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조감도. 사진제공=전주시
이번 투자심사에서 행자부는 전북도와 종합경기장 부지양여 조건 등 부합여부를 최종 협의하고 사업추진계획 변경에 따른 민원해소 방안을 마련한 뒤 경기장 대체시설 건립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이유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또 구체적인 재원확보 방안과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롯데쇼핑의 소송 우려를 해소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재원확보 방안이 충분하고 롯데쇼핑과 소송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3년간 가용재원이 평균 1300억 원에 달하고 실질적인 세입을 반영한 결산기준으로 보면 매년 3000억 원 이상의 가용재원이 발생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 주민세 등 각종 수수료 현실화와 한옥마을 입장료, 만성·효천·에코타운·혁신도시·서부신시가지 등 대규모 택지조성 등에 따른 지방세, 일반 재산 매각 등으로 재원조달에 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1종 육상경기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금(106억 원)을 확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소송 우려에 대해서도 “전주시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롯데쇼핑과 협약은 자동 해지됐으며 올해 3월 최종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민원제기 또는 소송 제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주시는 “설사 롯데쇼핑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제안서 제출 당시 소요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정도인데 이 또한 제안사에서 책임지는 비용이기 때문에 별다른 손해가 없다”고 부연했다.
전주시와 롯데쇼핑 측이 체결했던 협약서 제42조(사업협약의 해지) 제2항에 따르면 사업에 대한 전주시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협약이 해지된다는 규정이 담겨 있다. 전주시가 롯데쇼핑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수개월째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는 상태다. 이를 볼 때 전주종합경기장 사업 추진계획 변경에 따른 소송문제는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2012년 전주시의회의 동의를 전제로 전주시와 종합경기장 개발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전주시가 민간개발이 아닌 직접 개발방식으로 변경하면서 협약 해지가 불가피하다고 통보하자 “전주시가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을 일방적으로 바꿔 손실을 봤다”며 “협약을 해지하면 법적 대응 절차를 밟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김승수 전주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가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전주시는 ‘시민의 이름으로’ 전면전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면서 “시는 롯데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와의 협의 사항에 대해서도 전주시는 그동안 수차례 실무 협의를 통해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대체시설 건립계획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
아울러 전주시는 행정자치부 산하 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종합경기장 증축 및 야구장 건립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지방행정연구원은 전주시의 지방채무로 인한 재정위기 위험성이 매우 낮고 여력이 충분한 지방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총 사업비의 40%까지 발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주시 관계자가 전주종합경기장 이전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전북도지사 선거에 당선되기 1년 전인 2005년 12월 전북도가 경기장 부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겨주겠다는 내용의 ‘도유재산 양여계약’이 체결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김 전 시장은 당시 민간자본 총 1600여억 원을 투입, 종합경기장(12만여㎡)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쇼핑몰·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200실 규모의 호텔 등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전주시장으로 있을 때인 2010년 재정이 열악한 점을 고려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선택, 2012년 롯데쇼핑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롯데쇼핑에 종합경기장 부지의 절반을 주기로 했다. 대신 롯데쇼핑은 도심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따로 건립해준다는 계획으로 변경됐다. 사업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민선 6기 김승수 시장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하반기 지역상권 붕괴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전주시는 전임 시장 때 계획했던 쇼핑몰과 호텔 신축을 일단 유보하고 자제 재원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김 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합경기장은 전주의 배꼽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평지라 공원으로서 최적“이라고 밝히는 등 종합경기장 시민공원 조성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결국 문제의 사업은 종합경기장을 이전한 후 재개발하는 것으로 앞서 롯데쇼핑과 손잡았던 송하진 전 시장(현 도지사)은 쇼핑몰과 컨벤션센터를 갖춘 상업시설로 이후 롯데쇼핑과 결별한 김승수 현 시장은 컨벤션센터만 짓고 나머진 공원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검토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주시의 사업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도 종합경기장 개발에 따른 육상장과 야구장 이전 건립 타당성에 대해 긍정적인 용역 결과를 내놨다“면서 ”투자심사위의 ‘재검토’ 사유를 말끔히 해결한 뒤 내년 2월 다시 투자심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도와의 협의나 롯데쇼핑과의 협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항이어서 종합경기장 시민공원 프로젝트 전망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행자부에 전달한 것이 이번 재검토 결정의 결정적인 배경일 것’이라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결정에서 행자부는 전주시가 4년여 전 민간 사업자로 선정했다가 올 3월 일방적으로 ‘결별 선언’을 한 롯데쇼핑과의 법정다툼이 예상된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앞서 전북도가 중앙 투자심사위에 제출한 관계기관 의견서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전북도 수뇌부가 김승수 식 개발방식에 대해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행자부에 공문을 보내기는 했으나 예를 들어 민간사업이 재정사업으로 바뀌는 과정, 전주시와 롯데 사이에 오간 공문 등 객관적인 사실만 전했다“면서 ”공문에 ‘걱정된다. 우려스럽다’는 등의 의견을 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