신으로,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열심히 도왔다. 그녀는 언니에 이어 공화당 전당대회 두 번째 날에 등장해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티파니의 인스타그램은 유명하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딸인 키아라 케네디, 화가 앙리 마티스의 고손녀인 가이아 마티스, 농구 선수 매직 존슨의 아들 E.J. 존슨 등 이른바 ‘위대한 혈통’들과 찍은 사진들이 종종 발견된다. 이반카 역시 힐러리의 딸인 첼시 클린턴이나, 전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의 딸 조지아나 등과 친구이며 2007년엔 힐러리에게 기부한 적도 있다. 이외에도 성인이 된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바른 생활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트럼프의 ‘자식 복’만은 부러워할 만하다.
이반카 트럼프
딸들이 성인이 되면서 그 강도는 더 심해졌다. 2006년에 토크쇼 <더 뷰>에 당시 25세인 딸 이반카와 함께 출연했을 때였다. 네 명의 여성 진행자들이 이끄는 쇼였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도널드에게 물었다. “만약에 <플레이보이>에서 딸에게 화보 촬영 제안이 온다면 아버지로서 어떤 입장인가?” 도널드는 별 문제 아니라는 듯 “예쁘게만 나온다면 아무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 딸만 아니라면, 난 이반카와 데이트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트’라는 완곡한 단어가 사용되긴 했지만, 이것은 명백히 근친상간적 함의를 지닌 말이었고, 진행자들은 “그만!” “역겨워!” “트럼프 당신, (양녀와 결혼한) 우디 앨런이야?” 라며 고함을 질렀다. 토크쇼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웃고 넘어갔지만, 이 대목은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티파니 트럼프
2015년에 하워드 스턴의 라디오 쇼에 나왔을 땐 이반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며 자신의 유전자가 얼마나 뛰어난지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은 후 “180센티의 키에 퍼펙트 바디”라며 이반카를 치켜 올렸다. 이후 파파라치들은 도널드가 이반카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사진을 찍었고, 이외에도 심심찮은 스킨십 사진들이 나돌았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어쩌면 그건 그에게 뿌리 깊게 박힌 여성관 때문이다. 이반카나 티파니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재능과 열정을 지닌 여성들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딸들의 외모만 강조한다. 이것은 여성에게 중요한 건 내적 능력보다는 외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도널드 트럼프의 남성 중심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페미니스트들의 분석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