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쇼핑왕 순실이’ ‘치킨런, 보석금을 모아라’ 게임 화면 캡처
‘쇼핑왕 순실이’ 게임은 금액 제한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클릭형 앱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순실이’가 주인공이다.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스마트폰 화면 아래쪽에는 순실이가 리모트컨트롤을 쥐고 TV를 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화면 위쪽엔 약 122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에나멜 백’이 등장한다.
유저가 스마트폰 화면의 아랫쪽을 빠르게 터치할수록 순실이가 쇼핑을 할 수 있는 상품의 가치도 올라간다. ‘결제 완료’라는 메시지가 화면을 채우면 유저는 즉시 바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순실이가 구입 가능한 상품들은 주로 ‘쌔끈한 브라운 재킷’, ‘까리한 블랙 L 크로스 백’ 등 초고가의 명품이다. 평소 호화로운 쇼핑을 즐겼다고 알려진 최 씨를 빗댄 것이다.
‘쇼핑왕 순실이’ 게임 유저들은 이미 5000명을 돌파했다. 게임을 종료하면 “그의 아들은 코너링이 굉장히 좋았다”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또 다른 게임 ‘턴업’의 소개가 나온다. ‘턴업’은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아들 ‘의경 특혜 의혹’에 관한 경찰 해명을 풍자한 게임이다.
최순실 마케팅이 스마트폰 앱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앱 스토어에 키워드 ‘최순실’을 입력하면 최 씨를 풍자한 게임 앱들을 찾을 수 있다. 최순실게이트, 순실이 빨리와, 순실이 닭키우기는 대표적인 ‘3종’ 게임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게임에서라도 재미를 느끼고 위로를 얻었으면 해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게임 동아리가 제작한 ‘최순실게이트’ 게임의 배경은 청와대다. 게임 첫 화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연설이 코앞이야, 연설문이 필요해”라고 말한다. 곧이어 등장한 최 씨가 “알았어 언니, 의리 지키니까 이만큼 받잖아”라고 대답한다.
게임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100초다. 유저는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르면 혼이 비정상” 등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 담긴 키워드를 선택해야 한다. 100초 안에 유저가 박 대통령 연설에 맞는 키워드 문항을 선택하면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단어 선택을 잘못하면 연설을 듣는 최 씨의 얼굴은 붉어진다. ‘최순실게이트’ 게임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9점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벌써 1만 명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다운받았다.
‘최순실 게이트’ 게임 개발자인 이건영 씨(21)는 “10월 말 연설문 유출 파문이 터진 직후에 개발했다. 최순실 사건을 게임으로 재밌게 풍자해서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정치적인 사안이라서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지만 게임으로 재밌게 풀어내면 연령에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빨리와 순실아’ 게임은 가상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유저들이 박 대통령을 위해 말을 타고 나가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 최 씨를 찾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서는 최 씨를 묘사한 캐릭터가 말을 타고 등장한다. 유저가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클릭할 때마다 최 씨가 탄 말이 점프를 한다. 유저는 말이 수갑에 걸리지 않게 조종을 해야 한다.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면 캐릭터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 들어간 최 씨의 캐릭터가 “언니, 살려줘”라고 외치지만 이미 감옥 안에 있는 박 대통령의 캐릭터는 “나, 여기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 게임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 씨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순실이 닭키우기’는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닭을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64세. 그것은 부모에게서 떠나 사회를 향해 떠나는 시기. 닭은 대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메시지가 유저들을 사로잡는다. 게임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최 씨의 얼굴이 상단에 뜨고 그 옆에는 ‘어떤 일을 시키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유저가 닭을 키우기 위해선 고소 고발, 댓글 알바, 북풍, 물뿌리기, 펜세우기, 구국의결단 버튼으로 닭의 지지도, 지능, 유신력 중 한 가지 수치를 조절해야 한다. 지지도, 지능, 유신력의 수치에 따라 게임의 엔딩이 바뀌는 구조다. ‘순실이 닭키우기’ 게임은 10월 26일 출시된 지 이틀 만에 약 1만 명 이상의 유저가 다운을 받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치킨런, 보석금을 모아라’ 게임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앱을 실행하면 음산한 음악과 함께 최 씨를 풍자하는 포스터가 배경 화면을 채운다. 최 씨와 박 대통령 캐릭터가 담긴 포스터에는 ‘아빠표 순실치킨, 나라 말아 먹는 맛’, ‘국민세금, 너네가 내는 그거 어차피 우리 엄마꺼’ 등의 메시지가 쓰여 있다. 게임의 캐릭터는 돼지들을 피하거나 무찔러 복채를 모아야 한다. 만약 유저가 돼지들을 피하지 못한다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게임이 바로 종료된다.
