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내수도 소비심리가 얼어 붙었다. 가계부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언제 연쇄부도의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 국정혼란과 사회불안이 계속될 경우 경제는 모든 기능을 멈추고 몰락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은 사상최대규모의 촛불시위를 연이어 열며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대통령이 공범관계라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왔으나 이를 부정하고 검찰의 수사까지 거부하고 있다.
여당은 지도부의 맹목적인 대통령 사수로 인해 집안싸움과 탈당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뒤늦게 야 3당과 여당 비박계가 탄핵 안을 들고 나왔다. 탄핵을 지지하는 의원수가 200명을 넘어 국회통과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까지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재판관들의 구성이나 임기로 보아 탄핵을 부결할 수도 있다. 그러면 현재의 국가혼란이 2018년 2월 대통령임기까지 이어진다. 우리경제가 도저히 버티기 어려운 기간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정국의 불안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경제사령탑의 부재가 무엇보다 심각하다. 사실상 해임통고를 받은 유일호 부총리는 유령상태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허공의 메아리다.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할 임종룡 차기부총리 내정자는 임명조차 불투명하다. 기업구조조정, 가계부채억제, 민생불안해소, 통화전쟁 및 보호무역 대비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앞장서는 사람이 없다.
국정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경제파탄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의 결단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가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 다음 차기 대통령선거를 조기에 실시하여 국민이 원하는 새 정권이 나라를 이끌게 해야 한다. 한편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일단 검찰은 기업들이 미르, K스포츠재단에 낸 기금은 일단 강압에 의한 출연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혜를 바라고 제공한 뇌물성 출연이라는 의혹이 많아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 검찰의 추가수사는 물론 특검수사, 국정조사 등에서 집요한 책임추궁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경영활동을 멈추면 안 된다. 그러면 기업과 경제가 함께 쓰러진다. 차제에 기업들은 비리의 실체를 정직하게 밝혀 책임질 것은 지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경제를 일으키는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