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수성구 고교생, 10여명 학생수 차이 보여
최근 A씨는 수상한(?)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자신의 딸이 학교시험에서 처음으로 1등을 했을 무렵이었다.
“제 딸도 같은 학교 다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면 모 학원에서 소그룹 과외 할거예요. A씨 딸이랑 같이 하면 좋겠는데...”
또다른 학부모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전화도 받았다.
“이왕이면 공부 습관 잘 잡혀있는 아이들끼리 소수 과외시키는게 어때요? 시간은 서로 맞추면 되고 비용은 좀 커도...고등학교때 제대로 준비해야 S대 가지 않겠어요?”
‘대구의 강남, 대구의 대치동’. 수성구하면 으레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대구 수성구 내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서울 강남 학부모들 못지 않게 뜨겁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먼저 수성학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 됐을 정도.
수성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공부 잘하는 자제를 둔 수성구 학부모들은 소수 정예 과외를 많이 선호한다고 귀뜸했다.
물론 소수 그룹에 다른 학생들이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학부모들의 텃세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학원 관계자는 “다른 자녀가 학교에서 1등하면 전화해서 자기 자녀랑 같이 공부하자는 부모부터 자기 자식 시간표에 맞춰 강의시간 조정해 달라는 유별난 학부모도 있어요. 학생들보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른바 ‘관리’가 더 필요할 때도 많죠”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의 고등학교들은 성적면에서 강남 못지 않다. 대구 상위 10개 고교 중에 7개가 수성구 소재 고등학교이다. 그 중 경신고와 덕원고, 대륜고, 대구여고, 정화여고, 오성고의 수능 평균은 서울 강남의 상위권 고교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더욱이 학군을 갖춘 수성구는 타 지역에 비해 유흥업소나 유해시설이 적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형성하는 편으로 통학환경이 안전하고 교육 관련 커뮤니티 형성도 수월하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내 자녀인데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 있는 곳에 보내고 싶지 않겠어요.”
똑똑한 자녀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문제는 대구 지역 내 구별 교육여건 격차가 매우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대구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와 학급 과밀화 문제에 대해 교육청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창규 위원장과 최길영 부위원장, 윤석준 위원은 “대구 지역 중·고등학교의 지역별 학급당 배정 학생 수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고 이는 지역별 교육격차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대구 지역 추첨배정 고등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자치구 별로 수성구가 35.7명으로 가장 많고 남구가 26명으로 가장 적다. 같은 대구라도 지역 고등학교 학생이 10여명 이상 차이나는 것은 지역별 교육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2016학년도 대구 지역 추첨배정 고등학교의 학군 별 학급당 최고-최저 배정 학생수 현황을 보면, 수성구 A고는 36명인데 반해 남구 D고는 23명으로 13명이 차이가 난다. 학군 별로 볼 때도 학군 내 학교들 사이에 8~12명까지 편차를 보인다.
대구교육청도 해가 갈수록 지역별로 학급당 학생 수의 차등폭이 더 커지고 이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청은 이같은 지역별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급당 배정 학생 수의 차이는 주거지역의 편중과 맞물려 지역별로 고등학교 입학정원과 고등학교 진학예정자 수의 차가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내년도 추첨배정고등학교 신입생부터 학급당 학생수 배정인원 편차를 점차 축소시켜 나갈 계획이다.
2016학년도 올해 고교 입학전형에서 학교별 학급당 학생수는 최대 36명, 최소 23명으로 13명이 차이가 나는 것을 내년인 2017학년도에는 11명, 2018학년도에는 8명, 2019학년도에는 6명 규모로 편차를 축소할 예정이다.
연차적으로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 편차를 조정해 나가면 일시적으로는 일부 지역의 일부 학생들이 원거리 배정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간-지역간 교육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특정지역의 선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시교육청은 전망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생 수 급감 지역과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을 중심으로 자율형공립고와 중점학교 운영, 학교 기숙사 운영 등 지역 학교간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올해부터는 특정지역·학교 선호 현상으로 인한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고 추첨 배정에서 학군에 관계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단일학군제 적용기준을 학교별 모집 정원의 40%에서 50%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부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특정지역의 특정학교에 진학하면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변화돼야 한다”며 “최근 신입생의 약 70%의 학생을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 입시 전형의 변화와 대구 지역 학교들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력 제고 의지가 합쳐져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 = 남경원 기자 skaruds@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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