‘최순실의 말 키우기’는 10억 원짜리 말을 키워 무인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임이다. 말의 이름은 ‘HAYA’다. 게임을 실행하면 무인도에 있는 말을 향해 온갖 장애물들이 떨어진다. 유저가 장애물들이 말 쪽으로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끝내려고 하면 “하야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래도 끝내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나온다.
‘최순실의 말 키우기’ 게임의 개발자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학생들까지도 길거리와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만의 방식으로 시국선언을 하고 싶어 개발했다. 나라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제와 게임 속의 모든 요소에 최순실 사건을 위트 있게 풍자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 일고 있는 ‘최순실 마케팅’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정치적인 사안은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 사건은 최순실 씨에 대해 대중이 느꼈던 좌절감과 억압된 부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다른 이슈들을 잡아먹고 있다. 국가에 대한 분노감이 남아 풍자적으로 회자되는 상황이면 그 자체가 마케팅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순데렐라’ 구두, 착한가격에 팔아요! 10월 31일 최순실 씨가 검찰 출두 중 흘린 프라다 구두는 화제를 일으켰다. 최 씨가 신었던 명품 구두의 가격은 72만 원. 이때부터 누리꾼들은 유리구두가 벗겨진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에 비유해 최 씨를 ‘순데렐라’로 풍자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빗대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라는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L 쇼핑몰은 최 씨가 신었던 프라다 구두와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L 쇼핑몰 측은 “최순실 프라다 신발 구두 부담없는 가격으로”라는 이름을 붙여 구두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그는 “검찰 출석 중 벗겨져 이슈가 되었던 최순실 프라다 신발이다. 단종으로 매장에서는 찾기 힘든 모델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요청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최상급으로 준비했다”고 홍보 중이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중에게 특정하게 연상시킬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대상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도 상품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최 씨가 국정농단을 일으켰어도 소비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재미를 준다면 ‘최순실 마케팅’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마치 불량식품을 알면서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재] |
순실씨 콩밥 드실 때까지 ‘순실이 콩밥정식’ 이벤트 쭉~ ‘최순실 마케팅’ 광풍이 요식업계에도 불고 있다. 광주 상무지구의 한 식당은 최근 ‘순실이 콩밥정식’ 이벤트를 선보였다. 콩밥정식은 김장찌개(김치찌개+된장찌개)와 떡갈비 그리고 6개의 반찬과 콩밥으로 구성된 메뉴다. 식당 주인은 이벤트의 유효기간에 대해 “최순실이 콩밥 먹을 때까지”라고 전제하고 있다. 식당의 이벤트 문구가 찍힌 사진은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나주의 한 곰탕 식당 역시 “공황 장애도 치료하는 곰탕의 맛”이란 블로그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최순실 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곰탕을 먹은 것을 식당 홍보에 이용한 것이다. 유통업계도 최순실 열풍이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최근 히터 팬츠, 핫팩 등 월동품 코너의 이름을 ‘어느새 손 Siri네’로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에 대해 최 씨의 자문을 구했다는 이유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최 씨를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 ‘Siri’와 합성한 ‘순Siri’로 부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오늘만 사는 티몬담당자”라며 환호를 보냈지만 11월 9일 현재 문구는 사라진 상태다. G마켓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 문구로 최순실 마케팅에 돌입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선수였다는 점을 들어 사골곰탕과 김, 커피믹스 등 먹거리와 승마 운동기기의 판매 링크를 걸었다. G마켓의 페이스북 게시물도 지금은 찾을 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서 연일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회 준비 물품들에서도 ‘최순실’ 문구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과 11번가는 집회용 양초 세트를 판매 중이다. 이들 쇼핑몰에선 ‘촛불집회 양초 최순실 국정농단 집회용 양초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