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에는 OCI 자회사인 OCI솔라파워가 소유한 ‘알라모 6’ 발전소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알라모 발전소는 1~9까지 9개로 구성됐으나 지난해 알라모 3~5를 매각했고 올해 초에는 2억 2690만 달러(약 2610억 원)에 알라모 7을 매각했다. OCI SE와 알라모 6 매각이 성사될 경우 OCI는 7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OCI가 최근 잇달아 자회사와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OCI그룹 본사. 일요신문 DB.
지난 몇 년간 OCI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OCI는 2013년 18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760억 원, 2015년 14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한때 60만 원이 넘는 주가도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8만 6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OCI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OCI의 매출은 1조 55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 1760억 원에 비해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00억 원으로 흑자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상반기 125%에서 올해 상반기 91%로 낮아졌다. 실적만 보면 OCI가 자회사와 자산 등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OCI 관계자는 “OCI SE 매각은 현금 마련 목적이 맞고 알라모 6는 매입 희망자들이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OCI의 재무구조가 나쁘지는 않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소는 준공 후 20∼30년 간 운영하면서 전력을 생산해 현지에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긴다. 알라모 6의 경우 예상 전력 판매액보다 매수자들이 제시한 금액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우현 OCI 사장. 사진출처=OCI 홈페이지
이 사장은 태양광 산업 중에서도 발전소 준공·운영보다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실리콘 결정체로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다. OCI는 이미 지난 10월 16일 일본 도쿠야마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지분 16.5%를 인수키로 했다고 공시했으며 이후 지분 100%를 모두 인수할 예정이다. OCI의 잇단 자회사·자산 매각 대금이 여기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OCI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5만 2000t으로 독일 바커(7만 8000t), 중국 GCL(7만 2000t)에 이어 세계 3위다. 여기에다 연간 2만t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하면 GCL과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
수년간 침체해 있던 태양광 산업의 전망이 최근 좋아지는 것도 OCI에 고무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21일 발표한 ‘태양광사업 동향’ 자료를 통해 2015년 기준 256GW인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2040년까지 3904GW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태양광 에너지 시장 규모는 2016년 1억 9000만 달러에서 2024년 5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지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자회사와 자산을 매각해가면서 폴리실리콘 생산이라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생산량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폴리실리콘 수요량은 약 40만t 수준이었으나 생산용량은 48만t으로 8만t이 과다 공급됐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6월 ㎏당 17.6달러에서 10월 12.8달러로 하락했다. 해외경제연구소는 “폴리실리콘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폴리실리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폴리실리콘 설비용량을 늘려갈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폴리실리콘에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대규모 폴리실리콘 설비 증설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가 개선될수록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폴리실리콘 수급이 개선되면 OCI는 가동률 상승에 따른 원가 하락과 판매가 상승으로 실적이 빠르게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OCI 관계자도 “폴리실리콘 시장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말레이시아 공장은 전기료도 낮고 이미 운영 중인 공장이라 새롭게 투자할 금액도 적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실적은 OCI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OCI의 매출 1조 5500억 원 중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베이직케미칼 부문의 매출은 9000억 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여기에 폴리실리콘 생산을 늘리면 베이직케미칼 부문의 매출 비중은 더 높아진다. 폴리실리콘에 집중하다 자칫 크나큰 파고를 겪을 수 있는 셈이다. 2010년대 들어 OCI의 실적과 주가가 위아래로 급격히 요동친 가장 큰 원인도 폴리실리콘 가격에 있었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고 공급 과잉이라고 하지만 OCI를 비롯한 대형 생산업체는 완판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세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고 전했다. 태양광산업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정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향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태양광 이외에 특별한 사업이 없는 OCI로서는 절박한 일일 수밖에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