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간지 <주간여성>에 따르면, 쓰레기더미에 사는 사람들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인 경우가 많다. 놀라운 사실은 “그 가운데는 의외로 평범한 직장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것. 병적으로 치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들어본다.
쓰레기 집(오베야)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인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주간여성
“여태껏 그렇게 난장판인 집을 본 적이 없어요. 과연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궁금했죠.” 일본의 르포라이터 무라타 씨는 최근 취재한 ‘쓰레기더미 집’의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밖에서 집주인을 만났다면 절대 눈치 채지 못했을 만큼 지극히 평범한 30대 독신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귀여운 화장과 깔끔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단다. 그런 여성이 실은 바퀴벌레가 들끓고, 부패한 음식물쓰레기로 가득찬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는 ‘더러울 오(汚)’ 자를 써서 ‘오베야(汚部屋·더러운 방)’이라는 신조어가 몇 년 전부터 유행이다. 그저 정리가 덜 된 방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일례로 무라타 씨가 방문한 집은 무려 1000개 이상의 페트병과 오물이 방안에 방치돼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쓰레기로 뒤덮여 방안에 들어섰을 땐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가 2년 동안 취재한 결과 “오베야의 남녀비율은 6:4로 여성이 조금 높았다”고 한다. 주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거나 선천적으로 청소가 서툰 주의결핍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여성 등이 포함됐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소외된 노인들이 고립감에 빠지고, 이러한 심리상태가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면서 쓰레기더미와 함께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오베야 청소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 ‘마고노테’의 대표 사사키 히사시 씨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오베야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연간 700여 채의 쓰레기 집을 청소대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을 의뢰하는 고객은 여성이 70%를 차지한다. 대부분 일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군의 종사자들이다.
사사키 대표는 “일에 치여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문득 깨닫고 보니 쓰레기더미에 살고 있더라”는 한 여성 고객의 사연을 꼽으며 “마음이 고달파서 자신을 돌보는 걸 포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오베야가 단순히 불결하다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곰팡이, 벌레, 쓰레기와 함께 살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건 당연지사. 화재의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해충이나 악취 등으로 이웃에 폐를 끼치기도 한다. 또 응급상황, 지진 같은 재해 시 잡동사니들로 인해 구조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신적으로 입는 부담도 크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비난하기 십상. 쓰레기로 덮인 자신의 집을 보면서 더욱 무기력해진다.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 짜증이 자주 나고,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으니 인간관계도 희박해진다.
이와 관련, 사사키 대표는 “오베야에 사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 몸이 피곤해 청소를 미루게 된다. 둘째, 인간관계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청소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특히 이 경우엔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않고 꾹꾹 참기만 하는 사람이 오베야에 빠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선천적으로 물건 정리가 서투른 유형이다.
보통은 다소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방을 정리할 시간도, 기력도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다가는 순식간에 발 디딜 틈도 없는 ‘난장판’으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물건이 정신 사납게 어지럽혀진 방에서는 스트레스가 더욱 쌓여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사사키 대표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소원이라고 하면 휴일에 실컷 잠자는 것이다. 만사가 귀찮아 커튼조차 열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계속 잠만 청하는 사람도 많다. 방 안에 점점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이고 부정적인 기운도 함께 축적된다. 적어도 아침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이미 집안이 꽤 어지럽혀진 경우라면 주변을 아주 조금씩 정리해 나가는 걸 권한다. 일단 침대를 시작으로 자신이 집에서 쉴 수 있는 공간부터 정리하는 게 포인트. 무리할 필요 없이 조금씩 치워나간다. 예를 들어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설거지가 쌓여 있다고 하자. 단번에 치우는 건 엄두가 나질 않을 것이다. 이때 ‘숟가락 3개만’ 혹은 ‘컵 3개만 세척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후 설거지를 한다. 개수는 거뜬히 마칠 수 있는 만큼, 2개도 좋고 5개라도 상관없다. 시작이 어렵지 금세 목표를 채우고 나면, 다른 그릇을 씻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의욕이 없다’ ‘우울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는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전문가에게 상담하도록 하자. 사사키 대표는 “쓰레기로 가득 찬 부정적인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언론에서 많이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저장강박증’이다. 저장강박증이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계속 모아두는 걸 말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이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변한 것”으로 본다. “허한 마음을 무언가를 통해 채우려 하기 때문에 설령 쓰레기 일지언정 모으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 연구팀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쏟기 쉽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관계에서 안정을 찾게 되면 이러한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지저분한 남자보단 결벽증 남자가 낫다” 일본 인터넷매체 <R25>가 20~30대 독신 여성 회사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벽증인 남자와 극도로 지저분한 남자 중에 어느 쪽이 그나마 애인으로 나을까”하는 질문이었다. 그 결과 61.5%가 결벽증을 택한 반면, 극도로 지저분한 남성을 고른 쪽은 38.5%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사귀는 건 괜찮지만, 결혼은 절대 무리”라는 조건으로 결벽증 남성이 2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1위는 도박을 좋아하는 남성이 차지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