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게시판이 박 대통령의 응원글로 도배되고 있는 것. 지난 10월 25일 이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올라오던 글이 27일 이후부터는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11월 7일부터 10일 오후 2시까지 게시된 995개의 글 중 500여 개가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이다. 하루 평균 120여 개 이상 응원글이 올라온 셈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박근혜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일각에선 비방글이 임의로 삭제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아르바이트가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박근혜 대통령 합성
내용을 살펴보면 “절대 하야해서는 안 된다”, “나라를 지켜 달라”, “영원히 존경하고 사랑한다”, “대통령은 죄가 없다” 등이다. 일부 작성자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각하’라 칭하는가 하면, 퇴진을 촉구하는 국민들을 처벌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조작됐거나 ‘알바’를 동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자유게시판에 김 아무개 씨는 “댓글부대 그만 동원하고 자신 있으면 국민들 앞에서 떳떳하게 해명해 보라”고, 송 아무개 씨는 “하야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힘내라고 글 쓰는 사람은 다 뭔지 이해가 안 간다. 비서실에서 조직적으로 알바를 고용한 건지 국정원 이용해서 뭐 또 해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의 글을 남겼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된 게시글을 임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 운영 원칙에는 ‘일곱 가지 경우에 해당되면 관리자가 사전 공지 없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고 공지돼 있다. 일곱 가지 경우는 다음과 같다.
△특정인의 개인정보(실명, 상호, 사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를 포함한 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글 △상업적인 광고, 욕설, 음란한 표현 또는 반복적인 동일한 내용의 글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동영상 등)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사이버 시위 및 특정 단체(집단)의 이익이나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의 글 △국가이념이나 사회질서를 부정하고 미풍양속에 반하는 내용의 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글.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글을 썼다가 삭제돼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의 글도 눈에 띈다. 제목에 ‘삭제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은 글들도 상당수다. 김 아무개 씨는 “핸드폰 인증까지 하면서 자꾸 글을 쓰는 이유가 뭔지 아나? 하야하고 수사 받아라. 그리고 당당하면 내 글 삭제하지 마라”, 이 아무개 씨는 “표현의 자유를 묵살하는 청와대의 국민 의견 글 삭제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왜 어렵고 힘들게 쓴 국민의 의견 글을 삭제하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게시글을 삭제한 것일까. ‘비즈한국’은 IT전문가와 함께 청와대 홈페이지를 분석해봤다. 놀랍게도 청와대 홈페이지의 전체 게시글은 74만여 건, 자유게시판 노출 게시글은 19만여 건이었다. 전체 게시글과 노출 게시글의 차를 계산해보면 대략 55만 건이 나온다. 이에 대해 IT전문가는 “자유게시판에서 55만 건의 게시글이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IT전문가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자유게시판을 포함한 전체 게시글은 74만여 건, 노출 게시글은 19만여 건이었다. 사진은 전체 게시글 고유번호가 742118에서 742119를 거쳐 742120으로 이어져야 하나, 742119가 빠져있다. 이는 742119번째 게시글이 삭제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전 정권에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고,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자유게시판이 새롭게 운영되다보니 차이가 나는 것”이라면서 “자유게시판 최초 작성 글의 고유번호가 50만 대다. 즉 1번 게시물이 50만 번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삭제된 글은 대략 5만 건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또 “운영원칙에 따라 하루 평균 10건의 글을 삭제하고 있다”며 “최순실 씨 파문 이후 운영원칙에 어긋난 글들이 급격히 늘었고, 지난달 27일 이후 하루 평균 40~50건의 글을 삭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삭제하는 게 아니고, 운영원칙을 어겼는지 어기지 않았는지를 판단한 후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은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알바 동원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박 대통령 응원 글을 쓴 작성자들을 분석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응원의 글을 남긴 이들은 모두 208명(동명인 제외). 이들이 과거에 어떤 글을 썼는지, 그리고 구글링(포털 검색)을 통해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실명(공공 I-PIN, 휴대폰번호) 인증을 통해서만 글을 쓸 수 있지만, IP 추적은 물론 작성자 검색이 불가능해 동명이인이 포함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작성자의 이름으로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검색해보니,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정부의 ‘보육보조금 인상’을 요구하는 글을 남긴 이들이 32명, ‘동양증권 피해자’임을 밝히고 현재현 전 회장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남긴 이들이 25명으로 검색된다는 점이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우연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동양증권 피해자이면서 정부의 보육보조금 인상을 요구한 이름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동양증권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우연치고 상당히 많은 이들의 이름이 중복된 건 놀랍다”면서 “단체에서 모의한 건 절대 아니다. 전국적으로 피해자만 4만여 명에 달하고, 대다수 연세가 높은 주부들이라 박 대통령의 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208명의 이름으로 구글링을 해봤다. 그 결과 57명(27.3%)이 재무인명부에서 검색됐다. 재무인명부는 조세·회계·경영 전문매체인 <조세일보>가 국세청 등 경제관련 부처 및 기관 최신 인사이동을 반영해 제작한 자료다. 즉 국세청 관계자들과 이름이 같다는 것이다. 물론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높다. 검색한 재무인명부는 지난 7월 7일에 업데이트됐다.
국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세무사를 포함한 국세청 직원이 2만여 명”이라면서 “이들 중 박 대통령에 대한 응원의 글을 쓴 사람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며 “대변인실에서는 정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