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 대진표
[일요신문] 아마추어 바둑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가 1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최후의 승부 챔피언결정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내셔널바둑리그는 총 18개 팀이 도전장을 던졌는데 이는 현재 리그제를 도입한 국내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한 것이다. 드림리그 9팀, 매직리그 9팀으로 나뉘어 팀당 17라운드 경기를 벌인 내셔널바둑리그는 지난 10월 정규리그가 막을 내리고 정규리그 상위 8팀(드림 4팀+매직 4팀)이 8강 스텝래더 토너먼트 대결을 벌였는데 화성시와 서울 푸른돌이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드림리그에서 14승 4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화성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왼쪽부터 윤창철 감독, 김정선, 김정훈, 이선아, 하성봉, 김경래 선수.
화성시는 드림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8강에 올라 스텝래더 토너먼트 중 가장 상위에 안착했다. 화성시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대구 덕영과 충청남도 팀을 거푸 꺾고 올라온 대전광역시. 대전은 정규리그 내내 부진하다가 마지막 2라운드에서 연승을 거두고 경쟁 팀들이 자멸하는 바람에 드림리그 4위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 1차전에서 대구 덕영에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더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매직리그 2위 충남을 격파하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드림리그 우승팀 화성의 전력은 막강했다. 화성은 첫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주니어 선수들이 출전한 3~5국에서 승리의 마지노선인 2승을 챙기며 대전의 추격을 따돌렸다. 화성시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막강 주니어 트리오에 있다.
김정선, 하성봉, 김정훈으로 구성된 화성의 주니어는 국내 최강이라는 평을 듣는다. 맏형 하성봉은 국내 아마추어 바둑대회 최다 우승기록인 33회 우승의 주인공이며 김정선은 정규리그에서 14승 3패를 기록, 다승왕과 MVP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군 복무 관계로 합류가 늦은 김정훈이 가세하면서 화성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의 강팀이 됐다. 김정훈은 정규리그에서 11승 1패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화성시 윤창철 감독은 “멤버 전원이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구단에서도 기대가 크다. 오더가 나올 때만 해도 잘못 짜인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역시 기대를 했던 선수들이 모두 승리를 거둬줬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실력보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세 등에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팀이 올라와도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챔피언결정전에 임하는 소감을 피력했다.
매 경기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는 서울 푸른돌 선수단. 왼쪽부터 심우섭, 채영석 감독, 박주민, 오경래, 강지범, 임진영 선수.
화성의 결승 파트너는 서울 푸른돌인데 이미 정규리그에서 ‘도깨비 팀’이라는 별명을 얻은 팀답게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도 내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서울은 첫 경기인 경북 한국광물과의 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1~2 경기에서 심우섭과 임진영이 거푸 패해 비세에 몰렸지만 주니어 선수들이 나머지 3~5국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그런데 서울의 돌풍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서울은 지난해 우승팀 경남 한림건설을 상대로 다시 2패 후 3연승이라는 신화를 썼다. 당한 팀이나 이긴 팀이나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 한 시즌에 한번 나오기도 어렵다는 2패 후 3연승이 두 번 연속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서울 푸른돌이 불러온 기적의 3부작은 전남과의 플레이오프전에서 완성됐다. 앞선 두 경기와는 달리 서울은 4경기까지 2승 2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지만 마지막 5국이 전남의 우세가 확실시되어 패색이 완연한 상황. 그런데 전남의 골인 직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중앙 흑 전체를 잡으러가던 전남 홍진혁 선수의 시간 연장책이 완벽한 헛수가 되면서 오히려 중앙 백5점이 잡히며 오경래 선수의 극적인 반집승으로 승부가 뒤바뀌고만 것. 그리고 그것으로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말았다.
서울 푸른돌의 채영석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포스트시즌에서 계속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행운까지 따라줬다. 팀 분위기는 이미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좋다. 결승 상대 화성시는 특히 주니어 선수들의 실력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준준플레이오프부터 결승에 오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승부를 펼쳐왔기 때문에 결승에서도 좋은 승부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결승진출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바둑TV에서 내셔널바둑리그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삼 9단은 “시니어들의 승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서울 푸른돌이 화성의 주니어 투톱 김정선과 김정훈을 상대로 어떻게 견딜 수 있느냐가 승부가 될 것이다. 물론 서울 푸른돌도 계속 역전극으로 결승까지 올라와 기세가 좋기 때문에 피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누가 이겨도 결국 반집 다툼이 될 것”이라고 결승전을 전망했다. 서울 푸른돌과 화성시의 챔피언결정전은 12월 5일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한바둑협회가 주최, 주관하는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바둑리그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 총 상금은 1억 원. 정규리그(매직·드림리그)우승팀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우승상금을 주며 포스트시즌 우승팀에게는 2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