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옛 삼성본관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한층 어두워져 있었다(왼쪽). 오른쪽은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본관 지하에는 거대한 푸드코트가 있다. 이곳에서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에스원 등 주변 삼성그룹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식사를 한다. 여기는 삼성 계열사 직원이어야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 구내식당이다.
이전에도 기자가 가끔 찾았던 이곳은 원래 밝고 화사한 조명으로 환한 느낌과 활기찬 분위기였다. 또한 푸드코트는 많은 ‘삼성맨’이 이용했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시험적으로 론칭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하지만 ‘비즈한국’이 찾은 지난 11일은 달랐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예전보다 한층 어둡게 변한 푸드코트를 볼 수 있었다. 곳곳이 불을 꺼두고 있어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피자, 파스타를 팔던 양식 메뉴, 자유롭게 골라 담아 먹을 수 있던 코너 등이 사라지고 약 3분의 1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불을 켜둔 영역이 너무 좁아 많은 사람들이 불이 꺼진 어두운 쪽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 9월 부영이 인수했지만 식사를 해야 하는 인원이 있어 푸드코트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영역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아예 불을 끄고 있다”며 “허용된 영역이 너무 좁아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 식사하고 있다. 어차피 테이블, 의자 등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점심시간만이라도 불을 켜주면 좋겠다. 인권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김 아무개 씨(28)는 “어둠 속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러려고 삼성에 들어왔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며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자리는 터무니없이 좁아 궁여지책으로 주변 계열사들의 점심시간을 조정해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출입을 삼가달라는 영역이지만 일반적인 식당과 같다. 오른쪽은 부영이 식당에 공지해 놓은 안내문.
A 씨의 말처럼 전에 쓰던 테이블과 의자는 그대로 세팅되어 있고 불만 꺼두고 있었다. 다른 용도로 쓰는 것도 아닌데 굳이 불만 꺼두는 이유가 있을까. 부영은 안내판을 통해 “이곳은 부영의 공간입니다. 안전을 위하여 출입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공지했다. 식당을 찾은 류 아무개 씨(27)는 “아무래도 이제 얹혀사는 주제니까, 주제파악하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영업하지 않는 매장의 불을 끈 것이고 불이 꺼져 있는 테이블이 그 매장에 속한 테이블이다”며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 방문해보겠다”고 말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17일 이곳을 다시 찾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