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76경기에서 79 2/3이닝을 던지며 6승3패 19세이브 14홀드와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던 오승환은 셋업맨으로 시즌 시작 후 트레버 로젠탈이 부상 등의 이유로 이탈하면서 카디널스의 ‘파이널 보스’로 명성을 날렸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오승환은 이대호, 추신수와 함께 준비한 <야구야 고맙다>란 책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82년생 동갑내기들의 메이저리그 생활이 담긴 포토 에세이라고 한다. 그중 오승환이 어느 인터뷰에서도 털어 놓지 못했던 내용을 전해왔다.
사진제공=대원씨아이
오승환은 팀 동료 선수들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친분을 유지했다.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선 자신을 내려놓고 선수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시즌 막판에는 그와 정이 든 선수들이 부쩍 많았다.
―만약 세인트루이스를 떠나게 된다면 다른 팀에 가서도 계속 연락하고 싶은 선수는?
“정말 많다. 타일러 라이온스, 세스 메네스, 야디어 몰리나, 트레버 로젠탈, 맷 보우먼 등등. 평소 자주 문자 주고받는 선수들이다.”
―야구의 테크닉 관련해서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는 편인가.
“그렇진 않다. 물론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우선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일본도 그랬지만 미국도 코치들은 선수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면들을 건들지 않는다. 선수가 물어볼 때 얘기해준다. 가끔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 물어본 적은 있지만 결론은 나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
―공 잡는 그립법이 독특하다. 다른 선수들이 그 그립법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나.
“많이들 물어보는 편이다. 특히 맷 보우먼하고는 훈련하면서 캐치볼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립법 관련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어느 리그나 프로 선수들은 자존심이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자신이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해선 주저 없이 다가온다. 나도 선수들 덕분에 먼저 물어보는 걸 어려워하지 않게 됐다. 반면에 일본은 성적을 내는 선수만 인정한다. 특히 난 한국에서 온 외국인 선수라 성적이 정말 중요했다. 다행히 한신에 있을 때 베테랑 선수들이랑 친해서 편하게 생활했던 면은 있다.
―혹시 외국 생활하면서 ‘왕따’를 당했던 적이 있나.
“그런 일을 없애려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솔직히 나이가 많은 편인 내가 어린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장난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선수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 한국이었다면 그럴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말을 섞지 않는다. 서로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어울린다. 나로선 베테랑 선수들도,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잘 지낼 필요가 있었다. 의도적으로 다가갔던 측면도 있다. 내가 먼저 안 다가가면 누가 내게 와서 말을 걸겠나.”
사진제공=대원씨아이
―올 시즌 피홈런 4개를 기록했다. 그중 첫 피홈런 상대가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였다.
“당시 팀이 4-6으로 뒤진 6회초에 선발 마르티네즈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었다. 그런데 출발이 좋지 않았다. 에디슨 러셀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맷 시저에게 내야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처했다가 이후 두 타자를 파울 플라이와 헛스윙 삼진으로 막으면서 한숨 돌렸다. 그러다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상대했는데 풀카운트까지 접전 끝에 85마일의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당시 그 홈런으로 9경기 무실점 행진도 깨졌다. 언젠가 피홈런은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상대가 컵스였고, 우리가 따라 붙는 상황이었는데 솔로포도 아닌 3점 홈런을 맞으니까 너무 아쉬웠다. 홈런 맞은 공은 실투였다. 좋은 선수들은 투수의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특별히 까다로운 타자의 유형이 있나.
“타격폼이 특이한 선수들 중 중심을 완전히 낮게 잡아가는 타자들이 까다롭다. 빈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이 보토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다. 장타를 노리는 선수들이지만 타격시 중심이 낮게 깔려있어 껄끄러운 편이다.”
―홈런 맞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드나.
“그냥 짜증이 난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피홈런도 동점 상황에서 맞으면 더욱 뼈아프다.”
―올 시즌 성적이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이 1.92였다. 3패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어떤 내용인가.
“8월 3일 신시내티와의 원정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았을 때다. 8회 등판해서 잘 막아놓고 9회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끝내기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정말 아쉬웠고 화가 났다. 한국에선 끝내기 홈런이 없었는데 일본과 미국에서 경험했다. 그것도 솔로 홈런은 없다. 2점 아니면 3점 홈런이었다.”
