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공이 컸다는 게 내·외부의 평가다. 이 행장은 2014년 12월 행장에 취임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행장 임기는 3년이었지만 이 행장은 2년 안에 민영화를 성공시키겠다며 임기를 스스로 2년으로 줄였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기업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투자자를 설득하는 등 우리은행 민영화에 온 힘을 쏟았다.
이 행장은 민영화 성공에 이어 우리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2017년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되면 무엇보다 자본적정성이 개선된다. 우리카드 등 위험가중자산이 많은 계열사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비율이란 총 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기업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총 자기자본비율은 14.31%지만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FIS, 우리PE, 우리금융경영연구소, 5개 자회사를 연결 대상에서 제외하면 15.99%로 올라간다. 자본적정성이 개선되면 높은 배당과 외부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카드 등 다른 계열사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돼도 당장의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우리은행이 핵심 영업망이니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카드나 우리종합금융의 자산규모와 손익규모는 우리은행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아 은행이 맏형 노릇을 해 지주사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예보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영향력 있는 1대주주가 없어진 만큼 금융지주 전환 과정에서 과점주주 간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과점주주 중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5곳이다. 경영적 판단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짙다. 특히 인수합병(M&A) 문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큰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계열사 내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어 외형 확장과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금융사 M&A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수익이 떨어지는 추세이니만큼 보험사 M&A가 시급해 보인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방카슈랑스 수익은 720억 원이었으나 올해 690억 원으로 줄었다. 우리은행을 포함해 신한·국민·KEB하나, 이상 4개 은행의 총 방카슈랑스 수익은 지난해 대비 17% 줄었다. 2014년 1월 금융위가 방카슈랑스 수수료를 일반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 대비 70%에서 50%로 축소한 영향이 크다. 따라서 보험을 방카슈랑스만으로 판매하면 수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방카슈랑스로 타사 보험만 판매하는 것보다 계열사의 연계상품을 판매하는 게 수익성면에서 훨씬 좋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은행이 보험사나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이 보험사 M&A에 들어가면 우리은행 점포를 통해 보험을 판매할 계획인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이 반발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은 아직까지 M&A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단은 보험사나 증권사 계열사 없이 과점주주들의 연계상품 등 협업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과점주주들도 우리은행 점포를 통한 영업망 확대를 생각하고 인수에 나섰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M&A는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주주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주주로서 찬성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우리은행이나 한화생명에 이익이 된다면 M&A에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한다면 한화생명 등 보험사 과점주주는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또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반대할 일이다.
올해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이 행장은 M&A를 비롯한 여러 사안을 두고 과점주주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과점주주 입장에서도 우리은행 측과 관계가 중요하다. 우리은행 이사회에는 과점주주 측 사외이사만 있는 게 아니라 의결권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 내부 인사도 포함돼 있다.
현 우리은행 이사회의 구성원 11명 중 이 행장을 포함한 8명의 임기는 올해 말 혹은 내년 3월까지다. 이사회 구성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은행 이사회는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과 행장, 상임감사위원 그리고 수석부행장급 1~2명이 포함된 8~9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사회 내 우리은행 인사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다. 과점주주들이 우리은행 측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다.
이 행장의 임기도 올해 12월 30일까지다. 임기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데다 지분 매각이 성공함으로써 차기 우리은행장에 관심이 모인다. 이 행장은 지난 2014년 말 취임 당시 서강대금융인모임(서금회) 출신으로 정부를 등에 업고 선임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민영화’라는 이 행장의 임무가 끝난 만큼 다음 행장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선임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의 실적이 좋았던 만큼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연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행장이 독단적으로 안건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앞의 우리은행 관계자는 “행장은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뿐이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다”라며 “우리은행은 주주들이 운영하는 형태이며 안건은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진행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사내 방송에서 ‘2017년’을 언급해 연임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또 우리은행 매각을 목표로 임기를 1년 줄인 만큼 최소 1년의 연임은 명분상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은행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12월 30일 정식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행장 후보 결정 및 선임에는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단 내년 3월까지는 이 행장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과점주주가 대부분 국내 금융사인 점도 이 행장 연임에 힘을 실어준다. 만일 다수의 해외 사모펀드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면 변수가 많을 수 있다. 이 행장은 그간 핀테크 등을 통한 이종산업 확장과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었다. 한화생명과 키움증권 역시 핀테크 사업에 진출해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업계 예상대로 이 행장이 연임하면 초대 금융지주사 회장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장이 1년 연임에 그친다면 단기간 내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과점주주들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금융지주 회장은커녕 그의 내후년도 장담할 수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예금보험공사, 우리은행 나머지 지분 처리 관건…“전량 매각” 밝혔지만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30%는 매각했으나 여전히 2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라 반쪽짜리 민영화라는 비판이 있다. 정부는 우리은행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예보가 최대주주 자격으로 언제 경영에 간섭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보가 처음부터 지분 전량을 매각하지 않고 21%의 우리은행 지분을 남겨둔 것 자체에도 의문이 남는다. 예보는 남은 지분도 전량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 지분과 상관없이 우리은행 경영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각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분을 한 번에 매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라 더 많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두 차례로 나눠 매각한 것”이라며 “조만간 공적자금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