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대선공약으로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출처=donaldjtrump.com
[비즈한국]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그는 대선 당시 막말 기행으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그의 막말 가운데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얘기들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현실화 하겠다는 계획을 얘기했고, 우리나라에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이를 거부할 시 파병된 미군들을 철수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과연 주한미군을 철수시킬까?
미 2사단 1여단이 미 본토로 복귀한 이후, 이를 대체하는 병력들은 모두 순환배치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대영
# 주한미군 거주비용 요구 가능성
주한미군은 동북아지역에 배치된 미군 가운데 지상군 즉 육군의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최근 주한 미 육군은 과거와는 다르게 순환배치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순환배치란 장비와 물자만 놔두고 9개월 단위로 병력만 교체하는 것이다. 지난 2013년을 시작으로 주한미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 2사단 1여단이 미 본토로 복귀한 이후, 이를 대체하는 병력들은 모두 순환배치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
미군이 순환배치를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해외 파병 미군의 기동성 제고였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에 의하면 미국의 예산 자동 삭감 조치인 시퀘스터의 영향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병력을 고정 배치할 경우 거주비용을 비롯한 다양한 수당이 지출되어, 미군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의 신정부는 우리와의 방위비 협상에서 순환배치 이외의 병력에 대한 거주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미·영 연합 공중 훈련인 ‘무적의 방패’에 참가한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사진출처=미 7공군
# 유엔사 체제의 가속화
일명 유엔사라고 하는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태국, 영국, 그리스 등 한국전쟁 시 유엔군 참전국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에 우리 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긴 이후, 정전협정과 관련한 임무만 맡고 있다. 올 들어 이 유엔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유엔 전력제공국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유엔 전력제공국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실제 병력을 참전시켰던 국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3월 한미 양국 해군과 해병대가 실시하는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에 호주군과 뉴질랜드군이 참가했다. 10월 5일부터 22일까지 부산 작전기지 및 진해만 일대에서 실시된, ‘다국간 기뢰전훈련’에는 상당수의 유엔 전력제공국 참관단과 실제 병력이 참가했다. 이밖에 지난 8일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도착해, 연합 공중 훈련인 ‘무적의 방패’를 실시했다. 연합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활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향후 주한미군은 지상군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사드와 같이 우리에게 부족한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출처=미 국방부
# 철수보다는 병력감축 쪽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이라 해도, 방위비 분담금 때문에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결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미 공화당의 경우 국가안보에 있어서 대단히 보수적이고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오히려 민주당이 주한미군 철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과 관련하여 미국이 지원하고 우리가 전쟁을 수행한다는 개념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 유사시 북한과 지상에서 직접 부딪히며 전투를 수행하는 지상군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우리에게 부족한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반도 사드 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주한미군 전력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전력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한국에 고정배치 하는 부대가 아니라, 필요 시 다른 분쟁지역에 기민하게 투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과 논란 끝에 합의했지만 새로운 미 정부는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