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세워져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 연합뉴스
이날 화두는 단연 광화문 광장 박정희 동상 건립 계획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홍원 전 총리는 개회사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며 내년부터 설립 시까지 광화문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좌승희 박정희 재단 이사장도 “박정희 탄생 100돌을 맞아 난제에 부딪힌 대한민국 국정에 대한 해답을 박정희로부터 얻어야 한다”며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서야 국가가 바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도와 구미시는 기념사업추진위를 통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계획 중이다. 도와 시는 286억 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의 생가 주변을 공원화하는 것을 비롯해 870억 원을 투입해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이뿐 아니라 박정희 기념우표와 메달 제작, 휘호 탁본집 제작, 박정희 탄생 기념식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기념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1400억 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구미시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사이버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의 일대기와 업적 등을 홍보하는 이 사이트는 출처 없는 기록들과 검증되지 않는 자료들로 박 전 대통령의 ‘탄생설화’를 다루고 있어 ‘박정희 신격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이트에 등장한 박 전 대통령 ‘탄생설화’는 구미 주민 이 아무개 씨 증언을 담은 ‘풍수가 알아본 박정희’와 선봉사 주지 성수스님의 ‘오수작탈형인 박 대통령의 집터’ 등 2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구미시는 최근 별도 도메인으로 운영해 온 이 사이트를 구미시청 포털 누리집으로 통합·개편했다. 주된 개편 내용은 디자인 쪽에 쏠려 있고, 박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다루는 콘텐츠는 수정 없이 그대로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소개하는 ‘탄생설화’만 이번 개편을 계기로 빠졌다. 그동안 ‘탄생설화’는 시가 운영하는 대통령 기념 누리집에 어울리지 않는 ‘신화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박정희 기념사업 논란에 시민·사회단체들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백지화하고 경북 구미시가 진행하는 고향 기념사업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박정희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우리 사회에 박정희와 박근혜는 동의어”라며 “반 박근혜로 들끓고 있는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구미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빈곤한 복지와 경제 불황에 고통 받는 주민들은 외면한 채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도 기념사업추진위가 추진하는 광화문 광장 박정희 동상 건립 계획에 대해 불허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광장을 만든 취지에 어긋난다. 시민들 지지가 있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혀 사실상 광화문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처럼 화려한 사업 내역을 자랑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달리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오는 22일 김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기념사업으로 진행돼 온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이 수년째 흉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2년 첫 삽을 뜬 기념도서관은 당초 2013년 6월 완공계획을 세웠지만 직원 내부비리, 이사회의 방만 운영 등으로 현재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 건립에 들어가는 공사비는 총 265억 원으로, 이중 75억 원을 세금으로 충당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외부 전경.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도서관은 지난 7월 김영삼민주센터 사무국장 김 아무개 씨의 횡령 건 때문에 완공은커녕 30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상태다. 또 각종 세금과 공과금도 제대로 내지 못해 과태료와 압류조치를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4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은 이 직원은 현재 검찰에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민주센터 이사회의 방만한 운영이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버지가 기부하신 거제도 땅들도 가족들과 상의 없이 매각처분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며 “2013년 9월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이사회의 사업진행 방식에서 드러난 의혹과 건축 관련 비리 의혹, 일방적인 거제부동산 매각 등에 대해 해당 사무국장에게 책임을 묻고자 했으나 일부 이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그때 사무국장 교체만 잘됐어도 이 사단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는 오는 22일 김 전 대통령 추모식 준비에 한창이다. 김 교수는 “현재는 아버지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1주년 준비라도 철저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추모식이 끝나면 민주센터와 관련해 책임을 묻고 현 이사회체제를 새롭게 개편해 기념도서관 문제를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아버님의 유업을 위한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 재단은 노 전 대통령 생가 인근 부지에 ‘봉화마을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해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이다. 또 재단은 봉하마을에 2019년 개관을 목표로 노무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노무현기념관 건립에는 재단 출연금 25억 원과 정부지원금 115억 원 등 총 140억 원이 투입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사업은 전남 목포에 위치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대표적이다. 2013년 6월 개관한 이 기념관은 1만 5600㎡ 부지에 연면적 4677㎡, 지상 2층 규모로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