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이사는 2011년 CJ제일제당 상무직을 떠난 이후 5년 만에 계열사로 복귀했다. 이 이사의 그룹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 관계자는 “이재환 이사는 주주로서 역할만 행사하고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CJ는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는 분위기라 이 이사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이사의 경영 복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CJ 오너 일가 대부분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투병 중이고 이미경 CJ 부회장 역시 건강상 이유로 미국에서 요양 중이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의 퇴진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곧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 회장의 장남 선호 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장녀 경후 씨는 CJ그룹 미주법인 부장을 맡고 있다. 손경식 CJ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경영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CJ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 경영고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손 고문 역시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경험이 있고 83세의 고령이니만큼 경영 일선에 나서긴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너 일가에서 이재환 이사를 끌어들여 일시적으로나마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사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이 없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을 통해 CJ가 후계 승계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은 CJ시스템즈로 2014년 12월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면서 사명을 바꿨다. 이재현 회장은 2014년 12월 장남 선호 씨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증여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이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11.35% 전량을 선호 씨와 경후 씨, 조카 이소혜·이호준 씨 등 일가 4명에게 넘겨줬다. 현재 선호 씨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76%, 경후 씨가 5.44%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버스광고 신규 수주 영향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CJ파워캐스트는 그룹 관계사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해 이익 안정성이 돋보인다”며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제일제당을 제외한 그룹 내 최대 이익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CJ그룹 차원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호 씨는 CJ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상장 후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매각해 그 돈으로 ㈜CJ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시장에서 상장 소문이 나도는 건 사실이지만 CJ 내부에서는 상장에 대한 계획이 아직 없다”고 전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파워캐스트를 합병한 것을 두고 경영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그런데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한 승계 작업에 대해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 지분 비율이 높은 회사를 밀어준다는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 1조 1422억 원 중 28%에 해당하는 3197억 원이 CJ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나온 매출이다.
CJ파워캐스트도 마찬가지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편입되기 전, CJ파워캐스트의 지분은 이선호 씨가 24%, 이경후 씨가 12%, 이소혜 씨가 4%를 가져 오너 일가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었다. CJ파워캐스트는 지난해 매출 850억 원에 순이익 93억 원으로 매출 규모는 작지만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CJ파워캐스트는 지난해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41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CJ E&M으로부터 송출대행서비스 235억 원, 콘텐츠 보관 및 유통 서비스 97억 원 등 총 33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심지어 CJ E&M과 CJ파워캐스트의 송출대행 계약금이 타 방송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CJ파워캐스트 매출 상승에 기여한다는 의혹도 있다. CJ 관계자는 “CJ E&M과의 계약금이 다소 높은 건 사실이지만 서비스 가치에 따른 차이”라며 “CJ E&M 채널들의 경우 높은 계약금만큼의 인력과 장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고급 인력과 장비를 감안해도 비싼 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송출대행업계 1위로 알려진 KMH의 지난해 송출대행 부문 매출은 180억 원. 당시 KMH는 71개의 채널을 송출했다. CJ파워캐스트는 CJ E&M의 채널 33개를 송출대행해주는 대가로 235억 원을 받았다. 송출업계 한 관계자는 “HD방송 송출대행이 1년에 6억~8억 원 수준이고 일반방송은 그 절반 수준”이라며 “CJ E&M이 아무리 고급 계약을 맺었다 해도 지나치게 비싸 보인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에 비해 명백히 유리한 계약을 맺었을 경우에만 제재를 가한다. 이번 합병을 통해 CJ파워캐스트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이재환 이사 옛 회사 팍팍 밀어줘’ CJ CGV ‘일감 몰아주기’ 검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9월 29일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CJ CGV에 71억 7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고 밝혔다. CJ CGV는 지난 11월 28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기소됐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사내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던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는 2005년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기존 중소기업과 거래를 중단하고 2011년 12월까지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전속 위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CJ CGV의 기존 거래처인 중소기업 A 사가 CJ CGV의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부분적으로 위탁받았던 반면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업무 전량을 위탁받으면서도 기존 거래처 대비 25%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며 “극장 수 증가로 거래 규모가 커지는 등 가격 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CJ CGV는 오히려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해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부채 비율은 2005년 1027%에서 6년 만인 2011년 110%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화 상영관 스크린 광고 시장 점유율은 33%에서 59%로 상승했다. 2011년 기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매출은 158억 원이었는데 약 40%에 해당하는 62억 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온 매출이었다. CJ CGV 관계자는 “공정위에 CJ CGV의 입장을 소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우선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고만 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