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처럼 ‘메피아’에 대해 서울시가 근절을 강력히 피력해 온 가운데 또 한 번 메피아 의혹이 제기될 만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 지하철 내에서 현재보다 훨씬 빠른 ‘기가(Giga)급’ 인터넷 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 관련 입찰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것. 더욱이 선정된 업체의 대표이사가 이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체 선정에 외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은 서울 지하철 1~9호선 전 구간에 360Mbps 이상의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지난 4월과 6월 2차례 유찰을 겪었던 이 사업에는 A 컨소시엄과 B 컨소시엄 두 곳이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마감 기한인 지난 8일 오후 4시까지 양측이 모두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10일 B 컨소시엄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B 컨소시엄의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다. B 컨소시엄이 11월 8일 오후 4시까지 제출해야 할 주요 서류를 모두 제출하지 못한 것. 당시 B 컨소시엄은 입찰참가자격 증빙서류인 정보통신공사 사업 준공실적 사업 서류를 누락해 1차 서류 접수처인 도시철도공사 통신처로부터 “서류를 보완해서 재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B 컨소시엄은 정보통신공사 단일사업 실적이 아닌 전기 공사 등 여러 분야의 실적이 포함된 서류만을 제출한 상태였다.
이에 B 컨소시엄은 통신처 접수를 뛰어넘어 곧바로 서류 심사를 총괄하는 도시철도공사 재무처에 다른 서류를 우선 제출했으며 그날 오후 5시 이후에 추가 서류를 접수했다. 마감 기한인 오후 4시보다 한 시간 넘겨 제출한 셈이다.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A 컨소시엄 측은 도시철도공사 측에 즉각 항의했으나 “모든 서류의 접수에 대한 마감시한을 정하는 것은 재무처이고, (재무처에서) 오후 6시까지만 서류를 보완하면 된다고 해서 오후 5시에 추가 자료를 받아 실적 증명을 확인해줬다”는 답변을 받았다. 통신처의 1차 접수에 재무처가 직접 관여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지난 9월 26일 공고된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 입찰 공고문’에 적힌 규정과 도시철도공사 측의 주장이 상반된다. 공고문의 입찰 참가 규정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입찰참가자격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서류의 제출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으며, 입찰서 제출 마감일시까지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입찰을 무효처리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통신처에서 B 컨소시엄에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은 입찰 참가 자격의 확인을 위한 것이므로 이 규정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후 4시 이후에 B 컨소시엄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사안에 대해 주무처인 통신처와 재무처의 의견도 상반되고 있다. 통신처 측은 “누락돼 있던 통신공사 단일사업 실적은 사업 참여 가능 여부(입찰 참가 자격)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도시철도공사 재무처는 해명자료까지 언론사에 발송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명 자료에서 재무처는 “해당 자료는 입찰 참여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제안서 평가에 이용될 부가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늦게 제출하더라도 입찰 선정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와 더불어 ‘전직 도시철도공사 직원에 대한 편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메피아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은 퇴직 당시 3급(차장)으로 간부급 인사도 아니었고, 그만큼 이 사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제217회 정례회 기간 제1차 도시철도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사안을 최초로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박진형 시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도시철도 측은 행정자치부 예규를 들면서 서류 미첨부 등 경미한 사안에 한해서 계약 담당자가 기한을 정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해당 예규는 제안서와 입찰서류 제출을 마친 뒤 평가위원회에서 제안서를 평가할 경우에 해당하는 예규이지 입찰 서류 제출 과정에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실제로 입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분명히 발생했고, 재무처장이 이를 묵살하고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17일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도시철도공사 나열 사장직무대행 역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수용하고 관련 법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결국 서울도시철도공사 나열 사장직무대행이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동안 재무처는 반대로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언론사에 발송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재무처 관계자는 “예규에 따라 절차상의 문제 없이 입찰 선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이 다른 것은 실무자가 생각하는 절차상의 문제와 임원진이 생각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공공 와이파이 구축되면? 또 다른 대형 포털 등장 가능성 주목 서울 지하철 내에서 무료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도 많지 않지만, 알더라도 사용하는 시민들 역시 소수다. 이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 한 번 하려면 30초~1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거나 그마저도 수차례 끊기기 때문에 요금이 부담되더라도 이동통신사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을 내걸고 현재보다 훨씬 빠른 기가(Giga)급 인터넷 서비스 지원을 약속했다. 이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사 307곳과 열차 3784량, 역사 출입구로부터 직선거리로 500m 이내까지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된다. 서울 시내의 강과 산을 제외하고 도시 내에서라면 어디서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이미 두 차례 입찰이 진행됐으나, 지난 4월 첫 입찰에서는 1개 업체만 참여하면서 자동 유찰됐고 지난 6월 두 번째 입찰에서는 서울시가 입찰기준으로 제시한 통신속도 300Mbps가 현재 기술수준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입찰이 철회됐다. 특히 서울시가 애초 입찰에 참여할 업체들에 점용료 512억 원을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기도 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서울시는 점용료를 390억 여 원으로 낮춘 상태다. 지난 8일 입찰에 참여한 2개 업체는 각각 점용료 400억, 49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와이파이 인프라 구축에서만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 제작 등 부가사업으로도 다양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와이파이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와이파이 서비스 접속 시 반드시 인터넷 초기 페이지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 새로운 포털 사이트를 개설해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다음, 네이버, 네이트를 잇는 또 다른 대형 포털 사이트가 개설될 수 있다는 기대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사업 관계자는 “수백억 원 상당의 점용료를 지불하고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지하철 인구를 이용한 매출 증대가 지출을 상회하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을 우대한다는 사업에 대기업들이 다수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