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와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서로를 향해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대로 백인들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백인들은 또 백인들대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갈등을 나타내는 사례는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기업이나 해당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대해 서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서로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트럼프 지지자들과 클린턴 지지자들 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트럼프 지지자인 백인 데이비드 샌구사가 마이애미의 스타벅스에서 흑인 바리스타에게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SNS에 퍼진 동영상.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하자 백인 남성은 “내가 주문한 커피를 일부러 주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여자가 백인을 차별한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주먹으로 때려 눕힐 테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이 남성은 결국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매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당시 현장을 녹화했던 동영상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곧 동영상 속 백인 남성은 마이애미의 부동산 리모델링 업자인 데이비드 샌구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샌구사는 지역 언론인 <마이애미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바리스타가 내가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커피를 늦게 줬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백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타고 온 트럭에 트럼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화를 낸 것은 분명 잘못했지만, 난 분명 인종차별을 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로 인해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스타벅스를 상대로 고소를 할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 달리 <마이애미헤럴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남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론사에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성격의 이메일을 보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성혐오, 그리고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지지자인 팀 트레드스톤은 스타벅스에서 본래 이름 대신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음료를 주문받을 때 고객의 이름을 물어본 후 종이컵에 이름을 적어주는 스타벅스의 관습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바리스타는 어쩔 수 없이 음료가 준비되면 ‘트럼프’라는 이름을 크게 부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트레드스톤은 “보이콧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면서 단순한 항의 차원에서 벌이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항의 운동은 성공을 거둔 듯 보인다. 실제 얼마 후부터 SNS에서는 ‘Trump’라는 이름이 적힌 스타벅스 종이컵을 찍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운동에 대해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스타벅스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스타벅스에 항의하는 의미로 스타벅스에 간다니 웃긴다. 스타벅스는 아마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또 다른 누리꾼은 “모두가 트럼프라는 이름으로 주문했다가는 음료가 뒤죽박죽 섞이겠네”라고 비아냥거렸다.
스타벅스 측은 이 항의 운동에 대해서 “지난 몇 년 동안 고객의 이름을 종이컵에 적어 부르는 것은 우리 매장의 즐거운 관습이 됐다. 지금까지 이런 관습이 악용되거나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한 경우는 드물었다. 앞으로도 우리 고객들이 이런 전통을 잘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불편한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클린턴 공개지지 인터뷰.
사실 스타벅스와 트럼프 진영 간의 묘한 신경전은 미국인들에게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공개적으로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었다. 지난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슐츠 회장은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 번 친민주당 성향임을 입증했다.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 후 1만 2000여 명의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슐츠는 선거 결과에 대해 “놀랐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함께 앞으로 나가자”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스타벅스와 트럼프의 껄끄러운 관계가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 다름아닌 지난해 불거진 스타벅스의 ‘레드컵 사건’이다. 1997년부터 매년 겨울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컵인 ‘레드컵’을 제작해온 스타벅스는 지난해에는 평소와 다른 컵 디자인 때문에 구설에 올랐었다. 빨강색 바탕에 초록색 로고만 박혀 있을 뿐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모양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해 일부 기독교인들은 ‘스타벅스가 예수 그리스도를 싫어한다’ ‘기독교를 배척한다’며 맹비난했다. 또한 스타벅스 직원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리데이스”라고 인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일부 미국인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종이컵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게 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었다.
트럼프 역시 레드컵 논란을 거론하면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었다. 트럼프는 대중 연설에서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걸까요?”라고 물으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예년과는 다른 레드컵 디자인을 선보여 ‘기독교를 배척한다’는 비난을 샀다.
한편 스타벅스 측은 당시 이 논란에 대해 “고객들이 자유롭게 종이컵에 그림이나 메시지를 적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스타벅스는 종이컵 색깔 때문에 한 차례 논란에 휘말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빨강색을 사용한다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초록색을 사용했던 것. 선거 전 제작된 이 초록색 컵에는 100명의 얼굴로 이뤄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강색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때가 때인 만큼 분열보다는 화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선거가 끝난 후 열세 가지 종류의 레드컵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인 상태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만은 비단 스타벅스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반트럼프 성향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트럼프 불매운동에 동참한 업체들을 상대로는 역불매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한 트럼프 지지자가 작성한 불매운동 업체 리스트에는 오레오, 넷플릭스, 그럽허브, 아마존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음식주문배달 업체인 그럽허브의 경우에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매트 멀로니가 반트럼프 성향의 인물이란 점 때문에 불매운동 명단에 올랐다. 대선 다음날 멀로니는 1400여 명의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두길 바란다”라고 말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난을 샀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으며, 회원 탈퇴를 하거나 어플을 삭제하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제프 베조스 CEO의 “트럼프를 우주로 보내버리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혔다. 베조스 CEO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트럼프와 각을 세운 대표적인 기업가로 꼽힌다. 하지만 베조스는 대선 직후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시사한 바 있다.
