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한국광물의 박강수 선수의 푸념처럼 만화 같은 결과가 이틀 연속 내셔널바둑리그 준준플레이오프를 뜨겁게 달궜다. 바로 준준플레이오프 두 판이 모두 2연패 후 3연승이라는 대역전 드라마에 최종 5국은 극적인 반집승부로 희비가 엇갈렸다.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의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포스트시즌 전 경기는 11월 7일부터 12월 5일까지 매주 월화 오후 6시 30분부터 바둑TV에서 생중계된다.
아마추어 바둑의 큰 잔치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가 6개월간의 정규리그를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갔다. 올해 내셔널바둑리그는 전체 18개 팀이 드림리그 9팀, 매직리그 9팀으로 나뉘어 팀당 17라운드 경기를 벌여 각조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은 8강이 스텝래더 토너먼트 대결을 펼쳐 최종 우승팀을 확정짓는 방식. 먼저 11월 7일 매직리그 3위 대구 덕영과 드림리그 4위 대전광역시, 8일에는 드림리그 3위 서울 푸른돌과 매직리그 4위 경북한국광물이 준준플레이오프 대결을 벌였는데 바로 여기서 대박승부가 발생한 것이다.
대구 덕영과 대전광역시는 정규리그 막판까지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놓고 가슴을 졸였던 팀들. 마지막 17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고 가까스로 상위 4개 팀에만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대구 덕영은 매직리그에서 9승 8패로 3위, 대전은 8승 9패로 드림리그 4위.
전전 예상은 시니어 박영진, 여자 김수영이 버티는 대구 덕영이 김동근-조은진보다 상대적으로 낫고 3~5국의 주니어는 대전이 괜찮아 보인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결국 예상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 박영진과 김수영이 1국과 2국을 따낼 때만 하더라도 대구 덕영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주니어는 대전이 낫다곤 하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설마 세 판 중 한 판을 못 건지겠느냐는 마음들이 검토실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 공간을 벽으로 막아 양쪽으로 나뉘어진 검토실. 한쪽에선 대구 덕영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고, 반대쪽 대전광역시팀의 분위기는 침통하기 그지없었는데 딱 한 사람만이 속없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팀이 주니어는 저쪽보다 좀 나아요. 믿고 기다려봐야죠”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전의 안관욱 감독.
그런데 정말 대전의 백운기, 문종호가 3~4국을 잇달아 승리하며 순식간에 2-2 타이를 만든다. 그렇다면 승부는 마지막 5국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는데…. 오후 10시 반이 넘어서야 끝난 바둑은 대전광역시 신동목 선수의 딱 흑 반집승. 2연패 후 3연승이 반집으로 결정난 것이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대전광역시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은 채 환호했고, 먼저 2승을 올렸던 대구 덕영 팀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푸른돌 오경래(왼쪽)와 경북 한국광물 최광호의 최종국 종국 직후 모습. 큰 승부의 결과는 반집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아래는 서울 푸른돌 선수 및 관계자들이 손에 땀을 쥔 채 최종국을 모니터로 지켜보는 모습.
하지만 대역전극은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다음 날은 더 드라마틱한 승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인 8일은 드림리그 3위 서울 푸른돌과 매직리그 4위 경북 한국광물이 맞붙었다.
두 팀은 이미 정규리그에서 한번 만나 당시에는 서울 푸른돌이 5-0 완승을 거둔 바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유는 다르지만 피차 여유가 있는 모습. 서울은 조금 방심하는 분위기였고 경북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앞쪽 두 번의 시니어 대결에서 예상을 깨고 경북 한국광물의 박강수, 이철주가 서울 푸른돌의 심우섭, 임진영을 각각 꺾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한다. 2국에서 최소 1승 1패를 기대했던 서울 푸른돌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고 10여 명이 넘는 응원단도 말문을 닫은 채 오직 모니터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경북 한국광물에는 정규리그에서 13승 4패를 기록한 다승왕 최광호가 남아 있어 역전은 불가능해 보였는데, 그 어려운 것을 서울 푸른돌이 다시 해냈다.
상황은 전날과 똑같이 주니어들의 승부에서 결정됐다. 서울 푸른돌의 강지범과 박주민이 각각 채민혁과 강기국을 꺾고 2승 2패 동률. 마지막 대국은 줄곧 경북의 최광호가 유리했지만 종반 서울의 오경래가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끝까지 반집승을 지켜내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해냈다. 대구, 경북이 이틀 연속 마치 만화와 같은 승부 끝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셔널바둑리그의 한 관계자는 “한번이면 모르겠지만 이틀 연속 이런 승부가 나온 것은 정말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 주에 대전광역시는 충청남도와 서울 푸른돌은 경남 한림건설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는데 벌써부터 그 승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바둑협회가 주최, 주관하는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 총 상금은 1억 원. 정규리그(매직·드림리그)우승팀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우승상금이 주어지며 포스트시즌 우승팀에게는 200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