―추신수가 이런 얘길 했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공을 던지는 순간 빠른볼인지 변화구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데 오승환의 투구폼에선 공 구질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구속이 느리면 타자한테 준비할 시간을 많이 준다. 서로 타이밍 싸움을 벌이는 터라 더 집중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몰리나와 호흡을 맞추면서 삼성 시절 ‘영혼의 파트너’였던 진갑용에 대한 얘기가 자주 거론됐었다. 몰리나와 진갑용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되겠나.
“베테랑답게 선수들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리드할 줄 아는 프로정신이 비슷해 보인다. 갑용이 형하고는 오랫동안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하며 야구장 안팎에서 호흡을 맞췄던 게 편한 관계로 이어진 것 같다.”
―내년 시즌, 변화를 주려고 하는 부분이 있나.
“이건 좀 중요한 변화인데 12월 말부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식단대로 음식 조절을 하면서 몸을 만들 것이다. 한식은 입에 대지 않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로 식단을 준비하려 한다. 물론 한식 좋아하는 나로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 그렇게 했을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고 싶다. 올시즌은 처음이라 눈치보면서 다른 선수들 하는 대로 따라갔던 게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턴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지 고민할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식생활을 똑같이 따라해 볼 예정이다.”
―그래서 얻는 게 무엇인가.
“그렇게 할 경우 구속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미국에 와서 몸의 변화를 느꼈다. 몸이 이전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음식 조절하고, 맥주도 끊고, 유기농 음식으로 식사를 챙겨 먹는다면 분명 더 좋아질 것만 같다. 미국에서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선발로 내보내도 감당할 자신이 있을 정도로. 결과가 어떨지는 몰라도 하라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메이저리그였다. 야구인생의 최종 목표였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뤘다. 그렇다면 이젠 부담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하는 오승환의 이야기.
“야구가 안 될 때는 ‘야구’ 자체에 회의가 든 적이 있지만 야구는 내게 참으로 많은 선물을 안겨줬다. 내가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을까. 새삼 야구에 고마움을 느낀다. 메이저리그 구장마다 많은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너 시간 운전해서 온 사람은 부지기수였고 일부러 비행기 타고 내가 등판하는 경기를 보러 오신 분들도 있었다. 내가 뭐라고, 야구가 뭐라고, 이런 사랑을 받나 싶었다. 그래도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의 가슴 벅참과 고마움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2016 시즌은 끝났다. 내년 1월부터는 2017 시즌을 위해 또다시 열심히 달릴 것이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늦게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크게 웃고 싶다. 올 한 해 다양한 형태로 응원과 격려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들 응원 덕분에 더 힘 낼 수 있었다고 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82년생 3인방 “우리 얘기 들어보세요”…<야구야 고맙다> 책 출간 사진제공=대원씨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 중 동갑내기 친구들이 한 시즌을 보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대호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3명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 그래서 이들이 일을 벌였다. 자신들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담은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11월 말 출간을 앞두고 있는 <야구야 고맙다>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희로애락을 공유한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음주운전과 아버지의 사기 사건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추신수와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던 오승환, 그리고 둘째 아들을 미국에서 낳은 걸 두고 원정 출산 논란이 빚어진 부분 등 관련 내용에 대해 선수들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동갑내기 3인방은 12월 초 서울과 부산에서 책 사인회를 열고 팬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영] |
해외진출 노리는 FA 선수들은 지금…김광현 ‘미국’ 차우찬 ‘일본’에 눈길 18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FA 선수 6명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김광현 양현종 우규민 차우찬 황재균 최형우 등이다. KBO는 6명의 해당 선수들이 FA 신분이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신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이들의 해외 진출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고 있는 걸까. 먼저 김광현은 FA가 되면서 해외 진출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선 반드시 김광현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나섰지만 김광현은 시간을 갖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광현 측근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복수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김광현에게 관심을 표명했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면서 “구단에서 제시한 계약 조건을 살펴본 다음 선수가 행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여전히 보직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양현종은 최근 에이전트가 일본으로 건너가 몇몇 팀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IA에선 양현종에게 변함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선수가 해외 진출에 대한 뜻을 확고히 굳혔다고 한다. 최근 KIA가 나지완과 40억 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FA 선수들과의 계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양현종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외부 FA 영입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최형우한테 KIA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현종을 잡을 경우 거액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KIA가 선뜻 최형우와의 계약에 나서겠느냐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차우찬은 메이저리그보단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자신이 메이저리그보단 일본에서 활약하고 싶어 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