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해 의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국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입장은.
“국정 시스템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크고 간절한 상황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지금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방관하고 있었던 관련자들에 대한 분노와 이를 타파하기 위한 해결방안에 대해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의 수장으로서는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을 명명백백 밝히는 작업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렴사회, 공정사회를 향한 토대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철저히 조사하고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모두 바로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국정 혼돈 속에서도 침착하게 제 역할을 다 해내는 ‘참된 지방의회’의 모습, 오로지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민생의회’의 모습을 서울시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일은.
“서울시의회의 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천만 서울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9대 후반기 의회 슬로건 ‘서울 속으로 한 발 더, 시민 곁으로 한 뼘 더’ 처럼 늘 현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의 고충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올해는 연초부터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김포공항역 승객 사고, 오패산터널 총기사고, 미세먼지 파동, 지진문제처럼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올해는 지방의회 부활 25주년이자 서울시의회 개원 60주년이 되는 해다.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 회복 및 지방자치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정책보좌관제 도입’이다. 앞으로 2년간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통한 의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지방의회 의정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도의회에 ‘지방예산정책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25년간 지방자치 부활의 역사와 함께하며 누구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국 지방의회들이 수년에 걸쳐 주장해온 것이 바로 ‘정책보좌관제 도입’이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사전에 지방의회와 아무런 논의 없이 ‘지방예산정책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보여준 소통 부족의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지방의회에는 이미 입법담당관, 예산정책담당관 등 예산정책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부서가 존재한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센터 설치 계획은 지방의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몰이해를 보여준다 하겠다. 조직의 몸집을 불리고 예산을 들일 때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보좌관제는 대를 이어가며 지방의회가 주장하고, 중앙 정치권 역시 지난 19대 국회부터 다방면에서 살펴보고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임시방편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복지문제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견해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복지 예산은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부담해주어야 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상관없이 같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 대표적인 예로, ‘저출산·고령화’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핵심과제인 ‘보육’을 지방에서 각자 해결하도록 방치해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앙정부의 공약을 지방이 떠안고 있는 형국으로, 중앙의 재원을 즉시 내려 보내지 않으면 지방 재정은 곧 파탄날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피해가 학부모와 보육시설에 전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긴급 예산을 편성해왔다. 2017년 예산을 당겨쓰는 것인 만큼 내년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사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무한반복으로 터지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앙정부가 지고 있는 셈임이다.”
―청년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수당에 대한 입장은.
“취업난, 주택난 등 오늘날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청년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고심 끝에 내놓은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의 ‘협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억지를 부리며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중앙정부가 법률상의 ‘협의’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허가’라는 매우 제한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각 지방정부와 합심하여 청년 정책을 추진해나가기에도 부족한 때에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이다. 중앙정부는 무조건 지자체의 정책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시민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충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응원해야 할 것이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