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무안군 관련 사업비를 대폭 삭감한 것을 두고 ‘표적 삭감’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의회 조감도. 연합뉴스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 항목은 모두 53건, 삭감액은 64억 4000만여 원이다. 전체 삭감액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무안군과 관련된 예산만 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 가축분뇨 확충사업비(삭감액 5억 원), 무안군 여성농업인센터 운영비(2600만 원)는 전액 깎였다. 예산이 삭감된 몽탄 특화농공단지 조성(5억원), 일로·삼향·청계 농공단지 개보수(1억 3300만 원)도 무안 읍·면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양파부산물 자원화 사업도 도비 11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사회 서비스투자사업(5억 8600만 원),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차량지원(1700만 원), 기초푸드뱅크 지원(2000만 원), 희망키움 통장(4900만 원), 내일키움 통장(2400만 원) 등의 삭감액도 전체 사업비 중 무안군에 배정된 액수와 일치한다.
예산이 삭감된 복지사업은 무안에서만 차질을 빚는 게 아니다. 줄어든 총액을 놓고 시·군에 배분하게 되면서 결국 편파 심사의 피해가 전남 대부분 지역으로 돌아가게 된다.
집중적인 예산 삭감은 무안이 지역구인 예결위 소속 A 의원의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예산을 스스로 깎은 셈이다. 전남도의회 무안 지역구 의원은 2명으로 모두 김 군수와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도의원은 소통부재와 사업 타당성이 부실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A 의원은 “무안군이 신규사업을 추진하려고 도비를 요구하면서도 도의원에게 설명이 없고 기존에는 도의원이 확보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전혀 되지 않거나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례도 있었다”며 “위치 선정 등 사업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예산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각에선 ‘표적삭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이 아예 없어지거나 반토막 난 사업 대부분이 김철주 군수가 역점 추진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안군 내부에서도 “도의원이 삭감 쪽으로 방향을 정해 놓고 집중 공격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도 결과적으로 표적 심사를 용인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는 무안군에 배정된 예산내역을 도 집행부로부터 제출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 집행부와 무안군은 불만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예산 심의권을 가진 의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본회의에서 이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추경예산 심의에서라도 예산이 부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주 무안군수는 “군 발전과 직결되는 예산 심의를 감정에 치우쳐 처리해서 안 될 일”이라며 “감정적으로 군의 예산을 삭감했다면 주민 소환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미 예상된 예산 삭감을 막지 못한 것은 김 군수를 비롯한 집행부의 설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