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항의시위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장 씨 모친 순득 씨는 국정농단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순실 씨의 친언니다. 박 대통령은 과거 면도칼 피습을 당했을 때 순득 씨의 집에서 머무르며 심신을 추슬렀을 정도로 순득 씨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드옥타 베트남 호치민지회는 지난 1998년 발족됐지만 회원이 없어 사실상 1인 지회에 가까웠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9월 베트남을 국빈방문하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회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났고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옥타 대표 단체로까지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장 씨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장 씨를 직접 만났고, 그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주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베트남 교민들과의 만찬이 열렸는데 청와대 지시로 장 씨가 만찬 명단에 뒤늦게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장 씨와 만나 교육사업과 관련한 자금 지원 문제까지 논의했다. 장 씨 측은 박 대통령과 자금 지원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특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월드옥타 호치민지회는 설립 후 지난 2013년까지 이순흥 전 지회장이 이끌어 왔다. 그런데 박 대통령 베트남 방문을 한 달여 앞두고 손영일 전 지회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손 전 지회장과 장 씨는 최근 호치민지회에서 모든 직을 내려놨다. 손 전 지회장은 장 씨와 민주평통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사다. 호치민지회 측은 “장 씨와 손 전 지회장의 관계는 잘 모른다”면서도 “민주평통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사가 한두 명이냐”라고 반문했다.
손 전 지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 지회장을 맡을 당시는 옥타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다른 지회의 정관을 빌려서 정관을 만들며 회원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월드옥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손 전 지회장이 갑자기 호치민지회 회장으로 취임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호치민지회는 손 전 지회장이 지회장을 맡은 후 불과 2년여 만에 회원 수가 100여 명에 육박하는 단체로 성장하게 된다.
호치민지회 측은 “베트남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순흥 전 지회장이 너무 오랫동안 지회장직을 맡고 있으니까 새로운 분들이 지회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손 전 지회장이 지회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사람을 모으다 보니까 장승호 씨도 들어온 거지 장 씨가 손 전 지회장을 꽂아 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옥타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전후로 장 씨에 대한 소문이 교민들 사이 쫙 퍼졌다. 장 씨에게 줄을 대려고 유력 인사들이 접근해오면서 호치민지회가 커지게 된 것”이라며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다. 월드옥타 하노이지회도 따로 있는데 하노이에 본사를 둔 기업들도 호치민지회에 가입하려고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호치민지회의 폭풍 성장에는 직간접적으로 장 씨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주장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교민들 사이에서는 “장 씨가 운영하는 국제 유치원이 인기 있는 이유도 교육 프로그램보다 장 씨와 연줄을 맺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호치민지회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호치민지회는 월드옥타 차세대 비즈니스 스쿨을 처음으로 개최했고, 월드옥타 본회로부터 우수표창을 받았다. 손 전 지회장은 세계한인의 날 기념 유공한인 표창장 전달식에서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했다. 앞서 언급한 한 관계자는 “월드옥타는 한국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지원 하에 많은 행사가 진행되는데 산자부가 미는 지회는 뜰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을 주려면 호치민지회를 창립하고 가장 최근까지 이끌었던 이순흥 전 지회장이 받아야지 불과 2년여 동안 지회장을 지낸 손 전 지회장이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장 씨의 영향력은 아닌지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순흥 전 지회장은 베트남 전쟁 때 한국 외교관들을 비롯해 많은 한국인을 구출한 이력이 있어 교민 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는 인사다.
반면 손 전 지회장은 박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종이를 한솔제지로부터 독점 수입해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월드옥타 호치민 지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교민들 사이에서 그렇게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호치민지회 측은 “이 전 지회장이 호치민지회를 훌륭하게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호치민지회를 크게 성장시킨 것은 누가 뭐래도 손 전 지회장이다. 손 전 지회장은 충분히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호치민지회의 성장과 관련해서도 “손 전 지회장이 지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모든 게 장 씨 때문이라고 하면 황당무계하다”면서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친구 아버지 회사까지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월드옥타 호치민지회는 물론이고 회원사들에게 특혜가 제공된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호치민지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