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연합뉴스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 사장들 중 가장 시선을 모으고 있는 인물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이다.
두 사람은 2014년 1월 함께 취임해 내년 1월 동시에 임기 만료를 맞는다. 통상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12월 초 단행돼왔던 만큼 두 사람의 거취도 이 시기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그룹 안팎이 시끄러워지면서 삼성의 연말 인사가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역시 경영 성과는 나무랄 데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김창수 사장의 경우 그룹 차원의 큰 작업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이뤄진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지분 인수를 통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차분히 진행시켰다. 다만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옥에 티로 남았다는 평가다.
안민수 사장 역시 경영 성과는 나무랄 데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손해보험업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다이렉트 채널과 사이버마케팅 등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3분기까지 작년보다 6% 이상 증가한 75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영업력이 한층 강화됐다.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 또 다른 보험 CEO는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이다. 2010년까지 흥국생명 사장으로 재임한 뒤 퇴임했다가 4년 만인 2014년 다시 CEO로 복귀한 그는 이력이 보여주듯 대주주의 인사 원칙이 최대 변수다.
모기업인 태광그룹은 흥국생명뿐 아니라 흥국화재에서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인사를 자주 실행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연임 여부는 실적보다 그룹 고위층의 심중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대주주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또 한 명의 보험사 수장은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이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이니만큼 사장 인사권 역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소유한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진짜 주인이라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최근 농협에서는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상욱 경제지주 대표,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 등 3개 부문 대표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김용복 사장 역시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만만치 않음이 일부 표출되기도 했다.
특히 농협중앙회 소속 계열사 인사가 끝나면 금융계열사 CEO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한 만큼 김 사장의 거취를 쉽사리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회사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큰 정문국 ING생명 사장도 연임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정 사장은 지난해 내놓은 종신보험 상품이 크게 히트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사 매각에 나선 상황이니만큼 새로운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새 대주주가 조직안정 등을 위해 정 사장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길지,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나 3분기 BC카드의 누적 순익이 작년에 비해 20% 이상 성장한 만큼 실적으로만 보면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라는 공통된 난관을 맞은 상황”이라며 “올 연말 인사는 새로운 CEO를 통해 변화에 적응할지, 기존 CEO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할지 결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사 수장들 중에도 임기 만료가 가까워진 인물이 적지 않다. 다만 이들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다수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카드사 CEO는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서준희 BC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이다.
우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실적이 나쁘지 않아 연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삼성 금융계열사 CEO들이 모두 유임된 만큼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언이다.
원 사장의 경우 이사의 임기를 3년 내로 하고 연임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삼성그룹 내규상 조건도 충족한다. 2013년 12월 취임한 그는 올 연말이면 3년을 꽉 채우기 때문이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2014년 3월 처음 선임된 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BC카드는 사장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있어 매년 CEO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는 회사다. 3분기 BC카드의 누적 순익이 작년에 비해 20% 이상 성장한 만큼 실적으로 보면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만 인사권을 가진 황창규 KT그룹 회장이 임기 만료를 맞는 만큼 황 회장의 연임 여부가 서 사장에게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의 연임 여부는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과 맞물려 있다. 과거 우리카드 사장 자리는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윗선’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과점주주 체제로 바뀐 만큼 과거와 다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은행 민영화 문제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연장된 만큼 유 사장 역시 최소한 이때까지 임기가 연장되거나 아예 연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사장 임기가 보통 2년 안팎으로, 전통적으로 장수 CEO가 많지 않은 업종”이라면서도 “올해의 경우 정치적 변수로 경영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교체되는 사장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