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으로 영양주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일요신문]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통해 영양주사를 처방받아 투약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전담 주치의가 있음에도 비선라인을 통해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은 사실은 건강·경호 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중들의 시선은 대통령이 맞은 것으로 알려진 주사제로 쏠렸다.
# 2011년부터 3년 사이 처방액 50% 증가
박 대통령은 뚜렷한 치료 목적보다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등의 용도로 쓰이는 신데렐라주사,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을 처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련 보도가 나오며 존재를 접한 이들도 있지만 이미 이런 영양주사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주사제를 처방받은 병원이 피부과로 유명한 병원이기에 영양주사의 피부미용 효과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감기·몸살 증세로 내과 등을 찾아 영양주사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영양주사 시장은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미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급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및 해외관리사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양주사 처방액이 2011년 약 342억 원에서 2014년 약 511억 원으로 50%가량 증가했다.
영양주사는 기본이 되는 비타민 주사제에 필요에 따라 다양한 다른 주사제를 섞어 어떤 약에 첨가 되느냐에 따라 감초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으로 나뉜다. 주사제를 다양하게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칵테일주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사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로 피로회복, 면역력 증강, 피부 미용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병원들은 수요 증가에 따라 이 같은 영양주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진료 과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병원들이 영양주사를 제공한다. 감기 환자 등이 찾는 내과나 이비인후과부터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에서도 영양주사를 찾을 수 있다.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센터에서도 비타민주사라는 이름으로 영양주사 투여를 선택할 수 있다. 의료센터 관계자는 “수면 내시경을 할 때 원하는 검진자 선택에 따라 비타민주사를 투여하기도 한다. 피로회복,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가 있고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서는 영양주사 효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피부과 의원 원장은 잡지 기고 글에서 영양 주사를 ‘기적의 주사’라고 표현하며 피부를 밝게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한 피부과의원 원장은 “영양주사를 찾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 가지 주사 중 3가지 정도만 처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부과에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내과나 가정의학과 쪽이 영양주사에 더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주사가 어떤 약을 섞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나는 개발돼 있는 일종의 ‘레시피’를 공부해서 따라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약을 섞느냐에 따라 주사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은 농축된 비타민을 직접 투여하거나 체내 비타민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다들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주사효과? 잘 모르겠다”
직장인 이 아무개 씨(30)는 “몸살이 심해 회사 앞 내과를 갔는데 마늘주사를 처방 받은 적이 있다”며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듣고 주사를 맞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관련 보도를 보며 영양주사에 다시 눈길이 가기는 했지만 또 맞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미용 목적이라 하더라도 더 직접적으로 효과 있는 주사를 맞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종종 비타민주사를 맞으시는데 얼굴이 환해진 것 같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주부 문 아무개 씨(37)도 심한 감기 때문에 영양주사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일명 ‘맘 카페’가 활성화돼 주부들 간 정보교류가 많은 지역에 살고 있는 문 씨는 주변 추천으로 영양주사를 알게 됐다. 그는 “원래 약이나 주사를 좋아하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한 번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비타민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씨도 이 씨와 같이 주사로 큰 효과를 느낄 수는 없었다.
이어 문 씨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몸상태를 말하고 비타민주사를 맞고 싶다고 하니 놔주더라”며 “병원에서는 그런 주사가 보험에 포함이 안돼 쉽게 처방을 내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실제 기자가 병원을 찾아 영양주사를 맞고 받은 진료비 계산서를 확인해보면 진찰료는 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됐지만 주사료와 치료재료대는 비급여에 해당돼 환자부담금에 그대로 더해졌다.
