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지휘권을 누가 갖게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난 2일 <한겨레TV-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3년 2개월여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채 전 총장은 이날 “법대로 하다가 잘렸다”며 “눈치가 없었다. 자기(박근혜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고 말해 검찰총장 낙마 당시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채 전 총장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진행하다 ‘혼외자 의혹’ 보도로 논란이 일면서 결국 사임했다. 2013년 4월 검찰 총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채 전 총장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 회의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채 전 총장은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사능력이 탁월한 검사”라고 칭찬하면서도 최 수석 아래서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을 표했다. 채 전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라며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 때문에 검찰이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닌가 싶다. 검찰의 책임이 크다”며 현 사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채 전 총장의 등장에 네티즌을 사이에선 ‘최순실 특검’ 후보자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져 사임했다. 이에 당시 야권에서는 ‘채동욱 혼외아들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기소하기로 하자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긴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채 아무개 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청와대 행정관과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시끄러운 현 시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도 채 전 총장이 특검 수사팀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채 전 총장을 특검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최순실 특검’ 후보자로 채 전 총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 내에서는 인물에 대해 공식적 논의는 없는데 사견으로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압력을 못 견딜 것”이라며 “채동욱 전 총장이 용기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다 기소했던 사람 아닌가. 그 사람을 (특검으로) 지명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채동욱 특검’ 카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채 전 총장의) 개인사는 별도로 보고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적 여론을 봤을 때 특검 인사로 채 전 총장이 추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최순실 게이트를 해결할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현 정권에 보복하는 느낌이 강해 오히려 객관적인 사람, 중립을 지킬 만한 사람이 특검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도 “채동욱 전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특검 인사로 추천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의 탈당, 총리에게 전권 이양 등과 함께 묶어 (채 전 총장의 특검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부정선거’ 판도라 상자 다시 열릴 수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추천위를 통해 첫 검찰총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취임 당시부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총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총장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 내 특별팀을 조직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어 채 전 총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의 원 전 원장 기소는 18대 대선에 대한 정당성 시비로도 이어졌다. 실제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편파적인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항소심에서 확인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법으로 보장된 본인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검찰 주도 아래 18대 대선의 부정 의혹이 강하게 불거질 즈음 ‘혼외자’ 논란이 터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가 3년 2개월 만에 언론에 모습을 비췄다. 채 전 총장의 등장으로 박근혜 정부를 흔들었던 부정선거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 전 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을뿐더러 정부 차원의 수사 은폐 시도 정황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이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결정타를 날리는 것은 아닌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채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은둔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월세 40만 원짜리 방을 얻어 혼자 지내며 한 유명화가로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매체는 “법조계에서는 ‘미술치료’를 받듯 미술작품을 통해 분노를 삭이고 마음을 다스리려는 의도라는 추측이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