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경새재배 바둑대회는 총 12개 부문으로 열렸는데 이중 여성만 참가 가능한 종목은 여자 일반부와 여자 단체부였다. 여자 일반부는 연령제한 없이 여성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전국 최강을 가리는 무대고, 여자 단체전은 26세 이상의 여성이 4인 단체전 스위스리그로 진행됐다.
이제 여자 단체부 없는 전국아마바둑대회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여성 바둑인들이 시합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대회장 분위기는 물론, 바둑대회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일반부에는 13명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여성 단체전에는 전국에서 무려 16개 팀이 참가했다. 팀당 4명으로 구성됐으니 64명이 문경을 찾은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여성바둑연맹 산하 지부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말이면 이렇게 팀을 이뤄 전국의 바둑대회장을 누빈다.
인기도 만점이다. 현장에선 아마추어 바둑대회에 ‘최강부는 없을지언정 여자 단체전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대회를 표방하는 무대라면 여자 단체전은 필수다.
바둑대회 세팅 전문업체 클럽A7의 홍시범 대표는 “일단 저분들이 등장하면 행사장 분위기가 화사해진다. 사실 예전에는 바둑대회장 분위기가 남자들만 많았기 때문에 좀 칙칙한 느낌이 있었는데 여성들이 바둑대회장에 대거 등장하면서 밝아졌다. 그리고 타 종목에 비해 실력은 약한 편이지만 대국 분위기나 바둑에 임하는 태도 등은 최고다. 주최측에서도 무척 환영하고 있다. 주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바둑대회에 참가한 김에 지역 특산물도 구입해가고 나중에 다시 여행하러 찾기도 하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여자 단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들만 주최측에서 따로 숙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여성 바둑인들이 진지한 태도로 대국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3~5단의 기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인터넷 급수로 3단~5단이 가장 많다. 연령 역시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구 팀 소속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석경자 씨는 “바둑대회는 1년에 열 번 이상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전남 강진대회만 너무 멀어 참가하지 못했을 뿐, 단체전이 열리는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바둑대회는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여행 삼아 출전하고 있으며 집에서도 나이 들어 좋은 취미라며 모두 좋아한다. 대회 출전이 잦다보니 성적에 대한 욕심도 당연히 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대구시바둑협회에 나가 바둑강의도 듣고 실전 트레이닝도 갖는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팀들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문경새재배 여자 단체전은 4라운드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진행돼 군포팀(김순득, 임난희, 김윤숙, 임경화)이 우승, 100만 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군포팀 임난희 씨는 “우리 팀은 5~6명이 팀을 이뤄 그때그때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대회에 참가한다. 대회 경비는 무조건 똑같이 각출하며 상금을 타더라도 팀 전원이 공평하게 나눈다. 입상권에 자주 드는 편이지만 평소 기력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상금이 좀 더 올랐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유경춘 객원기자
황진호 문경시바둑협회장 “내년엔 사과축제와 함께” 문경은 스포츠 도시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고 국군 체육부대가 문경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문경시는 ‘스포츠 레저 관광의 메카 도시’를 표방하며 매진하고 있다. 바둑은 올해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입성했는데 스포츠 도시 문경에도 10년 넘게 전국 규모의 바둑대회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문경새재배 바둑대회는 2006년 창설된 이후 꾸준히 이어져오다가 지난해 중단의 아픔을 겪었는데, 황진호 문경시 바둑협회장(62)의 노력으로 올해 다시 도약의 기틀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은 황진호 바둑협회장과의 인터뷰 전문. 황진호 문경시바둑협회장 “10주년을 맞은 이 뜻 깊은 자리는 문경시 바둑인들의 헌신과 열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작년 대회가 중단돼서 전국의 아마추어 바둑인들에게 실망도 안기고 걱정도 끼쳤는데 올해 보란 듯이 다시 대회를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고윤환 문경시장님께 감사드린다.” ―문경이 의외로 바둑대회 역사가 길다. 소개를 부탁한다. “문경새재 바둑대회 말고도 지난 1973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문경시민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역사가 깊은 대회다. 큰 바둑대회가 두 개인 셈인데 사실 문경에는 다른 시군보다 바둑동호회가 많고 활성화가 잘 돼있는 편이다. 이 분들이 없었으면 대회 유지가 힘들다. 생각해보라. 문경시 인구가 약 7만 6000명인데 바둑 말고도 체육, 문화단체가 많다. 그런 속에서 매년 바둑대회를 한다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어렵다. 금동일 협회 고문 이하 많은 분들이 노력한 결과다.” ―문경새재 바둑대회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올해 문경새재배는 아마 최강부, 남자 일반부, 여자 일반부, 전국 학생부, 전국 초등 일반부가 전국 규모의 대회로 치러진다. 여기에 경북, 대구 바둑인들이 참가 가능한 대경 바둑대회를 더하는 등 전국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매머드급 대회로 준비했다. 상금 및 연구비만 4000만 원이 넘는다. 올해는 특히 프랑스, 러시아 국적 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테마가 있는 바둑대회로 꾸밀 예정이다.” 열 돌을 맞은 문경새재배 바둑대회장의 모습. 전국에서 600여 명의 선수들이 문경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바둑대회를 후원하는 문경시의 반응은 어떤가? “좋은 편이다. 그러니까 10년 이상 대회를 후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전국 바둑대회의 장점은 많은 인원이 대회장을 찾는다는 점이다. 올해는 선수만 600여 명이 참가했고 학부모들도 약 200여 명이 동행해 전국에서 주말 이틀 동안 약 800명이 문경을 찾았다. 다른 종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숫자다. 문경시에서 매년 예산을 후원하고 있는데 바둑대회에 참가한 인원들이 주말 이틀 동안 문경에 쓰고 가는 금액도 적지 않다. 따라서 문경시 홍보 효과까지 감안하면 적자도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참가 기념품도 문경의 특산품인 사과로 대체했다. 이런 노력이 시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 같다.” ―앞으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올해는 준비기간이 짧아 홍보를 많이 못했다. 내년 대회는 사과와 오미자 축제가 열리는 9월이나 10월에 바둑대회도 함께 열 계획이다. 바둑 동호인들이 주최측에 화답하는 길은 많은 인원이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또 그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과 정취를 마음속에 담아 다음에 다시 찾아주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