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제 자리 걸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일시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쳤지만 여전히 지지율 답보상태다. 일요신문DB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은 청와대 연설문 유출 의혹이었다. 10월 24일 JTBC는 최 씨의 PC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200여 개의 파일을 발견, 최 씨가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과의 수위와 방식 등이 논란을 가중시켰다. 연일 사태가 확대됐지만 대권 잠룡들의 지지도에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0월 4주차부터 11월 2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0.3%, 20.9%, 21.4%였고 같은 기간 반 총장은 20.9%, 17.1%, 17.2%였다.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0.5%, 10.7%, 10.2%의 지지도를 보였다.
야권 잠룡들은 해법을 내놓았으나 결단력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추진 선언을 “방탄 개헌”이라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직접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탈당, 국회 추천 중심의 거국중립내각,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했다.
안 전 대표도 국무총리 해임, 여야 합의 신임 총리에 모든 대통령 권한 넘길 것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에 대해선 “최순실·우병우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가 든다. 개헌 논의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박 대통령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순실과 우병우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가 든다”며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에 대해 비판했다. 일요신문 DB
그러나 일각에선 ‘최순실 정국’에서 야권 대권주자의 최고 지지율이 여전히 20%를 약간 웃도는 정도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정국 수습의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전계완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국정 붕괴 상황에서 야권 지도자들이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데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차기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신망을 얻는 데 실패했다. 폭발적으로 지지율이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문 전 대표가 이 사태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야권은 결단과 그 결단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는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 보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분노 위에 편승하는 야당은 희망이 없다. 지금이라도 플레이어로서 총리 인선이나 탄핵 등 구체적인 안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야당이 주권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는 첫 번째 선택이다. 망한 집안의 주인이 되겠다는 태도는 역풍만 불러올 따름이다.”
# 이재명 ‘라이징 스타’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순실 게이트’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일요신문 DB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앞서의 리얼미터 집계에 따르면, 이 시장의 지지도는 5.9%, 9.5%, 9.0%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3주차와 4주차, 2주 연속으로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밀어내고 5위로 진입했다. 11월 1주차엔 9.5%로 박원순 서울시장(5.9%)을 제쳤다. 이 시장은 1.6%P 차이로 안 전 대표 뒤를 바짝 쫓는 모양새를 보였다. 11월 2주차도 9.0%로 4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항간에는 기존의 ‘문’ ‘반’ ‘안’ 3강 구도에서 4강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재차 촉구하고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듭 “유승민,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수족이었다. 수족인 본인들도 정계은퇴로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힐난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의 7시간’을 밝히기 위해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국민의 공감대에 맞는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한 대권 잠룡의 보좌진은 “이 시장은 광장에서 일찍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시원하게 대변하고 있다. 국민의 울분과 분노를 풀어주는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이런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안희정, 김부겸 ‘존재감 갸우뚱’
‘최순실 게이트’로 오히려 존재감이 사라진 정치인도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앞서의 리얼미터 집계에 따르면, 각각 4.2%(7위), 4.3%(6위), 3.7%(8위)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같은 기간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2.3%, 2.0%, 2.1%를 기록하며 순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음은 안 지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맞지만, 안 지사는 국가가 어려울 때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된 뒤 당의 공식적 입장을 통해 발표되는 것이 질서 있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한편으론 현직 도지사라고 하는 신분의 제약이 있다. 현재는 도지사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입장이다. 안 지사는 대선 후보로 예상이 되는 예비 주자 후보일 뿐이다. 어떤 말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순위권 밖의 지지율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본다. 탑을 쌓을 때 기초 공사를 넓고 튼튼하게 해야 탑이 높게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단계다. 높이를 경쟁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김부겸 의원 측 관계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차근차근 대안을 제시하다 보면 꾸준히 올라갈 것이다. 현재까지 지지도는 의미가 없다. 실제적으로 이재명 성남시장만 지지율이 급등했지 다른 주자들 지지율 반등이 없다. 자기 스탠스에 맞게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국민들의 관심은 지지율보다 국면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있다. 일부 소극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정치인도 보이는데, 과연 그들이 대통령이 좋아서 그랬겠냐. 크게 가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판단을 잘못한 정치인은 나중에 지지율 하락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치인 개인의 스탠스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인용한 10월 4주차 주간 집계는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 254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1.9%P, 응답률은 10.4%였다. 11월 1주차 주간 집계는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1.9%P, 응답률은 10.6%였으며 11월 2주차 주간 집계는 11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 253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은 ±1.9%P, 응답률은 12.3%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