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전 ‘최순실 게이트’ 최초 폭로 “박 대통령은 최씨 일가 꼭두각시”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세상에 최초로 꺼내놓은 김해호 씨는 최근 재심을 청구하며 근황이 알려졌다. 한나라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김 씨는 지난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때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폭로했다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해호 씨는 지난 2007년 6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폭로한 바 있다. 사진출처 = MBC 방송영상 캡처.
김 씨는 지난 2007년 6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현 63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태민 로열패밀리는 육영재단을 자신의 취업과 재산 증식의 장으로 이용했다. 박근혜 이사장은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농락당해서 세상의 비웃음과 웃음거리가 된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느냐”며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최태민 씨가 박 대통령을 이용해 육영재단을 장악했으며, 최 씨 일가가 육영재단 운영에 관여해 재단 공금을 횡령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영남대학교 4인방과 리베이트, 최순실 씨의 서울 강남 부동산 등을 언급하며 최 씨 일가의 재산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은 김 씨를 고발했고, 최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증거 부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최 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영남대 관계자와 육영재단 전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최 씨 일가가 육영재단과 영남대를 장악하고 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김해호 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과거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경위를 생생히 전달했다. 그는 “당시 검증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증 요구사항을 받았다. 내가 두 번씩이나 당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검증을 요구했으나 씨알도 안 먹히더라. 분위기 자체가 ‘묵살’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이런 질문에 박 대통령은 ‘없는 것을 자꾸 있다고 그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천벌을 받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격 없는 사람이 대통령 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결국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때 나는 뭣 모르는 돈키호테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에도 최순실이 눈을 벌겋게 뜨고 있었다. 그들은 최 씨 강남 빌딩에 캠프를 만들어놓고 활동했었다. ‘수첩공주’ ‘도덕공주’ 등 떠도는 소문은 다들 알고 있었다. 1998년 달성군 보궐선거 때부터 다 알고 있었다. 단지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만 생각해 패거리를 만들고 움직였다. 진짜 대통령을 위한다면 총알받이가 되어줬어야 했던 것 아니냐. 이제 와 몰랐다는 소위 ‘친박’ ‘멀박’ ‘쫓박’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김 씨는 “현재 베트남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박 대통령 쪽 사람들이) 내가 활동하고 있으면 뒤에 와서 사람들에게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고 감시했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012년에 베트남으로 떠나왔다. 다시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 설마 했던 ‘완전 유언비어’ 돌이켜 보니 예언?
조웅 목사는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직후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를 폭로했다. 자신을 중앙정보부 창설멤버라고 밝힌 조 목사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2002년 평양 방문 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돈 500억 원을 들고 가 건넸으며, 김일성 묘에 참배하고 고려연방제를 선서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고 최태민 씨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박 대통령의 배후에 최태민 씨와 그의 사위 정윤회 씨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웅 목사는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직후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를 폭로했다. 사진출처 = 유투브 영상 캡처.
조 목사는 언론 인터뷰 도중 검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곧바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조 목사는 2014년 8월 23일 수감을 마치고 출소했으며, 현재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와 6개월 전까지 연락을 했다는 한석현 명예장로(85)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목사에 대해 자세한 소식을 전했다. 한 장로는 “조 목사는 수감 중 이혼을 당하고 자식과의 연도 끊겼다. 출소 이후에도 사찰을 당해 피해의식이 생긴 것 같다. 나 또한 조 목사를 집 근처에서 만날 때 낯선 40대 남성이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조 목사와 연락이 닿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 목사가 서울구치소에서 춘천교도소로 이감된 것 또한 사람이 몰릴 것을 (박 대통령 측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박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 그런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조 목사의 주장은 ‘완전 유언비어’로 치부됐다. 대부분의 내용이 박 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이었고,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차움의원’과 ‘청와대 약물 리스트’, ‘사이비 무당설’ 등과 함께 최 씨 일가의 전횡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조 목사의 주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대남단체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지난 10월 공개질문장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화협은 공개질문장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박 대통령의 2002년 평양 방문을 거론했다. 민화협 측은 “평양 체류기간 동안 그(박 대통령)의 행적을 다 공개하면 ‘북 체제 찬양, 고무죄’ 등 보안법에 걸려 처형되고도 남음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10여 년 전 공화국 북반부에 와서 제 눈으로 직접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보고 그에 대해 찬양하는 발언도 적지 않게 했다. 만일 박근혜가 세월이 흘러 기억이 삭막해져 그런다면 우리는 일부러라도 길을 열어놓고 다시 와서 보라고 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 박관천 전 경정 “권력서열 1위 최순실”
지난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관천 전 경정(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 비서관실 소속)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뜬금없는 권력서열 강의’로 치부됐으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며 현 정국을 정확히 꿰뚫어 본 예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박관천 전 경정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최순실이 권력 1위”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22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씨 일가의 운전기사로 17년간 일해온 김 아무개 씨는 “그때(1998년 달성군 보궐선거)부터 계속 그랬다. 순실이가 대장, 그 다음이 정 실장(정윤회), 박 의원(박근혜 대통령)은 꼴등”이라고 폭로해 박 전 경정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박 전 경정은 지난 10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수사에서 권력서열을 말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고언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발언의 근거에 대해서는 “내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어떤 파장이 있을지 아니 이 부분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박 전 경정의 근황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