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은 지난 2007년 2월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에 임용됐고, 이후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장, 예술체육대학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주도적으로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을 만들기에 이른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를 통해 한국 스포츠산업 육성을 주창했다.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경영 석사과정 개설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 2011년 신설됐다. 2010년 8월 문체부 산하기관인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는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스포츠인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스포츠경영 석사과정 개설운영 사업을 대학교를 대상으로 공모했다. 사업은 3년간 15억 원 상당의 국비지원을 해준다는 내용이었고 서울대와 한양대가 공모에 지원했다.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 1기 학생들과 김종 전 차관.
이에 문체부는 재단에 재심사를 요청해 재심사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같았다. 당시 재단은 “한양대를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한 데 공정성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해명 직후 한양대는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석사과정을 모집했고 1기 과정을 시작한 바 있다. 당시 2년 동안 학생 한 명에게 투자되는 금액은 2500만 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전 차관이 석사과정 개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주도한 재단의 이사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은 스포츠경영 석사과정 개설운영 사업 공모가 있기 몇 달 전인 2010년 2월에 해당 재단에 이사로 취임했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시점이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한양대 교수에 임용되면서 스포츠 대학원 개설에 힘을 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가 본인이 추진하는 사업에 입김을 넣을 수 있다는 의혹이 서울대에서 제기했던 심사위원 친인척 시비보다 더 설득력이 생기는 대목이다. 당시 정동구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은 “일부 심사위원을 직접 선정했지만 처남, 매제 사이인 것을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정동구 씨는 이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이 됐다.
당시 체육인재육성재단에 있던 한 인사는 “해당 사업은 감사 기간에 운영상 부실하고 문제점이 많다는 이유로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당시 이사장과 김 전 차관의 관계를 보면 김 전 차관이 물밑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차관이 재단 해산을 주도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단은 2007년 1월 출범해 체육영재 발굴, 은퇴선수 영어교육, 심판·지도자 전문역량 교육 등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지만 지난해 비용절감을 이유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흡수 통합됐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산 직후 김 전 차관이 연루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다. 이런 까닭에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산 배경이 K스포츠재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 설립은 김 전 차관의 업적으로 남았다. 대외적으로는 스포츠 인력을 육성해왔다는 호평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달랐다. 김 전 차관은 정부 지원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사업은 연장되지 못했다. 또 1기 학생들의 경우 지금 스포츠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는커녕 전원이 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1기에 선정됐던 한 학생은 “당시 김 교수님(김 전 차관)이 대학원에 다니면 스포츠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고,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지금 나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다르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최영지·김상래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