실제 병원에서 투약되는 영양주사
이처럼 개인에 따라 효과를 느끼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 듯 보였다. 의사나 병원에서도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투여로 영양주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주사 종류에 따라 맞는 주기나 기간을 안내하는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더 이상 영양주사를 맞을 의향이 없는 이 씨나 문 씨와 달리 주사 효과를 느끼며 지속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존재한다. 문 씨는 “오히려 주변에서 나처럼 한 번 주사를 맞고 다시 맞지 않겠다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아는 사람 중에 자주 영양주사를 맞는 사람이 많다. 남편도 종종 몸이 나빠지면 주사를 맞고 오더라”고 말했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주사를 접하게 됐다는 김 아무개 씨(여·27)는 “감기로 고생하는 걸 친구들이 보고 비타민주사를 권했다”며 “실제로 맞아보니 감기도 빨리 낫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 이후로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이나 잠을 못잔 날, 기력이 없는 날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사를 맞으며 한 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주사를 맞았지만 요즘은 피로회복·체력증진 효과가 있다는 마늘주사를 맞는다는 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양주사를 이용해서 나도 놀랐다”며 “추천해준 친구들의 주변 사람들도 많이 주사를 이용한다고 들었다. 최근 직장을 옮겨 낯선 병원에 갔지만 남성 직장인들도 영양 주사를 맞으려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 아무개 씨(여·28)는 성형외과를 통해 영양주사를 접하게 됐다. 서 씨는 “얼굴에 흉터 수술을 받으면서 피부가 밝아지고 상처회복에도 좋다고 해서 속는 셈 치고 맞았다”면서 “화장품을 바르거나 비타민제 복용보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주기는 아니지만 종종 성형외과를 찾아 주사를 맞는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박 대통령이 맞았다는 주사는? 태반+감초+백옥 미용주사 3종세트 최근 비타민주사, 마늘주사 등의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까지 불거지며 더욱 영양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선 실세로 지목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대리 처방을 받은 주사는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로 알려졌다. 3가지 모두 건강관리나 미용 차원에서 즐겨 사용되고 있는 주사다. 이들은 각기 해독, 활성산소 제공, 간기능 향상 등의 효능과 더불어 몸이 기운을 내고 피부가 좋아지는 등 2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권영대 원장은 이러한 영양주사와 관련해 “우리가 화분에 영양제를 준다고 해서 화초가 확 살아나고 꽃이 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해가 되지 않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초주사에 대해서는 “‘약방의 감초’ 할 때 그 감초 성분이 들어가 있다.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주사”라며 “한의학에서도 감초는 안정, 해독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백옥주사의 유명세에 한몫한 비욘세. 사진=비욘세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는 “태반주사는 여러 가지 말이 많은 주사”라며 “사람의 태반을 이용해 만드는데 여성의 신체에서부터 추출된 물질이라 여성 호르몬 성분과 아기에게 필요한 성장인자가 함유돼 있다”고 전했다. 태반주사는 다른 영양주사와 같이 정맥주사용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피하나 근육용도 있다. 권 원장은 “간 기능 회복을 위한 용도는 정맥에 주사를 놓고 피하·근육용은 주로 갱년기 장애 등 여성들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주사들이 100%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작용 기전으로 보면 몸에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는 있다”면서도 “바쁜 현대인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영양제 섭취보다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누리려는 욕구와 주사를 맞으면서 느끼는 심리적 만족도 때문에 관심이 더욱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상] |
‘감초주사’ 직접 맞아보니…“마법은 없었다” 사람마다 효과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영양주사.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유명 병원을 찾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가명을 이용해 처방을 받았다는 바로 차움의원이었다. 회원 가입비만 억대에 달하는 회원제도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차움은 일반 외래진료는 전화 통화로 쉽게 예약 진료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예약과정에서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자 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로 배정시켜 줬다. 예약된 시간에 건물 2층의 병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직원이 접수 데스크 쪽으로 안내했고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나와 3층에 있는 진료실까지 함께했다. 병원은 환자가 혼자 있는 시간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접수부터 검사실, 진료실, 원무과까지 화장실을 제외하면 환자가 가는 곳 어디든 직원이나 간호사가 동행했다. 가정의학과 의사와 대면하기 전 간단하게 체온을 재고 양 손목과 한쪽 발목에 집게 모양의 검사기를 착용하는 자율신경기능 검사를 받았다. 약 5분간의 검사와 대기 이후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사는 자율신경검사 결과를 보며 “피로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체력도 완전 떨어져 있다”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수치의 불균형이 심하고 다른 검사결과 수치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타민주사 중에서도 에너지를 올려주는 기능이 있다”며 ‘감초주사’를 추천했다. 감초주사에 대해서는 “감초 성분이 들어있는데 그 외에 비타민C, 마그네슘, 글루타치온이라고 하는 성분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초주사는 간 기능 회복을 돕고 글루타치온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루타치온 성분이 있는 주사는 백옥주사로 불리기도 하며 감초주사와 백옥주사 모두 박 대통령이 차움에서 처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제는 노랑빛을 띠고 있었고 봉투 표면에 또 다른 약물이 담긴 주사기가 달려있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나 주사제 투약이 끝나자 주사기의 약물도 정맥에 주입되며 병원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간 기능이 회복되고 항산화작용을 돕는 주사를 맞았지만 몸에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힘들었다. 약간 생기가 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비싼 주사를 맞았다는 생각에 드는 ‘플라시보 효과’인지 실제 몸의 변화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비욘세가 맞아서 피부톤이 밝아졌다는 백옥주사를 맞았지만 피부에서의 변화도 잘 보이지 않았다. 병원비용으로는 11만 4300원을 지불했다. 이 가운데 진찰료는 4300원뿐이었다. 11만 원이 ‘주사값’인 셈이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3만 원에서 7만 원선인 일반 의원의 영양주사보다 다소 높은 가격이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