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근 1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젝스키스 등 몇몇 그룹이 재결성하거나 복귀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요계에는 이미 새로운 바람을 형성되는 상황. 하지만 걸그룹의 재결성은 S.E.S가 처음이다. 이들이 어떤 분위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그 움직임이 향후 다른 걸그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ES는 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지원 아래, 해체 1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S.E.S 재결성…2년 전 <무한도전> 특집부터
S.E.S가 신곡 공개 날짜를 11월 28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날은 20년 전 S.E.S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데뷔 날이다. S.E.S가 발표하는 신곡 제목인 ‘러브 스토리’ 역시 20년 내놓은 노래 ‘러브’를 새롭게 편곡한 곡이다. 14년 만의 복귀인 만큼 날짜부터 신곡 제목에 이르기까지 과거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던 시절의 분위기를 재연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S.E.S의 재결성 구상은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신곡을 발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단독 콘서트를 열고,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12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계획은 단연 눈에 띈다. 최근 활동하는 인기 걸그룹마저도 단독 콘서트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S.E.S의 자신감은 남다르다.
내년 1월에는 스페셜 앨범 발표도 준비 중이다. 또 이번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의 2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전 약정도 맺었다. 2009년부터 매해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해온 S.E.S는 2014년에는 ‘스마일’이라는 이름의 사회공헌 브랜드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이번 음반 활동 역시 지나치지 않고 봉사활동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S.E.S의 재결성 가능성은 꾸준하게 예측됐지만 실현 여부는 최근까지 ‘미지수’로 남아 있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과 달리 걸그룹은 대부분 재결성에 소극적이다. 각자 처한 상황과 현재 몸담은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과 출산, 육아 등 개인적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부담도 재결성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S.E.S가 이런 한계를 딛고 과감하게 재결성을 추진할 수 있던 배경에는 ‘계기’가 있다. 2014년 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토가’ 무대에 오르면서 결정적인 전환을 맞았다. 해체하고 한 번도 같은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S.E.S는 당시 1990년대 인기 가수와 그룹의 무대를 그대로 재연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에 맞춰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당시 임신 중이던 유진 대신 소속사 후배 그룹인 소녀시대의 서현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반응은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S.E.S는 <무한도전> ‘토토가’를 통해 1990년대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줄곧 팬들로부터 재결성 요청을 받아왔다.
3명의 멤버가 지금도 변함없이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사실은 S.E.S 재결성을 가능케 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대부분 10대 때 데뷔해 화려한 인기를 누린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은 빠르게 얻은 성공만큼이나 멤버들끼리 갈등이나 부침을 겪는 경우도 잦다. 멤버 간의 갈등이 그룹 해체에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S.E.S는 다르다. 바다와 유진, 슈는 팀 해체 이후에도 봉사활동을 함께할 정도로 서로를 챙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함께 모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팬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바다 유진 슈는 팀 해체 이후에도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봉사활동도 함께했다. 사진출처=슈 인스타그램
지금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멤버 3명이 각자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점도 재결성에 힘을 실었다. 그룹 활동 때부터 탁월한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바다는 해체 뒤 뮤지컬에 진출해 지금은 가장 몸값 높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노트르담의 곱추>를 비롯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히트 뮤지컬의 주인공을 두루 거쳤다.
유진과 슈는 각각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유진은 출산 직후 주연을 맡은 KBS 2TV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로 인기를 다졌고, 슈는 쌍둥이 딸과 함께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있다. 3명의 멤버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 젝스키스의 성공 모델…S.E.S가 이어받나
S.E.S의 재결성을 앞당긴 또 다른 배경에는 앞서 젝스키스가 이룬 성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6인조 젝스키스 역시 2년 전 <무한도전> ‘토토가’ 출연을 계기로 재결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멤버 고지용을 제외한 은지원, 강성훈, 김재덕 등이 전부 모였다.
10년간의 공백은 젝스키스의 재결성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YG엔터테인먼트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해 음반 제작에 나섰고, 이렇게 완성한 신곡 ‘세 단어’는 공개와 동시에 모든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12월 1일 새 음반 발표까지 계획하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젝스키스와 S.E.S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고 그룹이 해체된 이후 10년 넘는 공백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며 “다시 모였을 때 과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과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젝스키스는 과거 팬들을 결집시키는 성공을 이뤘다. 이를 지켜보면서 S.E.S도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젝스키스의 성공은 그대로 S.E.S을 향한 기대 상승으로 이어진다. 걸그룹으로는 처음 재결성한다는 ‘프리미엄’ 덕분에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밖에 없는 위치도 선점했다. 더욱이 S.E.S는 ‘친정’과 같은 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지원 속에 활동을 시작한다. 젝스키스가 과거 소속사인 DSP미디어(당시 대성기획)와 손잡는 대신 양현석 대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를 택한 방식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