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의 딸 동창 부친인 이 아무개 씨는 지난 2013년 가을경부터 최 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케이디)’이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최 씨는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박 대통령은 직접 현대자동차에 케이디의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대차는 케이디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10억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최 씨는 또 이 씨가 박 대통령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이러한 대가 명목으로 최 씨는 이 씨로부터 시가 1100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현금 5000만 원가량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그런데 공소장 내용 외에도 이 업체가 청와대로부터 받은 특혜가 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10월 2일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이 씨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5월경 중소기업주간을 맞이해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인들과 행사를 가지고 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7월에 행사 개최) 2013년 5월에도 중소기업인 초청행사가 있었는데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불과 5개월 만에 중소기업인 초청행사를 또 개최했다. 검찰은 이 씨가 2013년 가을경부터 최 씨를 통해 로비를 벌였다고 했는데 공소장 내용과 시기적으로도 일치한다.
매년 5월경 열리는 중소기업인 행사에는 200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초청되는데 당시 10월 행사에는 중소기업인 34명만 초청됐다. 참석자들이 매우 소수였기 때문에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 또한 역시 이례적이다.
당시 행사 참석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소수만 초청된 만큼 회사 대표직 외에도 여성벤처협회장, 가업승계기업협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 씨는 아무런 협회장직이 없었고 회사 규모도 당시 사원수가 50여 명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급’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 씨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갑자기 10월경에 청와대에서 행사가 열리고, 이 씨가 그 자리에 초청될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인 청와대 초청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서 1차적으로 추천 명단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디를 중기중앙회가 추천한 것이냐는 질문에 중기중앙회 측은 “오래 된 일이라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추천하는 업체 외에도 청와대에서 추천하는 업체도 포함돼 참석 업체 명단이 확정된다. 우리가 추천한 업체가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10월에 행사가 개최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중견기업, 대기업 회장들을 상대로 연속적으로 초청 간담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소기업인 간담회도 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중견기업, 대기업 간담회는 지난 2013년 8월 28일과 29일 연속적으로 열렸다. 10월에 열린 행사가 8월에 열린 행사의 연장선 성격이라는 설명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중견기업과 대기업 간담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중소기업인 초청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5개월 만에 중소기업인 초청행사를 다시 개최할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중앙회 측은 “대통령 일정이 바쁘면 행사를 얼마든지 연기해 개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중소기업주간 행사 외 중소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가진 것은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청와대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면 청와대 명의로 보도자료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0월 중소기업인 초청 행사는 청와대 명의의 보도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예정에 없었던 행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개최하는 행사에 초청된다는 것은 기업에게는 매우 큰 혜택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느냐 못 올리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내렸다. 특히 케이디와 같이 인지도가 부족한 회사는 청와대 초청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업계에서 인지도와 신뢰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케이디 측은 담당자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프랑스 경제사절단 모집 과정도 수상 3일 만에 후다닥 마감…명단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씨가 프랑스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과정에서도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행사를 준비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면서 ‘정상외교 경제활용포탈’과 산자부 홈페이지 ‘경제사절단 모집 공고’를 통해 신청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자부 홈페이지 공고문을 살펴보니 공고기간이 단 3일뿐이었다. 공고문이 게시된 날짜는 5월 12일이었고, 접수 마감 날짜는 5월 14일 오후 3시까지였다. 그리고 불과 2주 뒤인 5월 27일 해외순방을 떠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의 일정이 한 달 단위로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빠듯하게 모집공고를 내면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군데나 되겠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업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서 내실 있는 기업을 추려내야 하는데 마치 명단은 이미 정해져 있고 요식행위로 공고문을 띄운 듯하다”고 말했다. 케이디는 3일뿐이었던 공고기간에 신청서를 접수해 선정됐다. 이번에는 산자부가 경제사절단을 모집한 또 하나의 통로인 정상외교 경제활용포탈을 살펴봤다. 이곳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잡히기 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들을 상시모집하고 있는 사이트였다. 대통령이 다음에 어디로 순방을 떠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업들은 ‘묻지마’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이트에는 ‘상시모집은 정식 신청이 아니며, 사전에 참가희망국을 표명하는 모집절차’라는 설명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 순방에는 170개 업체가 지원했는데 탈락한 업체는 단 4곳뿐이었다. 이미 명단이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정황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 측은 “순방에 동행해도 항공비, 체류비 등은 모두 업체에서 부담하게 된다. 따로 재정지원이 없기 때문에 경제사절단 참가 신청을 하면 결격사유가 없는 한 모두 참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산자부 측은 해외순방 참여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주요경제단체 대표, 전문가, 학계 및 시민대표 등 15명이 참여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큰 결격사유가 없는 한 모두 참여시킬 예정이었다면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산자부 측은 “결격사유가 있는 업체인지 아닌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선정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며 “모집공고 기간은 다소 짧았지만 코트라, 전경련 등을 통해서도 참가기업을 모집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한 관계자는 “일정이 급하게 잡혀 어쩔 수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일정이 잡혀있었음에도 주무 기관인 산자부가 뒤늦게 모집공고를 올린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170개 업체가 지원해 탈락한 업체는 고작 4곳뿐이라는데 해외경제사절단에 동행하고 나면 기업 주가가 널뛰고 인지도도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참여하려는 업체가 그렇게 적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