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군인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A 상사는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 입찰에 참가한 B 업체에 입찰 정보를 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는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에 선정 돼, 현재 우리 군에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를 납품하고 있다.
군 검찰은 A 상사가 B 업체에 내부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이 업체와 증권 거래를 한 정황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북확성기 도입 사업은 지난 4월부터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설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아 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B 업체 제품의 성능에 문제가 있음에도 군에 납품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지난 7월과 8월, 국회 국방위원회소속 일부 의원들과 <일요신문> 등이 국방부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그런데 A 상사의 구속으로 입찰과정에서 일부 비리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국방부는 평가 결과는 공정하다며 B 업체의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A 상사가 비리 혐의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은 확성기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납품 업체를 선정했다”며 “B 업체의 제품에 문제가 없는 만큼, 확성기 도입 사업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입찰 정보만을 제공했을 뿐,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준 건 아니라는 국방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은 입찰 공정성을 흐린 방산비리다. 민간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 입찰에 참여했던 또 다른 업체 관계자들이 특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현재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군 검찰의 수사결과 기동형 확성기는 차량적재 상태에서 성능평가를 실시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도입 완료 예정 기한인 11월 말까지 납품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김 소장은 “확성기 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군 당국은 언론과 국회에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것”라면서 “11월 중으로 국회와 언론이 공동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성능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심리전확성기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던 사업이다. 이후 이 사업은 183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