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표 형제는 웅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좋다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지난 1월 15~20일 4차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17만 주를 각자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매입 가격은 주당 약 1만 1000원. 지난 2월 1일 웅진그룹이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최대 1만 6000원까지 올랐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 ㈜웅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억 원으로 2014년 47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이고 지분 매각을 하지 않았기에 부당이익을 취한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 주가는 9000원으로 오히려 매입 때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익이나 손해를 떠나 미공개 정보를 알고 주식 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소는 윤석금 회장이 웅진그룹 재건에 힘쓰면서 고조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등 주요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 2014년 2월 졸업했다. 지난 6월 웅진그룹은 법정관리에 따른 채무 1조 4384억 원 가운데 98%를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채무 분할 상환할 예정이었지만 조기상환을 신청해 예정보다 6년 빠르게 대부분 빚을 상환한 것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미공개 정보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웅진그룹의 2세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웅진이 빠르게 회생할 수 있었던 까닭은 계열사들의 매각과 윤 회장의 사재출연 등이 꼽히지만 윤형덕·새봄 형제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법정관리 졸업 직전인 2014년 1월, 윤 회장은 그가 보유한 웅진홀딩스(현 ㈜웅진) 지분 6.99% 전량을 두 아들에게 절반씩 매각해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들어갔다. 윤새봄 대표가 경영을 맡은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22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출판시장 축소로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의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렌탈형 독서·교육 플랫폼인 ‘북클럽’의 흥행으로 실적을 올렸다. 웅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웅진에너지, 웅진플레이도시, 웅진투투럽 등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윤새봄 대표가 웅진씽크빅을 맡았다면 윤형덕 대표는 웅진에버스카이와 웅진투투럽 대표 겸 웅진에너지 이사를 맡으면서 신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신사업에서 눈에 띄는 실적은 없지만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2월 웅진에버스카이는 터키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 정수기 렌탈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 8월 SKC솔믹스의 태양광사업부를 인수하고 9월에는 대만과 독일에 총 3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웨이퍼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2세 경영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에서 이번 기소로 웅진그룹 경영권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4조에 따르면 미공개정보를 증권매매에 사용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이익 금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만일 윤 대표 형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등기이사와 달리 미등기이사는 의결권이 없어 경영이 제한될 수 있다. 지난 8월 송재용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포스코 계열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았다. 비슷한 혐의인 윤 대표 형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윤 대표 형제에 문제가 생기면 윤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웅진식품 등 우량 계열사의 자금 1500억 원을 부실 계열사인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실형은 면하면서 경영 참여가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등기이사가 될 수 없고 보유한 계열사 지분도 없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회장은 이미 계열사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웅진에너지가 지속적으로 태양광산업에 뛰어드는 것도 윤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표 형제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윤 회장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재진 ㈜웅진 대표나 신광수 웅진에너지 대표는 윤 회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웅진 관계자는 “각 계열사에서 윤 회장에게 자문이나 조언을 구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대표이사와 창업주의 의미는 다르기 때문에 윤 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 경영권에 대해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아 법원에서 충분히 해명할 것이고 법원에서도 고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표이사가 교체된다거나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윤 회장은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분 전량을 아들들에게 매각하고 아들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윤 회장의 말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번 기소에서 윤 대표 형제가 무혐의로 끝나도 도덕적인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