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차관.
그가 거쳐 간 체육단체도 상당하다. 한국스포츠정보학회 상임이사, 대한체육회 부위원장, 아시아스포츠산업협회장,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 스포츠산업잡페어 위원장, 아시아체육학회 사무총장 등이 그의 이름에 뒤따르는 직함이었다. 이후 2013년 10월 문체부 제2차관에 임명된다.
# 이미 체육계는 ‘김종 라인’
김 전 차관은 체육계에서 마당발로 소문이 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웬만한 체육단체에 김 전 차관은 소속돼 있었던 것. 2014년 2월 문체부가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스포츠3.0위원회 역시 3분의 1 이상이 김 전 차관이 교수로 있던 한양대 출신으로 구성돼 논란이 됐었다.
올해 초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김 전 차관을 중심으로 한 ‘김종 라인’이 대한체육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단체의 통합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가장 반대가 심했던 대한수영연맹은 스포츠 4대악 수사에 걸려 전무이사를 비롯한 임원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박하고 비리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문체부 직원이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지하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직접 관리했다는 주장,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에게 최고 1.5배 급여를 인상시켜줘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처우와 맞추는 과정에서 혈세와 비자금이 쓰였다는 주장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통합 대한체육회가 발족된 후에는 김 전 차관의 대학 동문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김 전 차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장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임용 자격을 개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1급 이상 직위, 3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던 기준이 실장급으로 낮아졌고 박영옥 스포츠산업실장을 내부 승진시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김종 전 차관의 미국 뉴멕시코대학원 동문 이창섭 씨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그의 한양대 선배인 조영호 씨가 꿰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또한 김 전 차관은 2014년 최순실 씨에게 문체부 장관 후보를 추천했고 추천인물이 실제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문체부 장관과 콘텐츠진흥원장 후보로 최 씨에게 보낸 문자에는 김 차관과 같은 한양대나 한양대 대학원 출신 인사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자신 라인을 정부 요직에 앉히려 했던 것이다.
# 언제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됐나
최 씨의 문화체육계 장악의 시작점으로 김 전 차관이 지목받고 있다. 최 씨와 김 전 차관의 긴밀한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김 전 차관은 정유라 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정 씨가 2014년 국가대표에 선발되자 기량미달 등으로 승마계에서 잡음이 번지기 시작한 것. 국회에서 국가대표 선발을 포함해 마사회 선수만 이용할 수 있는 마장에서 훈련하도록 한 것 등 정 씨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김 전 차관이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은 모두 문체부 소관이다. 문체부는 재단 인가 과정부터 운영, 사업 배정까지 광범위하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7년 문체부가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지난해 5월 정부의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통합됐다. 이후 최 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을 없애고 중복 업무를 K스포츠재단에 몰아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공교롭게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전 이사장이 맡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에게 공무원을 보내 이해 당사자를 소개하게 하는 등 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하고 운영을 지원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차관은 2015년부터 장시호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센터 설립에도 개입돼 있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부탁으로 장 씨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 등 정부 사업을 논의했고 빙상과 스키 인재를 육성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재센터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고 신생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의 입김으로 문체부로부터 6억 상당의 예산을 받았다. 또 얼마 전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차관이 삼성전자에 16억 원 상당의 자금을 후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도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최장수 차관으로 재임하며 장관 위의 차관으로 불렸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각종 비리와 의혹에 휩싸였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김종-최순실 어떻게 알게 됐나? 다리 놨다는 김기춘 ’펄쩍‘ 김종 전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가운데 김 전 차관이 어떻게 최 씨와 알게 됐는지 ‘김종-최순실 커넥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11월 18일 검찰 조사 직전에 “김기춘이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 만나보라고 하는데 최순실이 있었다. 검찰에 가서 의혹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김 전 차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고, 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김 전 차관은) 차관이 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라며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검사 재임 시절 김 전 차관의 부친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과거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의 형제가 일식집을 하는데, 김 전 실장이 단골이었고 김 전 차관의 부친과도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다. 또 김 전 차관의 부인이 ‘팔선녀’ 중 한 명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팔선녀는 최 씨를 중심으로 한 여성 기업인, 재력가, 교수 등을 아우르는 8인을 뜻하며 이들은 비밀모임 등을 통해 막후에서 국정에 개입하고, 재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확인된 바는 아직 없다. 권력기관 일부 동향보고에도 이 비밀모임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