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사퇴한 강석호 의원이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11월 15일과 16일 사이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잇따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에 동참의사를 공식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간 행동들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워낙 크다. 정치인으로서, 특히 야당의 지도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다만 여당 입장에서는 일말의 고민할 부분이 있지 않겠나.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우리도 무조건 (대통령의 퇴진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순서와 방법이 있다. 그래서 질서 있는 퇴진이란 말도 나오지 않는가. 아직 최순실 사건의 검찰 조사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것도 엄중하지만 더한 부분이 나올 수도 있고, 또 일부는 의혹이 풀릴 수도 있다. 질서 있는 절차를 밟아야 되지 않겠는가.”
―다만 대통령이 직접 밝힌 2선 퇴진 의사가 점점 소극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검찰 조사에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피력한 부분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검찰조사에 대한 부분은 대통령 스스로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또 약속 이전에 본인이 평소 보이던 방식과 스타일과는 영 맞지 않다. 속된 말로 (검찰 조사에 임하지 않는다면) 스타일 구기는 거다. 또 대통령께서는 특검도 받겠다고 했던 분이다. 그런 분이 검찰 조사 자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이 변호사의 뜻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반드시 어느 장소든지 조사에 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도 화제다. 무엇보다 유 변호사의 어두운 과거 이력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왜 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보는가.
“저보다 기자께서 대통령 스타일을 더 잘 알지 않나. 굳이 제가 얘기 안 해도 뒤로 복기해보면 답이 다 나온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여당 지도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 의사결정 회의체가 사실상 당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비상시국회의 등 다 분화됐다. 혹자는 이미 ‘분당의 길’이 시작됐다고도 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실제 일부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 때문에, 특히 대통령 측근에서 호가호위하며 당을 망친 사람들과는 함께 못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일부는 아직 착한 친박과 착한 비박이 남아있으니 당을 망친 사람들은 2선 후퇴시키고 재창당을 하더라도 보수의 결집을 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고민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분당을 원하진 않는다.”
―재창당 수순으로 간다면 비대위를 구성해 주도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창당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보는가.
“(별도의 창당위 구성이 아닌) 비대위가 주축으로 나서야 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인적구성 문제다. 특히 대통령 변수다. 대통령께서 스스로 탈당할 경우 그 주변 분들도 탈당을 할 것인지, 만약 탈당을 안 한다면 또 어떻게 갈 것인지 봐야 한다. 다만 창당 수준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집터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 집터까지 옮긴다는 것은 곧 분당을 의미한다.”
―이정현 대표는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성향이 뚜렷한 분이다. 본인 말은 28만 당원이 뽑아준 당대표인데 무책임하게 물러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거국중립내각 구성 전이라도 (조기) 전당대회 한 달 전(오는 12월) 전당대회준비위를 구성하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로드맵은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전당대회를 치르고 당대표를 뽑겠는가. 맞지 않다. 본인은 끝까지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것이지만 당을 위한 길이라면….”
―본인의 지역구(경북 울진군-봉화군-영양군-영덕군)가 TK다. 민심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어이가 없다’, ‘부끄럽다’, ‘실망스럽다’, ‘대체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 ‘저게 대통령의 참모습일까’ 등 별 소리를 다 듣는다. 아시다시피 TK는 과거 박 대통령의 지지가 높은 곳인데, 이젠 장소에 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여당의 진박감별 및 청와대 개입 논란 당시에도 TK에서만큼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은 적었던 것 같은데.
“맞다. 허나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총선 직후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에서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나. ‘나는 친박을 만들라고 한 적도 없고, 논란을 일으키라고 한 적도 없다. 자기네들 편리에 따라 친박이 됐다, 진박이 됐다, 탈박이 됐다 하지 나와는 관련 없다’고. 그런데 그마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녹취록에서 다 사실로 드러났다. 그때 잘 정리하고 쳐냈어야 했는데, 이어서 최순실 게이트로 더 이상 빠져 나올 수 없는 국면으로 진입한 셈이다.”
김재경-심재철-강석호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 주도 비상시국 준비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야당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취소는 어떻게 봤나.
“야당 문제기 때문에 뭐라 언급하진 못하겠다. 우리 당도 한 지붕 세 가족인데 뭐 야당이라고 별 수 있겠나. 추 대표의 정무적 판단 잘못일 뿐이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본인의 성급한 행동 탓이 크다.”
―야당의 대통령 퇴진요구에 대해 좀 더 얘기를 이어가자면.
“진정성이 어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퇴진 요구는 현 정치상황이나 국민들에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야당도 전열 정비해서 거국중립내각 받아들이고 책임 총리가 여야 협상 속 내각을 구성해서 협치로 나아가야 한다.”
―야당이 이 상황을 오히려 길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정국만 혼란스럽다. 여야 간 (거국중립내각에) 합의한다면 대통령은 손 떼야 한다.”
―여야 합의에 따라 거국중립내각이 이뤄지면 대통령이 실제 2선 후퇴를 이행할 것으로 예상하나. 야당은 이 부분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데.
“맞다. 의심할 수 있다. 2선 후퇴는 말 그대로 법적인 2선 후퇴가 아닌 정무적 2선 후퇴다. 탄핵을 안 받는다면 권한을 놓기 힘들다. 다만 대통령의 탈당은 곧 거국중립내각에 터치를 안 하겠다는 의미다. 탈당을 해야 (2선 후퇴에 대한) 믿음이 가고 신뢰도 간다.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탈당과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