이밖에 반트럼프 성향의 단체로는 미프로농구(NBA)의 밀워키 벅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댈러스 매버릭스 등 세 팀이 있다. 이 세 팀은 앞으로 트럼프 계열의 호텔에 묵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미셸 오바마가 선호하는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인 소피 실렛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트럼프의 아내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위한 의상을 제작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불매운동은 트럼프 지지자들보다 반트럼프 운동가들 사이에서 더욱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와 관련된 모든 회사의 제품은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가령 트럼프 본인이나 딸 이반카 회사의 제품은 아예 구매하지 않으며, 트럼프 부녀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혹은 대표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회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셰넌 쿨티의 불매운동 대상 중 하나인 트럼프 와이너리.
불매운동을 앞장서서 지휘하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인 셰넌 쿨티는 현재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를 작성해서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쿨터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후 사람들의 관심이 더 많아졌다”고 말하면서 “특히 트럼프가 스티브 배넌을 수석전략가로 임명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불매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시태그(#GrabYourWallet)를 이용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쿨티의 리스트에 오른 회사는 모두 50여 개다. 트럼프 호텔, 트럼프 골프 코스, 트럼프 와이너리 등 트럼프 본인이 소유한 업체는 물론이요, 잉링비어, 뉴발란스, 허벌라이프, <포브스>, <피플>, UFC, 아마존, 블루밍데일, 메이시스, 니만 마커스, 노르트스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회사들은 모두 설립자나 CEO가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트럼프 부녀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가령 메이시스 백화점의 경우에는 지난해 7월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들은 모두 강간범”이라는 발언을 비난하면서 매장 내 트럼프 남성 의류 브랜드를 모두 쫓아냈지만 딸 이반카의 제품(의류, 주얼리, 핸드백 등)은 여전히 판매하고 있어 리스트에 올랐다.
쿨티의 불매운동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연간 매출이 가장 높은 때인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서둘러 꼬리를 내린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슈즈닷컴’은 이반카 컬렉션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인테리어용품 전문샵인 ‘벨라코어’는 ‘트럼프 홈’사의 제품을 매장에서 전부 철수시켰다.
앞으로 쿨티는 불매운동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반트럼프 운동을 계속 벌일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GrabYourWallet 웹사이트와 어플을 개설하는 한편, 취임식 다음날인 2017년 1월 21일에는 지지자들과 함께 워싱턴에서 ‘워싱턴 여성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인권단체나 환경단체에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스타벅스에서는 왜 진동벨 대신 이름을 부를까 스타벅스 컵에 적혀 있는 고객 이름.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다른 커피숍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진동벨이 없다는 점이다. 진동벨 대신 스타벅스에서는 직원들이 일일이 육성으로 번호를 불러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미국 매장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보통 번호를 부르지만 사실 미국 매장에서는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스타벅스 직원들은 주문을 받을 때 음료와 함께 고객의 이름을 묻는다. 그런 다음 이름을 종이컵에 사인펜으로 적고, 음료가 준비되면 종이컵에 적힌 이름을 호명한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친밀감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웹사이트에서는 “오늘날에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미가 없어졌다. 우리는 아이디, 회원번호, IP 주소로 불린다. 이제부터 스타벅스는 고객을 ‘라떼’ 또는 ‘모카’라고 부르지 않겠다. 대신 고객들의 이름을 부르겠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들이 고객들의 이름을 종이컵에 적음으로써 단골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렇게 할 경우 다음에 방문했을 때 먼저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효율성도 긍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고객의 이름을 부르면 누가 어떤 음료를 주문했는지 헷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바리스타가 “라떼 주문하신 분이요”라고 불렀을 때는 동시에 여러 명이 “내 음료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름을 부를 경우에는 내 음료가 나왔다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반면 바리스타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지나친 친절이다’ 혹은 ‘사생활 침해다’라는 의견이 그렇다. 영국의 코미디언인 아서 스미스는 영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커피숍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지, 친구를 사귀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