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8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정국 현안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08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 방문 역시 ‘일방적’이란 평이다.
“박 대통령 나름대로 더 적극적으로 직접 국회에 나아가 본인 의사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야당 입장에서 일방적이라고 문제제기 할 수 있다. 이제는 국회도 여야 간 입장을 정리해 화답을 해야 할 때다. 야당도 마냥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정 의원의 바람과 달리 야3당 대표는 9일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의를 보였다는 뜻인가.
“박 대통령이 직접 왔으니까. 그것도 여야 지도부를 만나러 온 게 아니다. 국회의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어쨌든 야당도 이제 답을 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인데.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께서) 탈당해야 한다. 다만 그 주장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이 사건에 있어서 대통령께서 직접 연루가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새누리당도 자유롭지 않다. 결과론적으로, 또한 극단적으로 본다면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우선 나부터 자유롭지 않다. 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앞장섰고 그 동안 당·정 협의를 하면서도 이러한 부분들을 몰랐으니 분명 당과 내게도 책임이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
“야당과 국민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탈당을 요구할 염치가 없다. 대통령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제안대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한다면 어떤 과정이 바람직한가. 여야는 물론 야당에서조차 이견이 있을 텐데.
“우리 여당 입장에서 절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 결국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후보는 낼 수조차 없기 때문에 야당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야당 안에서 빨리 합의해서 추천하면 우리가 동의해주고 대통령이 지명하면 된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협의 역시 마찬가지인가.
“결과적으로 지금은 야당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야당 동의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우병우 전 정무수석의 검찰 조사 태도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전개되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우 전 수석과 관련해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바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옷을 벗고 가서도 그런 작태가 목격됐다. 이제 국민들이 검찰을 못 믿는다. 그러니까 특검 얘기도 나오는 것이다. 절대 우병우 사건이 유야무야 되어서는 안 된다.”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우병우를 향한 특검제를 해야 한다. 우병우는 최순실 사건에 자유로울 수 없다. 최순실은 인사에도 개입했다. 인사 검증은 우병우가 책임자다. 또한 청와대 내에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 감독을 못했다. 이것은 상당히 큰 문제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정진석 원내대표가 나서서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외부에는 꼭 당권 싸움으로 비쳐지지만 절대 아니다. 이정현 대표 하나를 사퇴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난국을 수습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당 지도부 사퇴 의견이 나온 것이다.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하는데 여야 간 대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안 되고 있다. 야당은 이 대표를 최순실 사건의 부역자로 본다. 그렇다면 수습을 위해 본인이 길을 비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본인이 스스로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니, 이건 안 되는 일이다. 나도 이제 더 이상 구차하게 물러나라 말라 하고 싶지 않다. (이정현 대표가) 버티겠다면, 나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고 나서겠다.”
―만약 당 지도부가 사퇴한다면 비상대책위 체제가 가동된다. 차기 비대위 구성 및 수습 수순은.
“국민들이나 당원들이나 재창당을 주문하고 있다. 재창당 수습을 밝아가야 한다. 꼭 비대위가 아니더라도 재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보다 빨리 수습하려면 현 지도부가 빨리 물러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당 개혁과 재창당의 모든 것을 맡아 재빨리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 지도부가) 계속 깔고 뭉개고 있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으면서 사태만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비대위 차원의 개혁 수준을 넘어 재창당으로 가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비대위 구성에 외부 인사 영입 역시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고 모든 인사들이 다 포함되어야 한다.”
―지난 3일 박영선, 김성식 의원 등 야권 비문·비주류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비상시국회의라 표현된 당시 자리의 성격은 무엇이고 상시 회의체제 가능성은.
“당시 모임을 구성하기 전부터 여야 간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 있었다. 그런 뜻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모여서 대화를 했고 그 대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난국을 수습하는데 있어서 여야 대표 간 대화가 안 되고 있다. 가운데서 대화가 될 수 있는 국면을 마련하고 조율하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 만나고 있다.”
2007년 당시 정병국 의원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안내하고 있다. 정 의원 옆에 남경필 경기지사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앞서의 질문과 연결지어보면 현재 중간 지대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제3지대론’과 관련해 정 의원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3지대론 자체가 아직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국민적 여망이 현재의 정치인들과 정치 체제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 새로운 체제와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며칠 전 우리당 원내회의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이 내게 ‘정병국 선배에 대해 찾아보니 개혁, 쇄신, 연대 얘기 밖에 없다’고 비아냥거리더라. 하지만 난 그것이 정말 중요하고 또한 내가 정치를 하는 의미로 본다. 이 시대 국민들이 혐오하고 비판하는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 대목에서 정 의원은 과거를 회상하며 한탄스러운 현재 상황을 지적했다. “과거 탄핵국면에서 천막 당사를 짓고 박근혜 당시 대표를 삼고초려 해 온 사람이 나다. 그 당시 당 지도부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소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을 왕따 시켰다. 결과론적으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8년 6개월 만에 이 지경이 났다. 지금은 소위 친박이라 하는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내가 왕따를 당한다. 5선 중진 입장에서 난 아직도 원조 소장파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를 듣고 개혁을 해야 하는 이 현실이 한탄스럽다. 이런 당의 모습에 절망을 느낀다.”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이 하나 같이 ‘하야 요구’ 피켓을 들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하야 요구가) 국민적 정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오죽하면 국민들이 이렇게 나오실까. 다만 하야가 최선일까 생각한다. 헌정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하야가 현 국면을 빨리 수습하는 것인가, 아니면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 그래서 빨리 여야 합의에 따라 거국 중립내각을 하자는 거 아닌가.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 여야 간 단절된 대화를 뚫고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 내 역할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