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24일 개봉하는 새 영화 <잭 리처:네버 고 백>(잭 리처2)을 알리기 위해 7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내한했다. 이날 밤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출국할 때까지 그는 ‘당일치기’ 일정을 소화했다. 10월 중순 영화의 중국 개봉에 맞춰 베이징을 찾아 대규모 프로모션을 펼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아시아로 돌아와 한국을 찾은 셈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해온 영화 관계자들마저도 “이례적인 경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화 ‘잭 리처:네버 고 백’으로 한국을 찾은 톰 크루즈. 이번이 8번째 방한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열정적인 팬이 있는 한국, 좋아할 수밖에 없다”
톰 크루즈는 1994년 주연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갖고 처음 내한했다. 이후 22년 동안 총 8차례 한국에 왔다. 자신을 대표하는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할 때마다 잊지 않고 내한해 국내 팬에게 영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내한했을 때가 지난해 7월.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개봉을 앞두고서였다.
이번 내한은 기존 방식과 조금 달랐다. 보통 2박 3일에서 짧을 때는 1박 2일 일정으로 내한했던 그는 이번엔 ‘당일치기 일정’을 택했다. 입국하자마자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택시>를 촬영했고, 곧장 기자회견을 치렀다. 오후에는 서울 잠실 아이스링크로 이동해 레드카펫 행사를 열고 팬 3000여 명을 만났다. 이후 잠실 월드타워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인사한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하루에 불과한 일정이지만 차원이 다른 팬 서비스를 펼쳤다.
톰 크루즈는 시간을 쪼개 내한한 이유로 “열정적인 한국 팬”을 꼽았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벌써 몇 년째 그가 입국하는 날 공항에는 시간에 관계없이 팬 수백 명이 몰려든다. 내한 때마다 빼놓지 않고 진행하는 레드카펫 행사에도 팬들이 운집한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접하기 어려운 한국 팬의 환호는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 횟수를 늘리는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7월 영화 <제이슨 본>을 들고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은 3년 전 영화 <엘리시움>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던 기억을 꺼내면서 “그렇게 뜨거운 팬들의 열기는 처음 접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기분 좋게 ‘녹다운’시키기도 한다. 맷 데이먼의 내한 행사에는 유독 남성 팬이 몰렸다. 이들은 맷 데이먼에게 ‘맷 형’이라는 애칭을 붙이면서 친근함을 드러냈다.
톰 크루즈 역시 7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며 “올 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한 때마다 공항으로 몰려오는 팬들을 향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정말 고맙다”는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놓칠 수 없는 한국 시장…높은 매출 기여도
할리우드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놓치기 어려운 곳이다. 인구는 약 5167만 명(행정자치부)에 불과하지만 연간 극장을 찾는 관객은 2억 명을 돌파할 정도로 한국은 영화 관람 선호도가 높은 나라다. 오락 영화로 치부될 법한 <어벤져스> 같은 히어로 무비가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모으기도 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SF영화 <인터스텔라> 역시 10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영화의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이는 톰 크루즈의 잦은 내한을 설명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10월 초 베이징에서 <잭 리처2>를 알리는 프로모션을 마친 그가 아시아 리턴을 선택한 이유도 자신이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의 흥행을 위해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영화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외화의 경우 주연 배우가 내한해 레드카펫과 무대인사 같은 이벤트를 소화하면 영화를 향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흥행이 절실한 대작의 주인공으로서는 충성도 높은 한국시장을 지나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이 곧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톰 크루즈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개봉한 <잭 리처> 1편의 경우 톰 크루즈의 대대적인 내한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78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당시 톰 크루즈는 서울이 아닌 부산을 찾아 레드카펫 이벤트를 치렀고, 부산 명예시민에까지 위촉되는 등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만족할 만한 흥행은 거두기 어렵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톰 크루즈는 이번 내한 동안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갖는 자신의 책임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액션 영화에 주로 참여하는 그가 고난도 장면을 소화하면서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관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모든 영화 촬영은 힘들지만 늘 관객이 완성된 영화를 보는 순간을 상상하며 견딘다”는 그는 “나는 가만히 앉아서 내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배우가 아니다”며 “가장 먼저 촬영장에 도착해 가장 늦게 현장을 떠난다. 많은 관객이 내가 느끼는 과정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톰 크루즈가 내놓는 <잭 리처2>는 군인 출신의 탐정 잭 리처가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미션 임파서블>과 더불어 톰 크루즈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꼽힌다. 그는 “잭 리처는 영웅적인 인물”이라며 “액션이나 스토리, 캐릭터에 있어서 <미션 임파서블>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