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고, 2015년 1월 22일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을 포함한 통진당 당원 10여 명에게 2년 6개월에서 9년까지의 징역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을 확정했다. 최근 한 언론매체는 지난 2014년 결정된 통합진보당 해산의 배경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출마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에 있던 한 인사가 통진당 해산과 이석기 전 의원 구속의 배경에 최 씨가 있다고 한다. 청와대 직원 일부가 TF팀을 꾸려 통진당을 조사했고 최 씨의 지시 하에 통진당 해산 절차에 들어갔는데 그 첫 번째 절차로 이 의원을 간첩혐의로 만들어 국민을 자극했다는 것. 그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청와대 참모로 근무했지만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보도를 근거로 “통합진보당 해산은 지난 대선 토론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이정희 당시 대선 후보 발언을 불쾌하게 여긴 최 씨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사실이 아니며 본인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을 청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정희 전 대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대전고등검찰청 검사 등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특검 후보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 이 전 대표는 특검의 결격 사유가 명시돼 있는 특검법 제5조에 따라 특검에 임명될 수 없다. 5조 4항인 ‘정당의 당적을 가진 자 또는 특별검사 임명일 전 1년 이내에 당적을 가졌던 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정희라는 이름이 계속 회자될 만큼 지난 대선 당시 그가 남긴 인상이 워낙 강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트위터 이용자 게시물 캡처.
그렇지만 이 전 대표의 근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 저격수 답게 뭔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촛불 정국이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이 전 대표 관련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블로그 역시 지난 2012년 투표 독려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페이스북 역시 2015년 부친을 잃었을 당시의 심정을 밝힌 이후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다. 지난 11월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이 전 대표를 봤다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 알려진 이 전 대표의 근황의 전부일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엉뚱하게 이 전 대표가 암투병 중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 확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통진당 해산 이후 공식활동을 중단한 이 전 대표의 근황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통진당 해산 이후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암 투병설은 사실과 다르지만 몸이 지금까지도 계속 안 좋은 상태로 회복 중에 있다”라며 “자녀들의 경우에는 내성이 없는 상태에서 당시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해 오랜 시간 힘들어했다. 자녀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엄마도 같이 힘들었다. 원래 심성이 여리고 연약한 사람인데 정부의 탄압과 언론의 무분별한 질타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라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이어 “통진당 해산을 최 씨가 주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에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부터 최태민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나왔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의혹 정도까지로만 생각했었지만 진실은 밝혀지고 의혹은 사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는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 변호사는 이 전 대표와 함께 2013년 이석기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이 전 대표와 함께했던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은 민중연합당에 입당한 이후 의정부시위원회에서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아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후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고 의정부에서도 촛불집회에 꾸준히 나갔는데 언론이 나에게 주목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며 “이 전 대표도 촛불집회에는 꾸준히 나갔던 것으로 알고 있고 저번 주에도 집회가 끝나고 만났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한 김재연 당시 민중연합당 후보.
이어 “박근혜퇴진 의정부운동본부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어제 라디오에서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의정부 민심이 많이 분노하고 있다. 내일 홍 의원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12월 19일은 통진당이 해산된 지 2년 되는 날인데 박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기도 하다. 같은 날이라는 게 이상했다. 최근 최 씨가 통진당 해산에 개입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제보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진실은 끝까지 밝혀져야 한다”며 “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되는 처사였고 이에 대해서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 중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했었고, 앞으로도 정치인의 행보를 걸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석기 전 의원은 수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영심 작가는 수감 중인 이 전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다룬 저서인 <이카로스의 감옥>을 지난 10월 출간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