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근 불거진 두 건의 연예인 마약 사건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지난 10월에 불거진 배우 최창엽 필로폰 투약 사건이다. 최창엽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서울 종로 일대의 모텔 등에서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괴로움 해소를 위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최창엽은 혼자 투약하지 않고 지인과 함께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최창엽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지인을 찾아내 역시 구속 기소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유명 쇼호스트 류재영이다. 이름까지 잘 알려진 유명인은 아니지만 얼굴은 많이 알려진 쇼호스트다. 경찰 조사에서 방송 스트레스 때문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류재영는 연 매출이 3000억 원에 이를 만큼 홈쇼핑 업계에서 매우 잘나갔다.
최창엽. 사진출처=최장엽 인스타그램
두 건의 연예인 마약 사건이 연이어 불거졌지만 그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은 까닭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슈 블랙홀 탓도 있지만 연루 연예인 가운데 스타급이 없다는 까닭이 결정적이다. 물론 쇼호스트 류재영은 상당한 유명세를 가진 유명인이나 스타급이라 구분할 순 없다. 그렇지만 연예관계자들은 이번 두 건의 사건의 갖는 공통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마약류를 접한 까닭을 연예계 생활, 특히 방송 활동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밝힌 부분이다. 아직 유명세가 많지 않은, 소위 말해 뜨지 못한 최창엽은 괴로움을 호소했는데 연예관계자들은 그만큼 스타로 등극하지 못한 상황에 불안감을 느껴 괴로워하는 조단역급 연예인이 많다고 설명한다. 반면 홈쇼핑에서 잘나가는 류재영은 방송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잘나가는 연예인일지라도 방송 활동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전직 지상파 방송국 예능 PD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연예인이라는 직종이 스트레스가 큰 편이다. 무명은 무명대로 빨리 떠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고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고 방송 활동이 많아지면 방송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연예인이 쉽게 큰돈을 번다는 생각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고 하는 얘기일 뿐 연예인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직업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적절히 푸는 방법이 중요한데 유명세를 가진 연예인들은 대중과 격리돼 있는 터라 그 역시 쉽지가 않다. 그로 인해 마약 등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연예계에서 마약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까닭은 홀로 하기보단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모텔이나 집 등에서 마약만 투약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필로폰 사건의 경우 최음제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마약 사건이 잘못 확대되면 스폰서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류재영. KBS ‘연예수첩’ 방송 화면 캡쳐
“최근 불거진 사건들처럼 친분 있는 조단역급 남자 연예인들이 마약을 투약하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나마 자기 관리에 집중하는 스타급 연예인들은 마약에 노출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라 대형 스타 마약 사건은 많지 않고 발생 가능성도 적다. 문제는 조단역급 여자 연예인들이다. 그들이 마약에 연루되는 경우의 상당수는 스폰서와 연관돼 있다.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스폰서의 권유로 마약에 빠져들곤 한다. 그러다 마약에 중독돼 스폰서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스타 등극을 꿈꾸는 게 아니라 마약의 노예가 돼버려 인생을 망쳤다는 이들의 얘기도 종종 듣곤 한다.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스폰서들이 나름 막강한 힘을 갖춘 경우가 많아 마약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스폰서인 이들 가운데 마약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연루 여자 연예인까지 문제가 될 위험성은 다분하다. 그래서 마약, 특히 최음제로 활용되는 필로폰 등이 연예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고 있다. 그게 잘못 열리면 스폰서의 실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