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광주·전남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박근혜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광주시에 따르면 내년도 창조경제센터 예산은 올해와 같은 수준인 10억 원이다. 광주시의회는 오는 12월 1일 창조경제센터 예산이 포함된 ‘2017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을 다룰 예정이다. 시의회는 ‘예산반영’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시의회 내부적으로 최순실이 개입한 사업에 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이지만 이와 별개로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다.
산업건설위원장인 임택 시의원은 “최순실 예산으로 치부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광주의 주력 사업인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큰 만큼 해당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다만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국회에서 정부예산이 삭감될 경우 시비 예산을 반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창조센터 내년도 예산규모는 국회에서 창조센터 운영비 증액분을 전액삭감하는 분위기여서 올해예산인 국비 16억 2000만 원, 시비 10억 원, 현대차 펀드 10억 원 등 총 36억 2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남창조센터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예견됐던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차질이 현실화됐다. 전남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는 지난 22일 도 경제과학국 내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 소위원회에서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 지원될 도비 1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창조경제혁신 펀드, 바이오화학 펀드 등 투입 예산 20억 원도 삭감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예산은 심의 과정에서 ‘최순실·차은택 예산’이라는 의원의 비판이 나오기도 해 삭감이 유력했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비 17억원, 도비 10억 원 등 6 대 4 비율로 내년 운영비를 충당할 예정이었다.
국비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삭감 기류가 강해 국회 예산 심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센터는 인건비 등 내년 운영 차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국비가 일부나마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추경예산에서 도비도 부활할 여지는 있다.
경제관광문화위는 출연금 지원과 공무원 파견 등 행정지원 내용을 담고 있는 창조센터 지원조례안도 지난 9월 이후 보류시킨 상태다. 다만 창조센터 지원펀드 20억원에 대해서는 환수시 불이익 등을 감안, 예산 편성 후 추후 일괄 정산 등 방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GS와 전남도가 손잡고 지난해 6월 여수에 문을 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남 농수산 벤처 창업·육성, 웰빙관광 산업 발굴, 친환경 바이오화학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전 주도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에 들어설 2센터도 개소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개소식이 연기됐다.
전북창조센터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14년 11월 문을 연 뒤 비교적 ‘순항’을 하던 전북창조센터에도 출범 2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전북창조센터에는 전북도와 효성 등에서 파견된 인력 10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이 근무 중이며, 연간 국고 16억 원과 전북도가 10억 원을 지원해 운영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효성과 한국 성장금융, 전북도 등이 모두 304억 7000만 원의 펀드를 조성했고, 이 가운데 70억 원을 창업기업 육성에 지원했다.
전북혁신센터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104개 창업기업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지원했고, 505억 원의 펀드 조성을 완료해 101억 원(12건)의 펀드투자를 집행했다. 이에 신규채용 188명과 매출 증가(389억 원) 등의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센터 운영은 설립초기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기업들을 종합 지원하는 ‘허브’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전북도 관계자의 평가다. 실제로 2015년 845건에 그쳤던 멘토링과 컨설팅은 올해 9월말 현재 1212건을, 55건에 그쳤던 시제품 제작은 196건으로 몸집을 불리며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예산이 올해만큼 확보될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야당이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최순실 예산’으로 규정하며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당초 전북센터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늘리려고 했으나 국비 증액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지방비를 올해와 똑같은 10억 원으로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악화한 상황에서 야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센터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 만약 센터 운영지원비인 ‘지역혁신생태계 구축지원 사업’ 예산이 삭감될 경우 도비가 지원된다 해도 운영이 힘들어진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펀드 조성시 대기업 강제 참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펀드 활용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는 전북도와 (주)효성이 출자하고 모태펀드가 공동으로 조성한 200억 원과 기존의 동반성장사다리펀드 등 총 500억 원의 투자 펀드로 자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지역 벤처투자들에게는 그나마 자금 지원 줄이었던 펀드가 사업 축소로 자칫 지역기업에 피해만 주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대기업에 출자를 압박해 혁신센터를 설립했다는 의혹,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이 창조경제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만 산더미다. 이 때문에 사실상 ‘창조경제센터’ 사업이 더 이상 추진될 동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권의 한 인사는 “창조경제(센터) 사업에도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진 만큼, 그동안의 사업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며 “탄핵정국에 들어가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주도권이 상실되는 만큼, 사실상 창조경제 사업을 추진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회가 창조경제 관련 부정 예산, 중복예산을 걸러내되 동시에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제 설립 3년차를 맞아 전북지역 창업기업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담당하는 등 센터 유지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시국을 놓고 볼 때 내년 운영을 장담할 수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한 뒤“ 만일의 경우 센터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기능을 축소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